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국제유가가 美 금융시장 최대 변수...한국도 '무풍지대' 아냐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진단] 이번 주 글로벌 증시의 최대 이슈는 국제유가가 될 전망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유가 문제가 그 어느 경제지표보다 중시되는 흐름이 전개되고 있는 데다, 유가 흐름 또한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증권계와 상품시장에 따르면 이번 주 글로벌 시장에선 과연 산타랠리를 제대로 구경할 수 있을지에 의문 부호를 던지고 있다. 미국증시는 물론 유럽증시까지 최근 들어선 국제유가의 흐름을 아주 크게 반영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정유주들의 시가총액 비중이 커 유가 급락은 곧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근 이틀간이 그랬다. 미국에선 지난 16일(이하 미국시각)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렸을 때도 증권시장은 활짝 웃었다. 미국 경제가 금리인상을 수용할 만큼 탄탄해졌다는 자신감도 갖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 후가 문제였다. 미국산 WTI(서부텍사스산) 유가가 거듭 추락하자 16~17일 연속 배럴당 가격이 35달러 아래에 머물면서 뉴욕증시에 다시 직격탄을 날렸다. 16일엔 뉴욕증시 3대 지수가 1.5% 안팎씩 급락하더니 17일엔 낙폭이 더 커졌다.

걱정은 미국만이 아니다. 미국의 증시가 기침하면 아시아, 유럽증시도 덩달아 재채기 하는 게 작금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크리스마스가 낀 이번 주에도 국제유가 전망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선 미국에서 지난 18일 달갑지 않은 뉴스가 두 개 더 불거졌다. 그간 한동안 줄어들기만 하던 미국의 원유 시추장비 수가 지난주엔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것은 WTI 가격을 더 떨어지게 했다.

그 뿐 아니다. 미국의 원유 수출 재개 움직임도 본격화 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70년 1차 전세계 오일쇼크 이후 원유 수출을 금지해 왔다. 인접 캐나다와 멕시코에만 전체의 5% 이내에서 조금씩 수출해온 게 전부였다.

그러나 미국도 더 이상 수출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원유를 저장할 재고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에 공화당이 원유 수출 재개에 앞장서고 있고 그간 이에 반대하던 오바마 대통령도 자신이 추진하는 신재생 에너지 정책에 공화당이 협조하는 조건으로 원유 수출 재개에 찬성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거기에다 이란 변수는 유가에 ‘폭풍의 핵’이다. 내년 1월 서방의 경제제재가 풀리면 하루 280만 배럴이던 원유생산량을 430만 배럴로 늘리고 수출도 대폭 확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란이 생산량을 확대할 경우 하루 생산 규모가 미국의 절반 수준에 이를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최대 산유국이면서 OPEC(석유수출국기구)을 이끄는 사우디의 입장도 아직은 완고하다. 러시아, 이란 등 다른 산유국들과의 사전 교감 없이는 OPEC의 생산량을 줄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보다 이란 발 유가하락 압박이 더 클 것”이라며 경고하고 있다. 또한 미국 일각에선 “미국이 원유수출을 재개할 경우 중국 쪽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유가 추가 붕락 시 어떤 점이 우려될까 하는데 글로벌 시장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미국에선 당장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 불안이 더 불거질 전망이다. 특히 원유회사들이 발행한 회사채가 위험해질 전망이다. 미국 정크본드(고수익 고위험 채권) 시장이 지난주 내내 불안한 흐름을 보인 것도 유가 추락 때문이다. 미국 증시가 최근 연일 급락한 것도 유가 불안 여파다. 심지어 연준도 유가 불안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조차도 “유가 추락으로 물가가 예상되로 회복되지 못하면 추가 금리인상을 보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유가 추락은 신흥국 통화가치를 추락시키고 신흥국의 금리인상을 부추겨 이머징 경제를 크게 추락시킬 수도 있다. 이 경우 신흥국 영역에 있는 한국도 무풍지대가 아닐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 신흥국 수출이 부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증시에서는 무려 13일째 대규모 외국인 매도 행렬이 이어졌는데 이 또한 유가 추락에 따라 중동계 자금 등이 한국에서 거듭 이탈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가 우리의 예상치 38달러선 아래로 추락했지만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예의 주시할 것을 권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은 “유가가 20달러 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 당국자들도 “유가가 3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동조하고 있다.

이제 한국도 유가 추가 변동성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유가 하락은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대외 역풍을 안겨주는 요인이기도 한 까닭이다.

이번 주엔 유가 흐름과 증시를 함께 연결 지어 국내외 시장 흐름을 살피는 자세가 필요한 때 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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