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빈곤 가구 감소 추세지만 고시원 사는 청년은 폭증

[초이스경제 김슬기 기자] '주거빈곤'에 몰리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서울의 주거빈곤율은 지난 2005년 24.2%에서 2010년 22.2%로 줄었지만, 만16~34세 청년세대 1인 가구 주거빈곤율은 34.1%에서 36.6%로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KBS '시사기획 창'이 우리나라 청년세대 주거빈곤 실태를 점검해 눈길을 끌었다.

2일 방송계에 따르면 '시사기획 창'이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곳에서도 높은 주거 비용 부담을 져야만 하는 청년세대의 사연을 전했다.

28살 박동수씨는 월세 35만원을 내는 옥탑방에서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서울에 올라왔을 당시 박동수씨와 동생은 급히 거처가 필요해 옥탑방을 구했다. 처음에는 1년만 살 생각이었지만 최근 계약을 연장했다. 박동수씨는 "둘 다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옥탑방에서 한동안 더 살아가야 할 것 같다"면서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로 100만원을 벌면 방세, 공과금, 핸드폰 요금에만 50~60만원 정도가 들어가니 저축할 여력이 없다"고 말한다.

서울에서 사는 청년 1인 가구 중 지하와 옥탑방 거주자는 지난 2005년 6만5145명에서 2010년 4만8313명으로 줄어들었지만, 고시원 등 주택이 아닌 곳에서 사는 청년은 2981명에서 2만3939명으로 8배 가량 폭증했다. 고시원에서 살아가는 3만3319명 중 청년세대가 63%를 차지할 정도다.

그런가하면 청년세대는 소득 수준에 비해 높은 주거비 부담을 감당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주거비에 소득의 30% 이상 지출하는 청년 1인가구 비율이 69.9%에 이른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은 "간단하게 생각해 100만원을 벌면 30만원 이상을 주거비로 쓰는 것이다"며 "월세만 해도 이미 30만원을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 같은 경우는 이런 주거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 정부 정책이 개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고시원 생활 모습 /출처=KBS 시사기획 창

 

24살 김영씨는 서울 신촌 대학가에 위치한 고시원에서 생활한다. 김영씨는 "양팔을 뻗으면 양쪽 벽에 닿을 만큼 비좁은 공간에서 살다보니 감정적으로 날카롭고 예민해진다"면서 "처음에는 원룸을 알아봤지만 천만원대인 보증금을 감당할 수 없어서 포기했고, 월 25만원만 내면 수도세·전기세까지 해결되는 고시원을 찾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르바이트 소득은 한정적인데 주거 비용에 통신비, 식사비까지 해결해야 한다"면서 "넓은 건 둘째 치고, 건너편 창문 있는 방으로 옮기기만 해도 좋을 것 같은데 월 5만원을 더내야 한다"고 한숨짓는다.

정부는 청년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생 전세 임대주택, 대학생 희망 하우징, 행복주택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학생 전세 임대주택의 경우 전세 보증금을 저금리로 지원해주는 제도다. 28살 유상민씨는 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전세금 7000만원을 대출받아 방 2개가 있는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유상민씨는 "이 집을 구하기 전까지는 여동생과 원룸에서 생활했다"면서 "보증금이 없으니 월세도 60만원 이상 이었는데 이제 2%대 전세 이자와 월세 25만원을 합쳐 36만원으로 주거 부담이 줄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주거 빈곤 청년이 139만명에 달하는 데 비해, 대학생 전세 임대주택 공급량은 2011년 이후 2만2000호에 그친다.

서울시가 집을 마련해 대학생을 입주시켜 10만원 이내의 월세를 받는 '희망 하우징' 역시 5년간 지원된 물량이 1572가구로, 서울시의 주거 빈곤에 내몰린 청년 수에 비해 공급 수가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5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행복주택'에 입주하게 된 20살 이민수씨의 보금자리는 20㎡ 크기에 조리시설, 냉장고, 책상까지 갖춰진 새 집이다. 보증금과 월세는 각각 3160만원, 16만3000원이다.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전국 14만 가구의 행복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행복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로 인해 위기를 맞았다. 서울 수서 행복주택 예정지에서는 주민들의 반발에 사업 설명회 한 번 여는 것 조차 힘들고 목동, 잠실지구, 송파지구도 정부가 사업을 포기하거나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임경지 민달팽이 유니온 위원장은 "한 행복주택 주민 설명회를 다녀왔는데,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이 '내가 이 집을 어떻게 샀는데 공공주택이 들어와서 집값을 떨어뜨리느냐, 공공이 지은 걸 청년이 가져가려고 하는 건 도둑놈 심보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 출처=KBS 시사기획 창

 

공공 정책 울타리 밖에서도 청년세대의 주거 부담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울 낙산공원 근처 '셰어하우스(share house)'에서 살고 있는 24살 최예슬씨는 귀가하면 룸메이트 여성들과 수다 떨기 바쁘다. 넓이 116㎡에 이르는 새 아파트에서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는 셰어하우스는 보증금 70~80만원, 한 달 월세는 37만원이다.

셰어하우스는 한 사회적 기업에서 운영하는데, 집주인과 업체가 임대 계약을 한 뒤 셰어하우스로 꾸며서 입주자를 모집한다. 세입자는 보증금 부담을 덜 수 있는 데다, 집주인 역시 안정적인 월세 수익을 벌 수 있다.

사회적 기업 김정현 대표는 "3000명 정도가 신청했는데 현재까지 입주한 사람이 200명 정도며, 현재 20개 정도의 셰어하우스가 있는데 내년 이맘 때 쯤 200개 이상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증금과 더불어 월세 부담까지 크게 낮춘 '사회주택'도 있다. 사회주택은 비영리 민간단체가 지자체로부터 금융지원을 받아 전세로 마련한 주택을 임대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8월부터 사회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는 29살 함금실씨는 "고향을 떠나 서울에 온 뒤 5년 내내 고시원에서 살았는데, 정말 어렵게 찾은 저렴한 가격대의 고시원이 32만원이었다"면서 "지금은 보증금 60만원에 월세 23만원만 내고도 고시원보다 쾌적한 곳에서 또래 남녀와 교류하며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최은영 연구위원은 "사회주택은 굉장히 파격적인 공공의 지원과 주택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 비영리 민간주체에 의해 공급되는 것으로, 현재 그 수는 미미하지만 청년들의 주거빈곤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는 미래가 있을 수 없는데 청년의 주거 문제는 곧 저출산 문제로 직결된다"면서 "우리 사회의 기초가 흔들리지 않도록 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사기획 창' 제작진은 "더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사회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등, 청년 주거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큰 그림은 이미 나와있다"면서 "이제 필요한 것은 정책적 의지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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