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치 독사 '땅새(변요한 분)'와 삼한 제일검 '길태미(박혁권 분)'의 끝장승부를 예고한 '육룡이 나르샤' 17회 엔딩 장면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11월30일 방영에서 정치적으로 몰락한 '길태미(배우 박혁권)'는 매우 특이한 등장인물이다.

악역이지만 팬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특유의 엽기적인 해학으로 가득찬 대사가 중견 연기자 박혁권의 연기력과 조화를 이뤄 10년 이내 다시 보기 힘든 천재적인 캐릭터로 호평받고 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길태미를 살려 달라’는 열렬한 요구를 드라마 감독에게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날 방송에서, ‘어떻든 길태미는 나쁜 사람’이란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전하려고 부심한 듯하다.

그동안 길태미는 악역 중에서도 가장 잔혹한 최고 무사라는 극중 설정에도 불구하고, 잔혹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출중한 무술은 가끔씩 선보였지만, 자신보다 약자임을 확인하면 바로 칼을 거두고 따뜻한 말을 건네곤 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선, 11월30일 방송에서 그동안 못 보여준 '악한' 모습을 보이려고 무리를 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마침내 그는 ‘양들의 침묵’ 한니발 렉터가 되고 말았다.

비밀 약속 장소 비연각에서 섣불리 체포를 시도한 적병을 살해한 장면은, 한니발 렉터가 여성 상원의원을 만나고 다시 갇힌 특별 감옥을 탈출할 때와 같은 분위기였다.

중무장한 경찰들이 현장에 왔을 때는 한니발은 사라지고 경찰관 시신만 남아있는 섬뜩한 분위기와 흡사했다.

차이가 있다면, 한니발 렉터로 등장한 앤소니 홉킨스는 잔혹한 살인을 하기에 앞서 피를 뒤집어쓰며 물어뜯는 무시무시한 모습을 잠시 보여줬지만, 길태미는 오로지 눈 화장만 했다는 점이다.

“눈 화장 짝짝이 되면 너희 다 죽는다. 어차피 다 죽일 거지만”이라는 대사가 나온 후에는 곳곳에 쓰러진 병사들 모습으로 바로 넘어갔다.

길태미가 워낙 많은 성원을 받다보니 감독은 이번 한 주를 통틀어 '길태미 특집'처럼 편성한 듯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정든(?)’ 시청자들을 떠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육룡이 나르샤’는 정통사극이 아닌 '팩션사극'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과의 괴리를 지적하는 것이 별 의미는 없다. 정통사극이라고 하는 작품도 시청자 편의 또는 제작자의 무지로 인한 실수가 빈발하는 마당이다.

그러나 사극을 즐기는 시청자들의 상식 차원에서 한 가지는 지적한다.

극중 최영이 자신을 무민대장군이라고 소개하는 장면은 역사적 사건의 전후 관계에 너무나 어긋났다. 이는 왕비가 되기 전 인현왕후를 ‘인현’이라고 부른 것과 마찬가지 시간의 오류다.

'무민(武愍)'은 최영이 사후에 받은 시호다. 특히 '민(愍)'은 공은 있지만 죄인이기도 한 사람을 추모할 때 자주 쓰이는 글자다. 살아있는 최영이 최고 관직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절대 쓸 글자가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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