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한국시각) 애플이 또다시 망신을 당했다. 신용평가사 피치가 “현재 애플은 자신의 신용상태보다 훨씬 높은 등급을 받고 있다”며 “지금보다 신용등급을 3단계쯤 낮춰야 적절하다”고 폄하한 것이다. 이는 최근 애플실적 발표를 앞두고 “팀 쿡 CEO가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온데 이어 제기된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월가에 따르면 애플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지난주엔 애플의 1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일부 주식보유자들이 팀 쿡 CEO가 회사를 떠나지 않을 경우 애플주식을 대량 처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그런데 이날엔 피치가 직격탄을 날렸다. 피치 측의 주장인 즉 애플은 현재 ‘AA'라는 높은 신용등급을 받고 있는데 이는 애플이 처한 상황을 감안할 때 과분한 등급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피치는 다만 향후 애플의 등급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지금보다 적어도 3단계는 낮춰야 할 것이라고 가름했다. 신용등급을 싱글 ‘A’ 수준으로 깎아도 무방하다는 지적이다.
 
피치가 애플을 폄하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애플이 안고 있는 사업리스크가 너무나 크다고 피치는 지적했다. 애플이 비록 1450억달러라는 막대한 규모의 현금을 쌓아놓고 있지만 사업리스크가 이같은 여유자금 규모를 능가한다고 일침을 가한 것이다. 피치는 그러면서 “작금의 IT관련 기술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자칫 상황변화에 대처하지 못할 경우 애플이 아무리 많은 여유자금을 쌓아 놓고 있다 해도 견뎌내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치는 이어 이미 소니나 모토로라 등 굴지의 IT기업이 과거에 그렇게 잘나가다 기술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된 사례가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피치가 애플을 깎아 내린 이유는 또 있다. 그간 애플은 너무나 많은 루머를 양산해 왔다. 애플을 둘러싼 뉴스도 너무나 지저분했다. 툭하면 신제품 개발에 나서겠다고 해놓고는 수시로 말을 바꾸었다. 애플 워치, 애플 안경, 5인치 아이폰 제품, 4인치 제품, 저가폰 등 신제품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런저런 소문이 난무했다.
 
이에 주주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배당을 하지 않으면 소송을 걸겠다는 주주가 나왔고 심지어 지난주엔 팀 쿡이 물러나지 않으면 주식을 대량 매도 처분하겠다는 주주들의 반란조짐까지 나타났다. 이에 팀 쿡은 배당률을 높이고 자사주매입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서야 간신히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팀 쿡은 신제품보다는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과 같은 ‘당근’으로 연명하고 있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30일(한국시각)에도 애플은 또하나의 소문을 쏟아냈다. 7월중에 아이폰5S 신제품을 조기에 출시한다는 루머가 그것이다. 이바람에 피치의 맹공에도 불구하고 이날 애플의 주가는 3.1%나 오른 430.2달러를 기록했다. 아울러 애플의 주가는 2주만에 430달러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이날의 주가 회복조차도 그간 낙폭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일축했다. 양치기 소년이 된 애플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팀 쿡의 자리보전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공백이 그 어느 때보다 커 보인다. 왜 시장에서 팀 쿡을 향해 “어떤 새 일을 하려들지 말고 스티브 잡스가 개발해 놓은 옛 프로젝트를 꺼내 쓰는 것이 더 바람직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하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시장은 지금 팀 쿡을 믿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피치가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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