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의 등급 상향, 한국 경제 안정 요인이자 활력 둔화 우려 요인

▲ 최경환 경제 부총리, 국가 신용듭급 상향 발표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지난 주말 한국에겐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역대 최고인 Aa2로 샹향 조정했다는 빅 뉴스가 그것이다.

이는 아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중국 경제는 침체를 거듭하는 바람에, 한국 경제에 대한 글로벌 시각이 불안해지는 상황에서 이같은 희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긴 가뭄 속에 단비가 내린 셈이다.

우선 최경환 경제 부총리는 "이번 무디스의 조치는 미국 금리인상과 맞물려 나온 것이어서 더욱 뜻깊다"고 밝혔다. "무디스의 조치로 한국은 미국 금리인상 후폭풍으로 인한 자금 이탈 우려에서 상당 수준 자유로워지는 방파제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최 부총리는 강조했다.

물론 일리 있는 화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무디스의 조치로 한국은 한숨 덜었다고 얘기한다. 이번 신용등급 호전으로 한국은 이제 중국, 일본보다 높은 등급을 계속 누릴 수 있게 됐다. 이번 한국이 받은 등급은 유로존 제 2의 경제 강국인 프랑스와 동일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미국, 독일,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영국, 홍콩에 이은 ‘빅10’의 높은 등급을 가진 나라로 부상했다.

이는 아직도 한국의 신용 상태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대변한다. 아직은 재정 건전성이 최악은 아니라는 점도 말해준다. 정부의 정책 의지도 아직은 그런대로 잘 평가받고 있다는 증거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5년간 선진국보다 양호한 성장세를 기록한 것도 무디스의 평가 잣대를 움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등급 상향은 한국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은 다른 신흥국과는 역시 다르다는 평가도 받게 됐다.

그렇다면 무디스가 한국에게 장밋빛 희망만 던져준 것일까.

우리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무엇보다 한국 가계의 건전성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가계부채가 1100조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경기 부진으로 정부의 세수 부족도 심각해지고 있다. 각종 선심성 공약으로 인한 복지 확대로 정부의 재정 또한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기업들의 부채도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수출 역시 갈수록 줄어 불황형 흑자라는 얘기를 들은지도 오래다. 일자리가 없어 취업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계속 늘어나는 점도 한국 경제가 떠안고 있는 고민이다. 그리고 이는 결혼-출산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무디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우리 내부의 고민이 커져만 가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의 위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언젠가 다시 우리의 신용등급이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중에서도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책임연구원의 지적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는 21일 한국경제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무디스의 조치는 고령화 수준이나 재정 악화 측면에서 한국이 선진국보다 덜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과거 외환위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 경제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번 무디스의 등급 상향으로 한국 경제의 안정성은 높아졌으나, 우리 경제의 활력이 저하된 것은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금리인상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을 선호할 경우 한국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입장에 섰다”면서도 “한국 증시가 아직도 신흥국 섹터로 분류돼 있고, 중국 경제 둔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라는 점 등은 여전히 잊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그간 원-달러 환율은 오름세를 보였는데, 이번 조치로 원화가치 약세 흐름(원화환율 상승 흐름)이 느려지거나 꺾일 경우 우리의 수출이 둔화되는 등의 역효과도 배제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따라서 “향후 한국 경제의 활력이 더 떨어지면 신용등급은 다시 후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라며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구조개혁을 비롯한 우리 경제 활력을 되찾는 일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해 눈길을 끌었다.

맞는 얘기다.

거듭 말하지만 한국에게 무디스발 호재가 전해진 것은 아주 반가운 일이다. 많은 신흥국들이 미국-중국발 위기로 허덕일 때, 우리는 오히려 쟁쟁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신용등급을 받음으로써 비교적 위기에 강한 나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상황을 맞이했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과거의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화내빈’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더욱 더 매진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처한 엄연한 현실이다. 이번 무디스의 결정은 우리에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격려이자 회초리일 수도 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침 LG 경제연구원이 내년 우리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확 낮춘 지난 20일,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 사실이 발표된 것도 우리에겐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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