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카핑 베토벤'에서 듣지 못하는 베토벤(에드 해리스 분)이 지휘하는 장면

[초이스경제 김의태 기자] 한 해가 저물 무렵이면 세계각지의 공연장에서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이 울려 퍼진다.  베토벤이 교향곡에 인성(사람 목소리)을 넣는 혁명적 시도로 장엄한 대서사시로 만든 합창은 음악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해가 가기 전에 서로 화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자는 의미일 것이다.

“…백만인이여, 서로 포옹하라/ 온 세상의 입맞춤을 받으라….”  인류애를 예술적 형태로 구현했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찾을 수있을 것같다.

1824년 빈에서 초연된 후 200여년 동안 끊이지 않고 연주됐지만 결코 식상하지 않는다.

로맹 롤랑이 자신이 베토벤 전기 제목대로 ‘고뇌를 넘어 환희로’가는 구도여서 고난과 절망 속에서 희망과 기쁨을 찬미하는, 이 가슴벅찬 악성의 사자후는 구조조정, 취업난, 경기 불황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많은 위안을 줄 법 하다.

교향곡과 성악을 결합해 교향곡의 한계를 넘게 한 그 독창성 또한 가지 않은 길을 가야하는 우리가 본받아야할 바다.

누가 이런 구조를 실수라고 비난했던가. 베토벤의 선구적 발상은 말러, 쇼스타코비치 등에게 계승됐으며 리스트, 바그너, 브루크너 브람스 등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영화 ‘카핑 베토벤’에서도 소재로 사용됐지만 1824년 5월7일 지금은 없어진 빈의 케른트너토어 극장은 신작 교향곡이 초연된다는 소식에 만원이었다.

60분이 넘는 연주가 끝나고 박수갈채가 극장안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이미 귀가 들리지 않았던 베토벤은 독창진의 도움으로 객석을 향해 돌아서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관객들을 볼 수 있었다.

잔인한 운명이 자신의 창조물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앗아간 데서 비롯된 슬픈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날의 초연은 베토벤이 생전에 거둔 가장 눈부신 승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 정명훈 감독

서울시향이 오는 27일, 30일 양일간 예술의 전당에서 연주하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은 2008년부터 매년 매진 행진을 해왔다. 올 공연은 지난 1월 일찌감치 매진되는 최단기 매진 기록을 세웠다. 정명훈 시향예술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 

전석 매진으로 입장할 수 없는 고객들을 위해 30일 공연을 KBS 라디오 클래식 FM을 통해 생중계한다. KBS 모바일 중계서비스 ‘my K'에서는 실황을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예수의 탄생과 수난과 부활을 노래한 헨델의 메시아, 오페라 라보엠, 차이코프스키 발레모음곡  호두까기 인형도 연말 단골 레퍼토리로 올해도 여러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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