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예능, 중국에서 대환영...새로운 수출 경로 개척

▲ '추적60분' 홈페이지 캡쳐

 

[초이스경제 김슬기 기자] 최근 한류열풍은 한국 드라마에 이어 K-POP, 영화, 예능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문화 콘텐츠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국내 예능프로그램 포맷을 대거 사들이는가 하면 PD, 작가, 전문스탭 등 제작 인력을 대거 영입하고 있다.

15일 방송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추적60분'에서는 중국콘텐츠 시장의 현주소와 더불어 우리의 경쟁력유지를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최근 한국과 중국간 프로그램 공동제작 및 포맷수출이 활기를 얻고 있다. KBS '출발드림팀'은 중국 선전위성 방송으로부터 합작제의를 받고 한국과 중국 유명인들이 나와 대결을 방식으로 공동제작을 진행했다. 10회 분량으로 제작된 방송은 1회부터 4회 제작비 전액을 중국 측에서 부담했으며 한국에서 촬영 당시 30여명의 중국 스태프가 참석했다.

한국 측 총 프로듀서인 전진학 KBS 예능PD는 "방송프로그램은 일회적인 성격이 강한데 이 소스를 가지고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포맷수출과 공동제작 형태는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SBS '런닝맨'은 중국 저장위성방송에서 중국판 '달려라 형제'로 방송되며 시즌 1,2 모두 큰 성공을 거뒀다. 한국 시청률 40%에 해당하는 평균 시청률 4.89%를 기록하는 가하면 인터넷에 올라온 누적동영상 조회수 역시 34억 건에 이른다. 이에 중국 위성방송사는 타이틀 스폰서 광고 비용만으로도 수백억원의 수익을 거뒀으며 SBS 역시 높은 수익을 배분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장젠천 레전드 미디어 대표는 "현재 한국에서 성공한 프로그램 대부분 중국에서 방송됐다. 앞으로는 공동제작 형태의 방송이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2010년 이전 프로그램 판권 수출에 그쳤던 한국콘텐츠 산업은 이제 프로그램의 포맷수출과 더불어 공동제작, 더 나아가 우수한 제작인력 영입까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내에서 이른바 '별에서 온 그대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드라마를 연출한 장태유 PD는 영화제작을 위해 중국에서 지내고 있다. 영화 제작비는 물론 장태유 PD의 체제비까지 중국영화사가 지불하는 조건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영화준비에 돌입해 후반작업에 돌입 중인 장태유 PD는 "중국은 제작여건이 훨씬 좋은 편이다. 한국에서 70~80명으로 진행했던 작업에 180명 투입이 가능하다. 할리우드식으로 분업화되어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포화됐고 더 이상 방송사 제작비로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없던 시점에서 중국 문이 열렸다. 중국은 돈과 시장, 우리는 재능과 사람이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MBC에서 '일요일 일요일밤에', '전파견문록', '아빠어디가' 등이 프로그램을 만들며 대표 연출가로 거듭난 김영희 PD역시 거액의 이적료를 받고 중국 제작사로 옮겨가 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중국 장쑤위성방송에서 '최강대뇌'라는 방송프로그램을 만든 유경성 프리랜서 PD는 "시즌 3회 제작에 투입되면서 제작사로부터 정직원 채용 제의를 받았다. 한국에서 받을 수 없는 연봉과 인센티브도 그렇지만 우수한 제작환경에 더 마음이 끌린다. 15분짜리 코너를 위한 제작비에 1억5000만원을 투입한다. 어떤 효과를 써보고 싶다는 말을 하면 할리우드에서 그 장비를 공수해온다. PD로서 욕심이 생긴다"고 말한다.

한편 특수영상 제작업체 이인효 대표는 "9년 전에는 할리우드 진출만을 꿈꿨고 중국영화 산업에 진출할거란 생각을 못했었다. 중국은 이제 몇 백억 원짜리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장이고 영화 당 가격을 책정하는 한국과 달리 일하는 만큼 돈을 책정하기 때문에 좋은 사업 파트너다"고 전했다.

