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추적 60분서 '쇼닥터'의 실상 진단...시청자 반응 주목

[초이스경제 김슬기 기자] 우리는 종종 의사의 정확한 진단이나 처방이 아닌, TV나 인터넷을 통해 접한 민간요법 등을 시도하다 병을 키운 사람들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일부 의사의 조언 역시 의학적인 검증을 받지 않은 사례가 등장해 시청자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KBS '추적 60분'이 방송사와 의료진, 홍보 대행사 간 거래를 통해 이뤄지는 '쇼닥터'의 위험성을 진단해 시청자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10일 방송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방영된 '추적 60분'에서는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지상파, 케이블, 종편채널 등이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앞다퉈 편성하고 있는 가운데, 방송 출연이 잦은 '쇼닥터'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 눈길을 끌었다.

서울시 마포구에 사는 30대 정유미씨는 6살 아들의 아토피 때문에 매일 노심초사다. 면역력이 약해지면 재발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위생에 신경 쓰는 것은 물론 모든 반찬을 직접 만들어 먹인다. 과자나 사탕도 함부로 먹을 수 없어 아토피에 좋다는 보조식품이 곧 간식이다.

 

▲ 사진 출처=KBS 추적 60분

 

정유미씨는 "시아버지로부터 '목초액이 아토피에 좋다더라'는 말을 전해 듣고는 인터넷에서 경험담을 찾아봤다"며 "실제로 아이들 아토피 개선에 도움을 받았다는 후기를 본 후에 구입해서 목초액으로 목욕을 시키고 계속 발라줬는데, 다음날 아이 피부가 화상을 입은 것처럼 악화돼 병원에 입원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당시를 생각하면 끔찍하고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그렇지만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어떻게든 낫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뭐든 다 하게 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 조사 결과 아토피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중 45%는 인터넷 등에 소개된 민간요법을 따라한 적이 있으며, 20%는 민간요법을 시도하다 아토피 증상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또한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탈모에 효과적이라고 소개됐던 '어성초' 역시 한의학계에서는 "비염, 축농증, 피부 질환 등 상부의 염증을 치료하는 데 쓰이고 있지만, 탈모 방지나 치료에 쓰이는 한약재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몸이 찬 체질을 가진 환자가 복용했을 경우에는 소화기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심우영 피부과 교수 및 대한모발학회장은 "어성초라는 물질이 탈모에 효과적이라는 과학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방송에서 부각된 어성초 사용 전-후를 비교한 사진도 두피의 크기나 각도가 다른 점을 감안하면 객관적인 비교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프로그램 담당 프로듀서는 "방송 초기에는 완전한 의학 전문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재미와 오락 위주의 성격도 있었다"면서 "추후 방향이 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프로그램에 출연해 어성초를 적극 권장했던 의사는 환자가 "진짜 어성초가 효과가 있느냐"고 묻자 "모든 탈모 환자를 어성초로 치료할 순 없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된 탈모 치료약을 처방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최근 일명 '쇼닥터'로 인한 부작용이 잇따르자 의사들의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검증되지 않은 의학 정보를 방송을 통해 유통시킨 의사에 대해 징계 절차를 밟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사진 출처=KBS 추적 60분

 

한편 이번 추적 60분에서는 방송을 통해 올바른 의학 정보를 제공하려는 의료인과 달리, 사적인 목적으로 방송을 이용하려는 의료인-방송사-의료 홍보 대행 간 이뤄지는 거래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추적 60분에 따르면 일부 의료진의 방송 프로그램 출연 제안은 홍보 대행사로부터 무작위로 걸려오는 전화나 이메일로 시작되는데, 환자 유치가 필요한 일부 의료인에게 방송 출연 제의는 그야말로 달콤한 유혹일 수 있다는 것이다. 추적 60분은 또 "일부 쇼닥터의 경우 몇 백만 원에서 많게는 억 대에 이르는 출연료를 내야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방송 출연 이후 유명세를 통한 매출 상승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같은 모험도 감수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개인병원의 폐업이 늘고 병·의원 간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면서,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마케팅 과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추적 60분은 전했다.

김선욱 의료 전문 변호사는 "의료진들이 방송에 간접적으로 출연하기 위해 돈을 제공했지만, 사회통념적으로 봤을 때 그 규모가 과도하거나 종합적인 정황으로 봐선 금지 규정을 어긴 것으로 볼 수 있어 의료법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의료법에선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의 광고 행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지만, 다양한 형태의 간접홍보는 그 기준이 명확치 않아 규제하기 힘든 실정이다.

추적 60분은 최근 벌어진 '백수오 파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와 관련, 김성욱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시장조사과장은 "백수오 관련 다큐 프로그램이 나간 뒤 모 홈쇼핑에서 협찬주의 상품이 판매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미디어렙법상 금지하고 있는 ‘정당한 사유 없이 방송 사업자의 방송 프로그램 기획·제작·편성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판단돼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유현재 교수는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본 뒤 채널을 돌리면 홈쇼핑에 같은 의사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면서 "시청자는 그 의사가 조언한 건강 상식을 접한 뒤 홈쇼핑에서 해당 의사와 관련된 제품이 판매되는 것을 보며, '그 사람이 제품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또한 "건강 프로그램의 경우 어디까지가 '정보 제공'이고 어디까지가 '연예·오락'인지 그 성격을 명확히 해야한다"면서 " '의학'이라는 전문 분야가 상업적으로 흘러가는 것은 잘못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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