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제·가공버터 등 첨가 시 보존기간 늘어나

[초이스경제 김슬기 기자]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식사대용으로 간편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빵을 자주 찾는다. 지난해 빵 시장 규모는 6조3000억 원으로 추정되며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KBS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 빵의 실체를 파헤쳐 눈길을 끌었다. 빵이 장기간 변질되지 않는 충격적인 이유들이 조명됐기 때문이다.

5일 방송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소비자 리포트'에서는 시중에 판매되는 양산빵, 프랜차이즈빵, 일반 제과점 빵들의 실태를 점검했다.

 

 

 

50대 주부 안미정씨는 집 안 구석에서 유통기한 3년이 경과된 빵을 발견하고 당황했다. 봉지에 담긴 빵에서 곰팡이의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안미정씨는 "3년 동안 실내온도가 30도가 넘어가는 날도 있었을 텐데 육안으로 봤을 때 멀쩡한 걸 보니 방부제가 다량 들어간 건 아닌지 의심됐다"고 말한다.

실험결과 빵에서는 지방이 상해가는 산패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곰팡이는 없었다. 부패가 이처럼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차윤환 숭의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일단 오븐에서 굽는 과정에서 수분함량이 적어졌고 안에 있는 단팥 앙금의 당도가 높은 점도 부패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이 제조업체를 상대로 빵에 쓰인 원재료와 식품첨가물을 자세히 밝혀달라고 요청하자 제조업체 측은 "모든 제품에 보존료 계열의 식품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도 사용이 금지돼있다"고 답했다.

공장에서 대량생산, 대량유통되는 이른바 양산빵과 프랜차이즈빵, 일반 제과점 총 8곳에서 구입한 식빵을 대상으로 부패추이 관찰실험을 진행한 결과 일반 제과점 빵에서 가장 먼저 곰팡이가 발생했고 프랜차이즈빵, 양산빵 순서로 곰팡이가 확산했다. 그러나 실험 21일이 지날 때까지 곰팡이가 전혀 피지 않은 양산빵도 있었다.

해당 빵의 제조업체는 검사 결과에 대해 "제조단계에서  공기를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곰팡이 균이 식빵에 침착했을 가능성이 낮아 부패가 늦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빵을 비롯한 가공식품에 널리 쓰이는 식품첨가물인 유화제가 양산빵들의 부패속도를 늦추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물과 기름을 섞이게 해 신속하게 반죽할 수 있도록 해주는 유화제는 일명 식품의 노화방지제로 불린다.

충남대 식품생명공학과 성찬근 교수는 "유화제는 부패 방지 효과가 상당하고 기호성, 상품성을 좋게 한다"고 말했다.

일부 양산빵 첨가물 표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공버터에도 합성보존제인 데이드로 초산나트륨이 들어간다. 이는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하는 가공식품 보존료로 치즈, 버터, 마가린 등의 보존기한을 늘리기 위해 사용된다.

순천향대 의대 가정의학과 조운 교수는 "데이드로 초산나트륨은 안전하지만 과량으로 몸에 축적될 경우 간이나 신장에 굉장한 무리를 줘서 독성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체가 대량으로 빵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식품첨가물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성찬근 교수는 "첨가물을 넣지 않은 빵은 딱딱해서 먹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소화가 잘 안되기 때문에 유화제 등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지게 된다"고 전했다.

 

 

 

제작진이 실제로 제빵전문가와 함께 식품첨가물을 넣은 빵과 넣지 않은 빵의 차이를 실험한 결과 식품 첨가물인 제빵개량제를 넣은 반죽의 경우 이스트와 천연발효종을 넣은 반죽에 비해 더 빠른 시간에 크게 부풀어 있었다. 단시간에 많은 양을 생산해야하는 경우 제빵개량제를 사용함으로써 생산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빵의 광택과 색상도 좋아질 뿐 아니라 유통기한도 더 길어졌다.

한편 프랜차이즈업체의 경우 반죽이 본사에서 일괄적으로 배분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빵에 어떤 첨가물이 들어가는 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매장에서 빵을 굽는 제빵사조차 "어떤 재료로 반죽이 만들어지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확산되고 있는 자연발효 빵집의 경우 "제빵 개량제 등의 식품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고 있으며 저지방 우유로 반죽한다"고 답했다.

소비자 시민모임에서 활동하는 주부 8명을 대상으로 양산빵과 프랜차이즈빵, 식품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은 빵 8가지를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뻑뻑하고 끝에 쓴맛이 느껴져 불만족스러운 빵으로 꼽힌 제품은 양산빵이었고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 난다는 평을 받은 제품은 무첨가물 빵이었다.

그런가하면 한 협동조합에서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식품에 모든 첨가물들을 자세히 표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쿱생협의 오귀복 총괄국장은 "소비자들이 식품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품면에 표기된 것에 그친다"면서 "그 식품이 어떤 성분으로 이뤄져있는지 정확하게 표기하는 것만이 소비자들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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