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의태 기자] “사고를 담당하는 뇌에 끈적거리는 플라그가 생겨 뇌세포안의 내용물이 새나오고 그래서 시냅스가 녹아내리는…저택의 전기차단기를 하나씩 내리는 것처럼 뇌 기능이 점차 사라져가는 것”

영화 ‘어웨이 프롬 허’에서 남자 주인공인 은퇴한 노교수 그랜트가 얘기한 알츠하이머 정의다.

40년 넘게 함께한 부부 그랜트와 피오나에게 불행이 찾아온다. 아내 피오나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것. 피오나는 자진해서 요양원에 입원하고 그랜트도 결국 그녀의 결정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기억을 잃은 피오나가 요양원에서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아무리 애써도 아내의 기억을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게 된 그랜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 아내를 보내주는 것임을 깨닫는다.

▲ KIST 김영수 박사

알츠하이머는 이처럼 무서운 병이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현재로서는 증세를 완화시키는 대증요법만 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신약 후보 약물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뇌의학연구단 김영수 박사와 뇌과학연구소 김동진 소장 연구팀이 뇌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Aβ응집체를 분해 및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신약후보물질(EPPS)을 개발, 생쥐실험으로 효과를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실험 쥐에게 소분자화합물인 'EPPS'를 3개월간 물에 타서 마시게 한 결과, 뇌 안에서 치매를 일으키는 독성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분해되고, 관련 증상인 뇌 속 염증도 사라졌다"고 밝혔다.

 또한 "EPPS 용액을 마신 쥐가 인지 능력을 얼마나 회복하는 지 미로 찾기 등을 통해 검증한 결과 정상 쥐의 90%까지 회복된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EPPS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핵심원인으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덩어리를 뇌에서 제거해 인지능력을 정상수준으로 회복시킬 수있는 신약후보물질이다.
 

▲ 영화 '어웨이프롬 허' 주인공 부부

알츠하이머병은 고령화 시대의 대표적 질환인 치매에서 80%정도를 차지하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아직 뚜렷한 예방 또는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고 있다.

연구진은 정상인 뇌에도 있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단량체가 알츠하이머병 환자 뇌에서는 응집체로 분포하는 데 착안해 단백질 응집체와 다양한 합성화합물의 상호작용을 조사, EPPS라는 물질이 응집체를 독성이 없는 단량체로 분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EPPS를 물에 녹여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생쥐에게 3개월간 먹인(30㎎/㎏, 100㎎/㎏) 후 변화를 관찰한 결과 뇌 해마와 피질 부위에 있던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가 모두 단량체로 분해돼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 12월 9일)에 실렸다.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EPPS가 의약품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전임상 및 임상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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