그런가하면 특수분장업체를 운영하는 신재표 대표는 "한국영화는 천만관객에 환호하지만 중국은 3~4일이면 달성하는 정도다. 중국 뿐 아니라 동남아 아시아권은 다 중국영화 관객들로 보면 된다. 더 많은 관객들이 저희가 참여한 영화를 보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국 사업을 계속 확장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 말에 따르면 매년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는 중국 TV시장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의 확대로 2017년 중국의 콘텐츠 산업규모가 세계 2위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 매력적으로 부각되는 중국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도 발생한다.

한 제작사 대표는 중국 방송사에 프로그램을 납품했지만 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해당 중국 방송사측은 "예전에 그들과 함께 협력한 파일럿 단계의 프로그램이 있었고 그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려고 했는데 어떤 프로그램인지 자신의 돈으로 1회를 제작해 시험 방송한 것이다"고 말한다. 그러나 계약서 조항에는 그런 내용이 없을 뿐 아니라 계약을 진행했던 한국과 중국 양국의 에이전시는 사라진 상태다.

그런가하면 프로그램 포맷을 그대로 표절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KBS 측은 동방위성방송에 '개그콘서트' 일부 코너의 포맷을 판매했지만 중쑤위성의 개그 프로그램이 해당 코너를 모방해서 먼저 방송해 큰 피해를 입었다.

정지영 KBS 콘텐츠사업부 부장은 "상하이 동방위성TV와 개그콘서트 판권계약 체결 후 제작 준비 중인 상황에서 장쑤위성이 '시청률의 제왕' 코너를 그대로 배껴 방송한 사례가 있다. 세트 대본까지 그대로 베낀 표절이라 장쑤위성에 즉시 항의해 중단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노출돼 신선함이 반감되고 사정을 잘 모르는 시청자로선 합법적인 프로그램이 오히려 짝퉁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방송계에는 프로그램 포맷 불법복제에 관한 아무런 규제 장치가 없는 상황이다. 콘텐츠 진흥원에 따르면 후난위성TV, 산둥위성TV, 장쑤위성TV 등 대형 방송사에서 국내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청춘불패', '불후의 명곡' 등과 비슷한 포맷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행정기관에서 프로그램 포맷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소송을 제기해도 승소확률이 떨어지는 등 실질적인 보호가 미흡한 실정이다.

그런가하면 국가 신문출판광전총국은 해외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월 중국정부는 방송업계에 '프로그램이 사회주의의 핵심가치를 실현하고 중화 전통문화에 근거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그런가하면 '특정국가나 지역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을 피해야 하고 해외 프로그램 포맷에 의존하려는 심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별에서 온 그대' 이후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자 중국 당국은 해외드라마 인터넷전송 총량을 줄이는가하면 동영상 사전심의제도를 신설하기도 했다. 결국 중국시청자들이 정식 판매루트가 아닌 불법사이트를 통해 동영상을 시청함에 따라 한국방송사에서 프로그램 판매에 있어 가격경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편 중국은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학계와 협동해 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가하면 중국 방송사 관계자들을 한국으로 파견해 제작노하우 등을 적극 배워나가고 있다. 우원보 아시아 TV 연구개발센터 총감은 "국가의 정책적 독려와 함께 각 방송사가 최종적으로 도달하려는 목적은 오로지 중웅 TV프로그램의 해외진출 창작능력을 구현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중국의 콘텐츠 경쟁력이 강화되어감에 따라 우리도 중국 시장을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된다. 김원동 프로그램 제작사 대표는 "중국에서 판권, 프로그램 포맷 등을 사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한국이 중국과 공동창작, 공동개발을 통해 새로운 스토리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영일 공연기획사 대표는 "이제 공산품을 납품하듯이 콘텐츠를 판매하고 말아버리는 단기적이고 근시안적인 형태보다 한국 연예산업을 공고하게 끌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추적60분' 제작진은 "장태유PD는 '빠른 시일 내에 중국에서 자리 잡지 못하면 5~6년 내에 다른 나라의 제작인력들이 중국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말한다.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제작인력이 할리우드에서 중국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는 의미다"면서 "막강한 자본력과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문화콘텐츠 강국을 꿈꾸는 중국을 경제적인 관점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중국시장을 바탕으로 우리의 콘텐츠를 세계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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