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들 본받아야...삼성도 다른 한편에선 필요한 투자 병행해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최근 삼성그룹이 전방위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는 걸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하나는 우리의 경제환경이 얼마나 나쁘면 삼성그룹이 저토록 몸을 사리는 것일까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정작 구조조정이 시급한 부실기업은 조용하고 가장 잘 나가는 기업만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것 같아 애가 탄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최근 삼성의 군살빼기가 살벌하다. 줄일 수 있는 건 다 줄이고 있다. 일부 화학 계열사와 방산 계열사는 이미 한화그룹과 롯데그룹 등에 팔아 넘겼다.

불요불급한 자산은 물론 핵심 자산도 줄줄이 매각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자산 매각이 두드러진다. 삼성생명은 본사 건물은 물론 삼성 본관 빌딩을 포함해 무려 8곳 이상의 대형 자산을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생명은 이들 자산 매각을 통해 2조원 이상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대규모 적자를 내는 계열사에선 전 직원 무급휴직도 마다하지 않는다. 삼성엔지니어링이 대표적 케이스다. 이 회사는 지난 3분기 중에도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자 12월부터 급기야 전 직원 1개월씩 무급 순환 휴직을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삼성의 구조조정 칼날은 임원들에게도 직격탄을 날렸다. 삼성은 최근 2016년 임원승진인사를 단행했다. 결과는 칼바람이었다. 신규 임원 승진자가 294명으로 300명을 밑돌았다. 승진자 수가 전년 대비 17%나 줄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지난 2009년(247명) 이후 최저치다. 재계에선 삼성의 임원 승진자가 확 줄었을 뿐 아니라 전체 2000명 임원 중 약 400명은 직장을 떠났을 것이란 얘기도 나돌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국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삼성그룹이 가장 획기적으로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이름하여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여겨진다. 더 나아가선  진짜 위기가 오기 전에 전열을 재정비 하는 모양새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삼성을 바라보는 기자의 심정은 착잡하다. 국내 최고의 기업에서 저토록 획기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우리의 경제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삼성의 최근 행보를 탓할 수는 없다. 경제가 더 어려워지기 전에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일은 어찌보면 해당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는 까닭이다.

다만 삼성의 위치가 있는 만큼 비록 내 몸집은 줄이더라도 국내 경제를 살리는 쪽에도 앞장서 줬으면 하는 바람은 간절하다. 필요한 투자는 과감히 늘려주고 젊은이들에게 새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에는 인색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그것이다. 그래야만 삼성의 구조조정이 국민들에게 불안감 보다는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선제적 구조조정은 또다른 메시지도 던져주고 있다. 정작 몸집을 줄여야 할 기업들은 조용하고 가장 잘 나가는 기업만 구조조정의 북소리를 가장 크게 울리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아쉬운 점이다.

현재 한국이 처한 현주소는 어떤가. ‘부채왕국’ 그 차체다. 가계부채가 올해 안에 12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벌어서 이자도 못내는 소위 ‘좀비’기업이 3000개를 넘어선지 오래다. 모두가 부채를 줄이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들의 구조조정이야 말로 정말로 촌각을 다투어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이들의 부채를 줄이고 군살을 빼는 일은 부진하기 짝이 없다.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삼성도 저토록 과감하게 체질을 바꿔나가는데 정작 빚쟁이 기업들은 망설이고 있어 걱정이다.

이쯤에서 다시 한 번 정리해 보자면 삼성이 던져 주는 메시지는 “정작 구조조정이 시급한 곳은 조용하고 가장 잘 사는 곳은 요란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구조조정의 “선후가 바뀌었다”는 느낌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민세금 갖고 일방적 퍼주기식 경제정책만 펼칠게 아니라 더 큰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부실기업 단속부터 먼저 하는 것이 순서”라는 생각도 확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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