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보다 경제가 더 중요...정부 정책 혼선 빨리 시정돼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최근 의식있는 경제 관련 기관들의 한국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이 의존하는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는 커지고 미국은 12월 금리 인상을 단행할 뜻을 다져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위협 요인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를 향한 각계의 뼈있는 주문도 늘고 있다. 빨리 한국 경제의 부채 구조를 바로잡지 않으면 나라에 큰 위기가 올 수 있는 만큼 정부는, 그리고 금융당국은, 아울러 채권단은, 서둘러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주택 담보대출 요건을 강화키로 하는 등 부채 관리를 강화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이같은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오히려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려던 주택 담보대출 요건 강화를 더 큰 상위 당국이 제동을 걸어 정책 엇박자까지 유발되는 난처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걱정의 중심엔 한국의 겉잡을 수 없는 부채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 29일 한국은행의 2015년 3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가계부채(신용)는 자그마치 1166조원으로 2분기 말(1131조5000억원)보다 무려 34조5000억원(3.0%)이나 폭증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증가다. 전년 동기 대비(1056조4000억원)로는 무려 109조6000억원 이나 급증했다. 1년새 10.4%나 불어난 것이다.

부채의 질도 악화되고 있다. 급전용 대출인 마이너스 대출이 무엇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10월 중 마이너스 대출 규모는 무려 159조원으로 전월 대비 2조원 급증했다.

그 뿐 아니다. 벌어서 이자도 못내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3000개를 웃돈다는 각계의 보고서가 나온지 오래다.

따라서 현재 한국 경제는 가계부채 폭증과 부실기업 급증이라는 양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황이 이쯤 되자 각계가 우려의 시각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미국의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과 부실기업 구조조정 대책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이젠 금융연구원까지 나섰다. 금융연구원은 28일자 ‘금주의 논단’에서 이명활 선임연구위원의 ‘기업 부채 현황 및 기업 구조조정에의 시사점’이란 글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한계기업의 비중이 커지는 데다 정상기업과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경쟁력이 저하된 업종에서 기업 부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면서 “1997년과 2008년 경제 위기에 비춰볼 때 지금이 상시적·선제적 의미의 기업 구조조정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앞서 지난 주말에는 지식인들이 모여 “국회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라”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그 뿐 아니다. 해외 투자기관들도 “내년엔 한국과 중국이 부채 문제로 고전할 것”이라며 “이것이 성장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획재정부 전직 고위 관계자는 “지금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은 지난 1997년 위기 상황보다 더 나쁜 여건에 직면해 있다”면서 “20년 전에는 가계 재정과 정부 재정은 건전했었는데, 이젠 이들의 부채 구조마저 악화돼 걱정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일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게을리 하고 가계부채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향후 일부 은행마저 위험해 질 수 있는 만큼 이런 위기가 오지 않도록 다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어떤가. 그야말로 한심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부채 문제와 관련해서 정부의 엇박자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선 최근 MBC의 보도내용이 국민들의 혀를 차게 한다.

MBC는 “우선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가 지난 9월 말 기준 1166조원으로 계속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특히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봐도 84%로 18개 신흥국 가운데 1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가계 부채가 이처럼 시한폭탄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MBC는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주택 담보대출을 확 조이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살아난 부동산 경기를 죽일 수 없다며 반대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정책 혼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MBC가 입수해 보도한 은행연합회의 '주택 담보대출 심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수도권에만 적용했던 DTI, 즉 '개인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방까지 확대된다고 했다. 또한 새로 도입되는 스트레스 금리, 즉 금리가 오를 것을 가정해 대출액을 결정하는 방식에는, 과거 5년간의 금리가 기준이 된다고 밝혔다. 금리가 지난 5년 중 가장 높았던 수준으로 올랐을 경우를 가정해, 대출자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대출해 준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미 받았던 대출까지 포함해서 새 대출의 원리금을 잘 갚을 수 있는지를 보는 DSR 개념도 새로 도입된다고 전했다.

또한 이 경우 대출 금액이 줄고 신규대출을 받기도 힘들어질 것이라는 시중은행 관계자의 논평도 MBC는 소개했다.

MBC에 의하면 당초 금융위원회는 은행연합회와 이 가이드라인을 준비해 최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미뤄졌다고 했다. 기획재정부의 반대 때문이라고 했다. 대출을 갑자기 조이면 경기 위축이 우려되는 만큼 금융위 마음대로 이런 방안을 시행토록 놔둘 수는 없다는 기재부 관계자의 말도 전했다.

가계부채가 올해 안에 1200조원을 넘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대출심사권 강화를 놓고 정부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게 MBC의 지적이었다.

MBC의 보도가 전해주는 의미는 자명하다. 각계가 부채 왕국인 한국 경제를 걱정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아직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국민들의 걱정이 커지는 이유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민들에게 납득할 만한 국가 위기 방지 대책을 만들어 시행해야 할 것이다. 내년 총선보다 더 급한 것이 '나라 경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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