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인사이더'의 한 장면(왼쪽부터 알 파치노, 러셀 크로우)

[초이스경제 김의태 기자] 러셀 크로우와 알 파치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인사이드’(1999년)는 미국 담배회사의 소송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스릴러다. 이후 담배회사들은 엄청난 소송에 휘말려 2460억 달러를 물어내야 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미국 50개 주(州)정부들은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주 정부들은 25년간 230조원을 배상받기로 하고 합의했다. 판결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재판상 화해의 효력은 판결과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담배회사들의 책임을 인정했다고 볼 수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4월10일 흡연자 30명이 국가와 KT&G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패하자 나흘 뒤인 14일 건보공단이 나서 담배회사들에 537억원을 청구하는 소장을 냈다.

소송상대는 KT&G, BAT코리아, 필립모리스코리아등 3개사다. 공공기관이 담배소송을 제기하기는 건보공단이 처음이다.

이 소송은 18일 6차 변론을 마쳤을 뿐 소를 제기한 지 1년 9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 갈길이 멀다.

건보공단은 3년을 준비해 소송을 벌였다. 흡연의 위해 정도가 매우 심각하고 흡연으로 매년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재정 손실이 생기는 점을 소 제기 이유로 들었다.

특히 흡연과 폐암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봤다. 흡연환자들을 추적조사하고 방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소송규모를 정하기 위해 흡연과 암 발생의 인과성이 높은 폐암중 소세포암과 편평상피세포암,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 등 3개암 환자의 피혜 사례를 집중 부각시켰다.

이들은 20년이상 하루 한갑씩 담배를 피우고 흡연기간이 30년이상인 환자다. 이들의 일반검진자료와 국립암센터의 암환자 등록자료, 한국인 암예방연구 코호트 자료를 연계해 흡연력에 따라 지출된 10년간(2003~2012년)의 공단부담금을 산출했다.

그런 후, 우선 537억원을 청구하고 소송을 진행하면서 청구취지를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캐나타 퀘벡주 법원이 담배회사에 156억 달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참고해 역학적 연구결과를 개별 인과관계 판단의 근거로 인과확률을 활용했다.

인과확률이 흡연과 폐암의 경우 소세포암 95.4%, 편평세포암 91.5%, 전체 후두암 81.5%로 매우 높아 제출 자료에 대한 신뢰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봤다.

핵심 쟁점은 흡연과 개별 환자폐암의 인과관계다. 개별 환자에게 발생한 폐암이 흡연으로 인해 유발되었는지, 그리고 흡연을 지속하는 것이 담배의 중독성때문인지 여부다.

▲ 건보공단이 한국부인회, 한국YWCA 등 소비자,시민단체와 함께 17일 명동성당앞에서 금연캠페인을 벌였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KT&G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상고심에서 폐암환자들이 패한 것이 담배회사측에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흡연이 암의 발병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일 뿐이라고 한다.

성상철 공단 이사장은 “법원에 제출한 의무기록을 면밀히 검토해보면 흡연으로 인해 폐암이 발병됐음을 더 명확히 알 수있다”며 담배제조사들이 이제는 흡연과 폐암 발병간의 인과관계를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차경애 YWCA연합회장은 6차 변론기일을 하루 앞두고 17일 금연캠페인을 실시한 후 담배소송 과정에서 다양한 담배의 폐해가 입증돼 금연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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