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적으로 굳어진 역할 분담 편견 이어져...부모 세대 영향도

▲ 사진 출처=KBS 아침 뉴스타임

 

[초이스경제 김슬기 기자] 우리나라 남성들이 '가사노동'에 쓰는 시간은 하루 45분으로 남녀평등 지수가 우리보다 낮은 인도(52분), 중국(91분), 남아프리카공화국(92분)보다 짧다. 맞벌이 부부 여성이 남성보다 5배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서 남성의 가사노동이 좀처럼 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진단했다.

8일 'SBS 전망대'에 출연한 권수영 연세대 상담코칭지원센터 교수는 먼저 남성들의 하루 가사노동 시간이 OECD 평균(139분)에 비해 적은 것에 대해 "일단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시간 자체가 세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퇴근시간 자체가 늦기 때문에 주말에 하루 종일 가사노동을 해야만 OECD 평균과 비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 문화권에서는 자녀 양육과 부엌일에 대한 여성 집중도가 너무 크다"면서 "젊은 층에서는 가사분담을 하는 경향도 있지만 도와준다는 개념에 그칠 뿐 최종 책임은 여성의 몫이다는 생각이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역사·문화적으로 살펴보면 전쟁 경험이 많고 외세 침략을 많이 당한 나라일수록 남성들은 나라를 위해 싸우고 여성들은 집안을 건사하는 형태로 일이 분담되면서 전통적으로 가사일만큼은 여성들이 맡는 문화가 굳어진 것이다"고 설명했다.

희생을 전제로 한 모성애도 여성에게 가사 일이 편중되는 요인으로 꼽혔다. 권수영 교수는 "대학에 다니는 주부들을 보면 항상 남편과 자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면서 "잘 못 챙겨주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고 방학 때면 아이들과 살림에 몰두하며 남성들이 안 도와줘도 결국 자신이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더라"고 말했다.

가사분담에 대한 세대간 차이를 묻는 질문에는 "요즘 신혼부부들은 여성과 남성의 역할 분담이 뚜렷하지 않은 세대로 가사노동이나 재정 관리에 대해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보수적인 부모 세대와 함께 자라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명절 때는 여성들이 전통적인 역할 수행을 하게 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결혼에서는 육아·가사일 등이 현실이기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희생'을 강요하게 된다"면서 "일각에서는 우리가 결혼할 때 사랑의 서약을 하는데, 앞으로는 '평등'과 '정의'의 서약까지 해야 한다고 강조할 정도다"고 전했다.

가사 일을 분담해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여성들은 '남편이 알아서 일을 찾아서 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데 습관이 되지 않으면 절대 못찾는다"면서 "남편은 아내에게 필요한 일을 자주 물어봐야하고 평소에 서로 나눠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정해놓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며 남편이 일을 해주면 당연하다 생각하지 말고 칭찬해야 한다"고 전했다.

권수영 교수는 "외국에서 남성들의 가사노동 시간이 긴 것은 스스로 즐겨하는 것이 많기 때문인데 유럽에서는 마당에 물을 주는 것, 하우스 창고에서 물건을 고치는 것, 목공 등이 모두 자기 몫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도 자연스럽게 그런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부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