▲ 비올레타 역의 이리나 룽구

[초이스경제 김의태기자]“사랑은 모든 것 이기리(Amor vincit omnia)”.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에 나오는 수녀원장의 묵주에 새겨진  이 라틴어가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관통하는 키워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성남아트센터가 개관 10주년을 맞아 이 오페라의 전통적 이탈리아식 스타일의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살려 오는 15~18일 무대에 올린다.

오페라하우스 개관기념작으로, 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 박사가 청순한 소녀 마르그리트의 죽음으로 구원받는 구노의 ‘파우스트’를 개척정신으로 공연한 만큼 7년만에 자체제작하는 이번 공연도 기대를 모은다.

지휘를 맡은 피에르 조르조 모란디는 8일 간담회에서 “오페라 여주인공 비올레타의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끝나지만 가족의 갈등을 사랑으로 극복한 아름다운 오페라”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사랑을 노래하는 오페라라는 것이다.

오케스트라가 대단히 중요하게 부각되지만 성악가와  밀접하게 유지하면서 비련의 파리 사교계 매춘부인  비올레타가 가지고 있는  서러움과 아픔, 그리고 순수한 사랑을 표현하겠다고 했다. 

특히 2막에서 연인 알프레도의 아버지인 남부 프로방스 귀족인 제르몽이 비올레타에게 아들과 헤어질 것을 요구한 직후 현악기의 강렬한 트레몰로를 통해 격한 감정을 그려내겠다고 강조한다.
 

▲ 지휘자 피에르 모란디

모란디는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과, 최근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음악이야기 책을 펴낸 오자와 세이지를 사사하며 탱글우드 콩쿠르에서 우승했으며 현재 헬싱보리 심포니를 지휘하고 있다.

폐결핵이 악화돼 몸을 가눌 수 없는 상태에서 연임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두는 비올레타는 이 작품의 꽃이다. 세계정상의 러시아출신 소프라노 이리나 룽구는 이번에 110번째로 비올레타 역을 맡는다.

라 스칼라 극장에서의 전통적 비올레타로부터 빈 오페라극장의 현재적 비올레타까지 다양한 비올레타 연기를 한 베테랑이다.  모든 소프라노들의 꿈인 비올레타를 그만큼 맡은 이가 없을 정도니 개인적으로 매우 행복한 소프라노라고 할 수있다.

이번에 3번째 방한 공연을 갖는 것이다.

이 작품이 1853년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관객의 호응을 얻지 못해 실패했다. 그 이유중의 하나가 폐병든 사교계 여인인 비올레타역을 맡은 가수가 너무 뚱뚱했기 때문이란 것이었다.

5살 아들을 둔 이리나 룽구는 늘씬한 몸매에 미모 또한 뛰어나다. “가수가 감정표현을 외모로 하는 것은 아니다.내면의 영혼을 목소리로 표현해야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상대인 알프레도역에는 한국인 최초의 빈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하우스) 전속가수이며 세계오페라하우스 주역가수로 활약하는 테너 정호윤이 맡아 이리나 룽구와 호흡을 맞춘다.

지휘자 주빈 메타에게 발탁돼 뮌헨 국립오페라하우스 최연소 단원이 된 바리톤 유동직이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몸역을 맡아 트리플 콤비를 이룬다.
 

▲ 정은숙 성남아트센터대표(왼쪽 두번째)와 주인공 비올레타역을 맡은 이리나 룽구(오른쪽)등 연출-출연진들이 8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라 트라비아타 기자간담회를 갖고있다.(사진=성남아트센터)

성남아트센터 정은숙 대표는 이날 오전 간담회장소인 외신기자클럽에 들어서면서 “에어컨이 너무 세요”라며 온도를 높여달라고 요청했다.  자신도 소프라노이기에 누구보다 성악가들이 온도에 민감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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