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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사상최대 해전의 영웅 이윤열의 기억
스타크래프트 사상최대 해전의 영웅 이윤열의 기억
  • 장경순 기자
  • 승인 2015.11.12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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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블리자드, 그의 결혼식에서 완결판 발표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임요환과 홍진호가 스타크래프트 전설의 라이벌이었음은 이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도 제법 알고 있다.

그러나 이들보다 더 오래 정상의 자리를 지킨 게이머는 이윤열이다. 이윤열은 온게임넷 스타리그 우승을 최초로 통산 3회 차지해 골든마우스의 주인공이 됐다. 그의 실력 뿐만 아니라 두터운 팬을 확보한 스타성으로 인해 2억5000만원의 놀라운 연봉을 받았다.

통상 15분 안팎으로 진행되는 게임이 때로 1시간을 넘길 정도로 지구전이 되더라도 이윤열은 불굴의 투지와 놀라운 집중력으로 기적적인 승리를 차지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가운데서도 2007년 1월3일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3 이학주와의 경기는 사상 최대의 우주 해전(海戰)으로 전설을 남겼다. 이 전투에 동원된 테란 최고 유닛 배틀 크루저의 숫자만 양쪽 합쳐 40척을 넘었다.
 

▲ '천재테란'으로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의 이윤열. /사진=온게임넷 유투브 화면캡쳐.

경기 맵이 ‘이윤열의 성지’로 불린 네오아카노이드였지만 초반 주도권을 내줘 많은 자원광산이 상대편에게 넘어갔다. 이윤열은 불리한 전세를 뒤집는 카드로 배틀 크루저를 선택했다. 이학주 또한 여기에 배틀 크루저로 맞대응했다.

경기가 시작한지 51분21초가 지나도록 맵의 육상 장애물들이 남아있는 대치상태가 지속됐다. 수십척 ‘전투 순양함(배틀 크루저)’들이 상대방 에너지 대포를 경계해 함부로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기자는 스타크래프트 취재를 할 당시부터 배틀 크루저의 특별무기를 ‘에너지 대포’라고 표현한다. 이 무기의 원래 명칭인 일제 침략자들의 용어를 기사에 담을 생각이 없다. 남들도 이런 방식을 따라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 기자 개인의 선택이다. 여기에는 ‘꼭 이래야 한다’는 편집원칙도 적용되는 것이 없다고 본다.)
 

▲ 이윤열의 배틀 크루저가 대거 집결했다. 프로게이머들의 실전에서 배틀 크루저가 이처럼 무수히 등장한 것은 전례없는 일이었다.

 

경기를 중계하던 전용준 캐스터, 엄재경 김태형 해설위원이 무승부를 언급하기 시작했는데 용산 e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관중들 또한 집에 돌아갈 생각도 해야 할 시간이었다.

이학주가 지대공 유닛 골리앗의 우위를 활용하기로 했다. 육로를 차단하고 있던 젤 나가 사원 등 중립 건물을 배틀 크루저의 막강한 파괴력으로 제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때가 균형을 깨는 빈틈이었다. 이학주의 크루저들이 중립 건물에 잠시 집중력을 잃었을 때 옆구리에서 이윤열의 크루저 함대가 접근했다.

순간 이윤열의 수도 없는 에너지 대포 섬광이 이학주 함대에 명중했다. 전성기 이윤열의 손놀림, 즉 apm(action per minute)을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 전설이 된 우주 해상 접전의 순간. 이윤열의 에너지 대포가 연달아 이학주의 배틀 크루저에 명중하고 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이학주의 사이언스 베슬이 이윤열 함대에 EMP를 명중했지만 너무나 치명적으로 한발 늦었다. 함대의 에너지 대포는 소임을 다한 후였다. 반면 이윤열이 별도로 준비한 발키리 함대는 특유의 위력없는 연사를 퍼부었지만, 이미 너덜너덜해진 이학주 전선들에게는 뼈를 파고드는 충격이 됐다.

23초 동안의 무시무시한 함포 교환 끝에 이학주의 배틀 크루저 함대가 싹 사라져 버렸다. 공중 공격 능력이 없는 그의 탱크들은 이윤열 크루저들에게 그냥 먹이가 됐다.

그러나 승부는 이후로도 웬만한 경기 하나를 할 만한 10분을 지속했다. 유리하다가 무너지는 이학주가 쉽게 애착을 버리지 못했다. 천하의 이윤열을 잡을 기회가 사라지고 있었다.

영토의 자원을 미네랄 마지막 한 조각까지 모두 채취한 이윤열은 아껴뒀던 자원으로 탱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학주는 막판 고스트의 락 다운을 활용했지만 락 다운 후 투입해야 할 골리앗이 전선에 새로 투입된 이윤열 탱크에 격퇴당했다.

이윤열은 이 경기를 이기면서 예선 탈락 위기에서 기사회생했다. 전 대회 챔피언들이 다음 대회에서 부진하다는 ‘우승자 징크스’가 있었지만 이윤열은 매 경기 힘든 승부 끝에 결승까지 진출하며 징크스를 떨쳐냈다.

하지만 ‘이윤열 천하’는 여기까지였다. 결승에서 그는 새로운 강자 저그의 마재윤에게 압도당하며 정상을 내주게 됐다. 이후 패권은 김택용 송병구 등 프로토스 6룡에게로 넘어가며 이윤열에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윤열은 팀 리그인 프로리그에서 송병구를 잡는 등 꾸준한 활약으로 팀에 기여를 지속했다.

스타크래프트1의 최장 챔피언 이윤열이 지난 9일 결혼식을 올렸다. 그의 결혼식을 통해 스타크래프트 제작사인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완결판인 ‘공허의 유산’을 발표했다. 자신들의 제품에 천재성을 더 해준 영웅에게 최상의 경의를 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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