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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사람 잡는다더니, 여자는 더 잡는다
술이 사람 잡는다더니, 여자는 더 잡는다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5.12.03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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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대사 질환자나 임산부는 조금만 마셔도 위험해

[초이스경제 김슬기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알코올 소비량은 전세계 15위, 아시아 1위다. 특히 최근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어나면서 여성의 술 소비량 역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KBS '생로병사의 비밀'이 여성들의 음주가 더 위험한 이유와 함께 절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3일 방송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생로병사의 비밀'이 술자리 모임이 잦아지는 12월을 맞아 음주가 신체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보도했다. 특히 사회 진출이 늘고 과일소주 등 저도주가 등장하면서, 술을 자주 마시게 되는 여성들이 급격히 증가했다. 대학가에서 만난 여대생들 역시 "처음 만난 사람과도 술자리를 통해 쉽게 친해진다", "도수가 낮은 과일소주가 유행하면서 많이 마시게 된다"고 전했다.

35살 직장인 김미영씨는 다이어트 때문에 도수가 낮은 '과일소주'를 마신다. 그러나 일반소주와 과일소주를 마신 후 각각 체내 혈당 변화를 측정한 결과, 일반소주는 시간이 흐를수록 서서히 혈당이 떨어지는 반면 과일소주는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도수가 낮아 과음하게 될 경우 더 많은 당질과 함께 높은 칼로리를 섭취하게 된다.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박철영 교수는 "과일소주에는 상당한 당질이 포함돼있을 가능성이 크고, 인슐린 분비를 반복적으로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 출처=KBS 생로병사의 비밀

 

비만과 당뇨 이외에도 술은 여성의 건강에 더욱 치명적이다. 남성과 마찬가지로 뇌와 췌장, 간에 손상을 줄 뿐만 아니라 여성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유방암, 생리통, 생리 불순, 조기 폐경 등 여성 질환이 발병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폐경기 여성의 경우 골다공증에 더욱 쉽게 노출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소주 두 잔 정도의 음주라도 불임 가능성을 60% 높인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으며, 임신 초기에는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태아가 알코올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58살 김성희(가명)씨는 하루 소주 한 병씩 마셔야만 잠이 든다. 젊었을 때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지만, 이혼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술을 찾기 시작했다. 김성희씨는 "우울증 때문에 신경안정제를 먹었는데 내성이 생길까봐 술을 대신 마시게 됐다"며 "술을 안마시면 새벽 2시까지 잠을 못잘 때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수면의 질을 분석하는 검사를 진행한 결과, 체내에서 술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정상인에 비해 잠에서 자주 깨게 되고 좀처럼 깊게 잠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과 교수는 "술을 끊고 바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고, 정상 수면 패턴을 찾는 데 몇 년 이상 걸리는 사람도 있다"면서 "처음에는 약물 치료를 통해 잠의 패턴을 찾아가다가, 약물도 천천히 줄여가면서 정상적인 수면 형태를 찾아가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알코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언급됐다. 여성은 감정 조절 역할을 담당하는 안와전두엽 부위가 활성화 되어있는데, 술로 인한 자극이 지속될수록 쉽게 알코올 의존증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김성희씨 역시 술에 관한 사진이나 영상을 접하자, 보상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가 또래 비음주자에 비해 활성화 됐다.

의료진은 "여성의 경우 남성과 같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한다고 해도, 체중이 적게 나가는 경우가 많고 체지방 함량이 높으며 수분 함량이 낮다"면서 "또한 알코올 분해 요소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고 알려져 있어서 건강에 더 치명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는 '생로병사의 비밀'에 출연해 술을 꼭 피해야 하는 고위험군에 대해 조언했다. 먼저 간질환이 있거나 B형, C형 간염질환자, 역류성 식도염 환자, 당뇨병 등 대사 질환과 심혈관 질환자, 임산부는 술 한 잔도 독배가 될 수 있다. 특히 임산부의 경우 알코올 섭취는 태아에게 신체적 기형이나 심리적 장애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 출처=KBS 생로병사의 비밀

 

'술 한 잔은 약'이라는 말에 대해 오상우 교수는 "결국 술을 마시는 양이 중요한 건데,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정의하는 과음의 기준은 소주 5잔, 양주 4잔, 와인 3.5잔, 맥주 3병에 해당한다"면서 "반주를 즐기는 사람들도 이미 과음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술과 다이어트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술 자체로는 영양소가 없기 때문에 간에서 일부 지방으로 변할 뿐 지방으로 잘 축적되지 않는다"면서 "다만 술을 마실 때 기름지고 단 음식에 대해 식욕을 자극하고, 체내 지방 분해를 억제해서 지방을 유발할 수 있으며, 내장지방량을 늘리기 때문에 대사증후군에 치명적인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소량의 술이 심혈관 질환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심장, 부정맥 심부전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부정맥 질환 중 하나인 심방세동은 심장 윗부분인 심방이 규칙적으로 수축·이완하지 못하는 질환으로, 심방세동으로 인해 심장 내에서 굳은 혈전이 뇌졸중, 동맥경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치매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 또한 최근 한 연구에서는 소량의 음주가 심혈관 질환에 도움이 되는 것은, 특정 변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적정한 음주를 했을 때 해당된다는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특히 음주 후 바로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의 경우 과음을 주의해야 한다. 알콜은 체내에 들어가면 20%는 위점막에서, 80%는 소장에서 흡수돼 간으로 이동하는데 알콜의 90%가 간에서 해독된다. 간이 에탄올을 분해하는 동안 '아세트 알데히드'라는 독성물질이 생성되는데, ALDH(알콜 분해 효소)가 이를 분해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ALDH가 잘 분비되지 않는 사람은, 아세트 알데히드의 부작용으로 혈관이 확장돼 얼굴과 전신이 붉어지거나 두통, 가슴 두근거림 증상이 나타난다.

전용준 내과 전문의는 "아세트 알데히드는 1급 발암물질로 몸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뇌 신경 세포를 억제하고 간 대사에도 영향을 미쳐 지방간, 간염, 간경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혈간의 탄력성을 떨어뜨린다"고 경고했다.

절주를 위해서는 개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조직 내에서도 건전한 음주 문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이 술로 인해 건강, 범죄, 가정, 경제, 일상생활 등에 지장을 받았다고 답했으며 그 원인으로 '언제 어디서나 음주할 수 있는 환경', '먹고 죽자 식의 과음·폭음 문화', '거절해도 강요하는 문화' 등을 꼽았다.

직장인들이 회식 등 술자리에 참여하는 이유로 '원만한 관계를 위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82.7%에 이른다. 최근에는 술 없이도 건전한 회식 문화를 만들어가는 기업이 늘고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간단한 운동이나 게임을 한 뒤 점심식사를 하는 것으로 회식을 대체하거나, 한 달에 한 번 모여 등산을 하기도 한다. 직원들끼리 점심시간을 이용해 암벽 타기를 하는 업체의 직원들은 "점심시간이라 모두 참여할 수 있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면서 "술자리가 줄면서 가족 관계도 좋아졌다"며 만족해한다.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술을 잘 먹어야만 대인관계를 잘하고 성격이 좋은 거라는 선입견부터 버려야 한다"고 말했으며 박철영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딱 한 잔의 술만으로도 치명적인 사람이 있는데, 먼저 자신의 주량을 잘 파악해 절주해야 하고, 주변에서도 이런 사람에겐 억지로 술을 권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진은 "개인의 절주 의지와 함께 사랑하는 친구와 동료, 선후배를 위해 상대방을 배려하는 술자리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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