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기준금리를 2.75%에 머물게 만든 최대 원인 제공자는 누가 뭐래도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다.

 
정책 당국자와 집권당 핵심 인사들이 앞 다퉈 통화정책에 간섭하는 발언을 내놓는 바람에 금리결정이 통화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사안인 것처럼 변질되고 말았다. 와중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거취까지 언급하는 사례도 나오는 등 한국 금융현실이 아직 갈 길이 요원한 실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설령, 금리 인하가 단행됐더라도 경제 지표 분석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압력에 따른 것으로 해석될 상황이었다. 이렇게 되면 정책의 일관성이 의심되기 때문에 시장 파급효과도 격감하게 마련이다. 또한 향후 5년의 모든 통화정책마저 정치적 결정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일이었다.
 
특히 이한구 원내대표의 간섭은 1998년 이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정치권의 노골적 간섭이었다.
 
금리 인하는 쉽지만 인상은 극히 어려운 한국 특유의 ‘금리 상방 경직성’으로 인해 정치권에서의 인하요구는 그동안 금기시 됐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로 금리와 관련된 발언을 한 적은 있다. 그러나 이 때는 그해 단행된 금리 인상을 “잘했다”고 격찬해 별다른 시비를 초래하지는 않았다. 인상이든 인하든 정치권의 금리 발언이 미국에서는 일체 용납되지 않지만 인하와 인상 사이 불균형이 심한 한국에서 아직 인상 발언에 대해서는 시비가 벌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통화 정책의 속성을 알면서도 최근 금리 내리라는 간섭 발언이 속출한 것은 당사자들이 통화정책마저 자신들의 충성심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 끝에 4월 기준금리가 변동없는 것으로 결정났지만 5월로 넘어가는 현재 통화정책의 기조(bias)는 긴축보다는 완화쪽이 유력하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오랜 저금리에 따른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지만 이는 중장기에 해당하는 관점이다.
 
한바탕 소동 끝에 섣부른 입을 놀린 당사자들이 ‘뜨끔’하면서 이제 공은 더욱 한국은행 고유의 판단으로 넘어갔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오전 경제동향간담회에서 “통화량을 풀더라도 실물경제에 전달되지 않는 게 문제”라면서 유동성이 실물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신용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그는 강원도청에서 ‘글로벌경제 여건 변화와 한국경제 전망’ 주제 강연을 통해 “중앙은행의 책무가 물가 안정에서 금융안정과 재정·경기회복 지원으로 확대되는 추세”라며 “특히 소득분배 악화에 대한 중앙은행 책임론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현재 통화 정책 효과가 경제 각 부문에 전달되는 통로를 찾는데 부심하고 있다는 의미다. 조금 더 해석을 덧붙이면 아직 기준금리 변경이 필요하다는 확신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눈 쌀 찌푸리게하는 소동이 그 어느때보다 극심했던 만큼 관련 당사자들의 정도를 지키는 자세가 더욱 요구되고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중앙은행 수장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극심한 낙하산 인사가 난무했던 이명박 정권 조차 중앙은행 임기만큼은 예외적으로 철저히 준수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텁다고 하는 김중수 현 한은 총재지만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배인 이성태 전임 총재의 임기가 완료된 2010년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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