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착륙 위험에다 중국 기업의 한국 기업 추월 우려도 심각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한국 경제의 운명이 중국에 달려있다고 한다. 최근 글로벌 전문기관들이 한국 경제를 진단하면서 이구동성으로 쏟아내는 경고들이다.

한국 경제는 미국의 금리인상을 견뎌낼 만큼 탄탄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갖고 있지만, 대(對)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아 중국이 어려워지면 한국 경제도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다는 게 글로벌 전문가 또는 전문기관이 보는 한결같은 시각이다.

우선 세계적 투자기관인 '크레딧 스위스'는 최근 한국 경제를 진단하면서 내년에도 한국 경제의 최대 핵심적 위험은 중국 변수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침체가 지속될 경우 한국 경제와 증시는 매우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대 중국 수출 비중이 25%나 되다보니 중국 경제의 위험은 곧 한국 경제의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피치(Fitch)'도 똑같은 진단을 쏟아냈다. 한국은 미국의 금리인상에는 덜 취약하다고 했다. 외환 보유액이 충분하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넉넉하며 대외 순자산 규모도 여유가 있어 미국 금리인상에는 비교적 강한 신흥국 중 하나라고 피치는 평가했다. 피치는 그러면서 이제 한국은 미국 변수보다 중국 변수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의 '손성원 석좌교수'도 똑같은 진단을 내렸다. 그는 최근 한 방송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미국 금리인상으로 중국 등 다른 신흥국들이 타격을 받으면 한국도 대 중국, 대 신흥국 수출이 줄어드는 등 간접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를 둘러싸고 왜 이런 진단들이 한꺼번에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한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국발 경기침체 우려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올 들어서만 여섯 차례나 금리를 내렸을 정도로, 현재의 중국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심지어 일부 외국 기관은 한국에 대한 중국발 타격은 이미 시작됐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일부 외국 기관은 한걸음 더 나아가 중국만 경착륙으로 내닫지 않는다면 한국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일각에선 중국이 경기부양을 펼치면 한국도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국제투자기관인 모건스탠리와 크레딧 스위스는 내년에 중국 경제만 무너지지 않는다면 한국의 경제는, 그리고 한국의 증시는, 양호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들은 한국 증시와 관련해 '비중 확대' 국가로 지정한다는 보고서도 쏟아내고 있다.

과연 그럴까.

중국만 건재하면 한국 경제는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그러나 한국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은 더 심각하다.

한국 기업들이 느끼는 대 중국 공포감은 상상 그 이상이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 상황으로 무너져 내리지 않더라도 중국이 가해오는 위협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게 우리 기업들의 걱정이다. 다름 아닌 중국 기업들의 한국 기술 추월 우려가 그것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진단이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잘 말해준다. 한국은 그동안 중국의 가격 경쟁력과 일본의 기술력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였지만, 이제는 그보다 훨씬 심각한 '샌드백' 신세가 됐다는 게 전경련의 걱정이다.

그간 중국엔 기술 우위, 일본엔 가격 우위로, 근근이 버텨 왔지만 이젠 이같은 공식마저 깨지고 있다는 것이 우리 재계의 지적이다. 중국은 이미 기술에서 우리를 거의 추격했거나 앞서고 있고, 우리 기업의 대 일본 가격 우위도 이젠 옛말이 됐다고 전경련은 전한다.

전경련이 최근 국내 업종별 단체·협회 30곳을 대상으로 ‘한·중·일 경쟁력 현황’을 조사한 결과는 참담하다.

중국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고 응답한 단체가 무려 21곳에 달했다. 또한 19곳은 기술에서도 이미 추월당했거나 3년 이내에 추월당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으로의 경쟁력 대해서도 응답 단체 24곳 중 22곳이 중국과의 경쟁에 부정적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뭘 말하는가.

설령 중국경제가 경착륙을 하지 않더라도 중국은 이제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협 대상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 우리기업,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답은 간단하다.

중국에 추월당하지 않기 위해 기술 우위를 확고히 유지해야 한다. R&D(연구개발)를 확대하고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들이 마음놓고 경영에만 몰두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아울러 과잉생산 부문과 부실한 기업은 과감히 구조조정해 더 이상 우리의 경쟁력을 갉아먹지 않도록 정비해야 한다.

전경련 조사에 응한 단체 중 15곳이 대 중국 대책과 관련해 ‘기업 규제 완화’를 꼽은 것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응답 업체 중 8곳에서 정부를 향해 R&D(연구개발) 지원을 서둘러 달라고 요청한 것 또한 그냥 무심코 넘겨선 안될 외침으로 간주되고 있다.

중국에 비해 우리 기업의 기술이 단 3년 밖에 앞서있지 않다는 우리 기업들의 소름끼치는 지적, 그것은 곧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절박한 수치가 아닌가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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