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선두 트럼프 견제하고 싶어도 반격이 두려워

▲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해동갑족은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정치 일선에서는 멀리 있지만, 막강한 재력과 명성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명문 집안을 일컫는 말이다. 고려가 지방 호족 연합을 근간으로 세워져 이런 체제가 475년 역사 내내 지속된 점에 비춰볼 때, 단지 각본 속의 상황 만은 아니다. 이들은 명성이 자자한 것과 달리, 실제로는 힘을 앞세워 도전해 오는 세력에게 쉽게 굴복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망해가던 나라 고려에도 ‘해동갑족’ 이라는 떵떵거리는 가문들이 있다는데, 전세계 최대 강대국 미국에도 당연히 이런 명문거족이 있게 마련이다. 

미국의 ‘해동갑족’에 해당하는 대표 집안이 코크 가문이다. 찰스와 데이비드 코크는 미국의 네 번째 부자다. 이들의 재산은 각각 430억달러(50조원)에 달한다고 AFP는 전했다. 박스는 이들 형제가 각각 6위, 7위 부자라고 보도했다.

코크 형제는 재벌 가문으로 조용히 현실만 지켜보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은 다른 부자들의 기금을 모아서 연방정부의 역할을 줄이고 세금을 줄이는 일을 벌이고 있다. 부자인 점도 그렇지만 이들이 돕는 일이 모두 공화당의 성격과 일치한다. 민주당 소속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후 이들은 더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코크 형제가 설립한 ‘번영을 위한 미국인’은 이런 활동을 위한 기구다. 비과세 특혜를 이용해 기부자들의 익명을 보호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 기구가 익명성을 이용해 정치권에 검은 돈의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이들을 요즘 가장 괴롭히는 것은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나 다른 민주당 정치인이 아니다. 공화당 대통령 경선의 선두주자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다.

공화당 정치를 오래 해 온 사람들은 트럼프의 경선 선두 질주에 대해 적응을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들은 당초 트럼프가 스스로 무너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후보 경선을 위한 전당대회가 임박할수록 상황 변화가 없다는 점에 당혹하고 있다.

이들이 그렇다고 앞장서서 트럼프에 맞서 싸우지도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성향을 잘 알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누구든 자신을 향해 맨 먼저 비난을 하는 사람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반격을 가한다.

코크 형제는 헷지펀드를 운영하는 폴 싱어와 함께 공화당의 양대 자금 라인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들 또한 이런 이유에서 트럼프와의 전면전을 꺼리고 있다.

찰스와 데이비드 코크 형제는 모두 혼자 트럼프의 재력을 앞선다. 그러나 트럼프는 앞뒤 안가리는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코크 형제와 같은 ‘해동갑족’은 이런 싸움에 말려드는 자체가 가문의 손해다.

복스는 정치권 관계자를 인용해 코크 형제와 싱어가 트럼프에 맞서는 의논을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이들을 조롱하고 나서자, 더 이상의 반격을 견딜 의욕을 상실했다.

복스 표현에 따르면 코크 형제는 머리 아픈 일이 없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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