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삼성...자동차 성공하면 과거 불명예 씻고 새 먹거리도 마련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삼성전자가, 아니 삼성이 '자동차 산업'에 다시 뛰어들기로 했다. IT 회사가 자동차를 만들기로 한 것은 애플, 구글이 훨씬 먼저였다. 그에 비하면 삼성은 한 발 늦은 감도 없지 않다. 이제 어떻게 삼성이 그들 선발주자를 따라 잡을 것인가가 궁금해진다.

아울러 삼성이 왜 이제 와서 자동차 산업에 손대기로 '다급한 결정'을 내렸는가를 생각해 본다.

무엇보다 삼성에게 자동차는 아픈 기억이다.

돌이켜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자동차 산업에 대한 열정이 아주 강했었다. 집념도 강했었다. 1990년대 기아자동차 인수를 강하게 밀어붙였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인수에 실패했고 드디어 삼성자동차를 만든다. 그러나 결과는 낭패였다. 삼성자동차는 우여곡절 끝에 르노에 넘어갔고 이건희 회장은 수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빚을 감당해야 했다. 그래서 추진된 것이 삼성생명 상장이다.

삼성전자는 이토록 아픈 기억 속에서 왜 또다시 자동차 산업을 염원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미래 먹거리 산업이 마땅치 않은 데다, 거대 IT 회사라면 스마트 자동차를 빼놓고 앞날을 논하기가 어려운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이미 애플과 구글이 최첨단 자동차 분야에서 멀찌감치 달아나 있는 상태다. 그러니 그들과 경쟁하려면 자동차는 필수 선택과목이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에겐 더 큰 다급함이 있다. 바로 지금 처한 현실이 아주 절박하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그간 3가지의 큰 먹거리를 갖고 움직여 왔다. 가전과 반도체, 그리고 모바일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 3대 먹거리 중 2가지는 이미 예전의 블루칩이 아니다. 가전 부문은 더 이상 삼성의 전유물이 아닌 상황이 됐고, 모바일 산업 역시 애플에 밀리고 중국 업체에 추격당해 전성기를 상실한 상태다.

이제 남은 건 반도체다. 최근 삼성은 모바일 부문에서 밀리자 반도체를 갖고 버티는 모습을 연출해 내고 있다. 다행히 삼성의 반도체는 아직 건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감한 투자도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분야도 더 이상 ‘안심지대’는 아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의 추격이 무엇보다 거세다. 중국은 미국의 세계적 D램 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인수에 실패하자 다른 반도체 기업을 우회 인수한 상태다. 거기에다 향후 반도체에 10조원을 더 투자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중국이 한국의 모바일 산업에 치명타를 가한 데 이어 반도체마저 따라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최근 한 삼성 출신 재계 인사는 필자에게 “이제 삼성의 반도체는 중국의 추격을 뿌리쳐야 한다”면서 “한국의 반도체 산업도 3년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귀띔한 것을 보면 삼성의 입지가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느닷없이 튀어나온 이슈가 바로 ‘삼성전자 자동차 산업 진출 선언’이다.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자동차 산업은 진입이 쉽지 않은 ‘난공지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990년대 그 막강했던 삼성이 자동차 산업에서 만큼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좌절 했던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지금은 더하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수소차니 전기차니 별의별 첨단 차량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대형 IT 회사들은 이미 첨단 무인자동차를 시험운행하는 단계에까지 올라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삼성이 이전투구의 전쟁터에 뒤늦게 뛰어든 것이다.

자동차를 갖고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삼성이 다시 자동차를 들고 험난한 글로벌 경쟁에서 큰 소리를 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자동차는 삼성에 있어 아주 ‘의미있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에 자동차에서 성공할 경우, 과거의 불명예도 씻고 새로운 먹거리 산업도 마련할 수 있는 까닭이다. 삼성의 ‘자동차 전쟁’에 지대한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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