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일자리 올해만 5만개 실종...새 일자리 확보 대책 시급

▲ tvN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사진 출처=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올 성탄절 연휴가 유난히 우울하다. 나오는 경제뉴스마다 ‘금융권 일자리 쓰나미’, ‘대기업 일자리 칼바람’과 같은 ‘어두운 뉴스’로 가득하다.

이것은 무얼 말하는가. 한마디로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말로 축약된다. 한국의 일터가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얘기로 요약된다.

또한 한걸음 더 나아가 이들 고액 연봉자의 몰락은, 한국의 중산층 붕괴를 가속화 시키는 요인이 될 뿐 아니라 ‘소비 절벽’까지 유발해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를 섬뜩하게 한다.

우선 26일 통계청의 금융권 취업자 수 발표 결과가 우리의 눈을 의심케 한다.

최근 경기 불황과 모바일 뱅킹, 인터넷 뱅킹, 핀테크 부각, 스마트 페어의 연속된 공세로 기존 금융회사들의 설 땅이 좁아지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올 한해 금융권 일자리가 무려 5만개 이상 급속히 사라졌다고 하는 통계청의 집계는 가위 충격적이다.

통계청은 이날 올 1∼11월 금융·보험업권 취업자 수가 78만90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만1000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이래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금융권이 대기업 정년 연장을 앞두고 전방위 감원을 감행한 데다, 금융 업무의 스마트화 진전으로 영업지점이 사라지거나 업무 첨단화가 급진전된 탓이다.

문제는 금융권 일자리 상실은 최근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대기업 일자리 축소와 함께 양질의 일자리, 즉 고액 연봉자들의 급격한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이는 한국 중산층의 몰락을 더욱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금융권은 한국에서 연봉이 가장 높은 집단이다. 부장급 이상만 되면 연봉이 대부분 억 단위로 넘어가는 곳이 금융권이다. 일반 직원들의 연봉 또한 다른 직업군의 부러움을 살 정도다. 그런데 이런 양질의 일자리가 빛의 속도로 줄고 있어 걱정이다.

하지만 금융권의 구조조정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데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카드사를 비롯한 여러 금융회사들이 추가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으로 한국의 경제가 더 악화되거나 스마트 뱅킹이 더 촉진될 경우 금융회사 구조조정은 계속 진행형이 될 것이라는 점도 우리를 두렵게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고액 연봉자들의 몰락이 비단 금융권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금융권의 인력 감축은 일자리 쓰나미와 관련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게 사실이다. 삼성그룹을 비롯한 일반 대기업의 일자리 감축도 금융권 못지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삼성과 관련해선 이달 초 정기 인사에서 400여명의 임원이 직장을 떠났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실제 인력 감축 규모는 이보다 더 클 수 있다는 뒷얘기도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굴지의 조선회사에서도 인력 감축은 이미 화두로 떠오른지 오래다. 지난해 3조원 이상의 손실을 냈던 현대중공업은 이미 올해 연초에 과장급 이상 직원 1300여명을 내보낸 바 있고, 대규모 손실로 산업은행의 긴급 수혈을 받게 된 대우조선해양에서도 많은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전 재계에서 ‘희망 퇴직’ 바람이 일고 있고, 일부 대기업에선 20대의 젊은 직원들에게까지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대는 상황까지 목격되고 있다.

이들 대기업, 대형 금융기관의 인력 감축은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이 아주 크다는 게 한국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이들 금융권과 대기업 임직원들은 그간 한국의 중산층을 이끄는 대표 세력이었다. 집, 자동차, 가구, 레저 등 굵직한 소비를 주도하던 집단이었다. 따라서 금융권과 대기업 일자리의 급격한 위축은 한국의 중산층 몰락을 가속화 할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한국 경제계에서는 ‘소비 절벽’이라는 새로운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는데, 이 또한 고액 연봉자들의 일자리 상실과도 무관치 않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최근 자영업자들을 만날 때마다 소비가 실종됐다며 먹고살기가 힘들어졌다는 말을 하는 것도, 이같은 우량 직장의 인력 감축과도 관계가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 뿐 아니다. 고액 일자리 감축으로 인한 중산충 위축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우려해야 할 대목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같은 구조조정에 무작정 손가락질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금융권이나 대기업의 선제적 일자리 감축은 다가오는 글로벌 위기에 대처하려는 측면도 있다. 국내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 한국의 대기업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다른 신성장 동력을 하루 빨리 찾는 것이다. 일자리를 줄이는 것 못지않게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조선, 철강 등 경쟁력이 노쇠해진 산업에만 목줄을 매지 말고, 새로운 스마트 산업을 육성하는데도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할 시점이다. 이를 통해 우수 인재들을 다시 일터로 내보내는 일을 더욱 과감히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의 정책도 이 분야에 집중돼야 함은 물론이다. 최근 삼성이 바이오 사업을 확대하고 스마트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기로 한 점 등은 향후 성패를 떠나 그나마 다행스런 뉴스다.

물론 이런 새로운 사업의 육성이 쉬운 것은 아니다. 모두 시간을 요하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 하는 것은, 한국은 혁신이 빠른 나라라는 장점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블룸버그의 한 분석이 눈길을 끈다. 블룸버그는 “2015년 글로벌 혁신 순위에서 한국이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22위보다 한국의 경제 혁신 지수가 월등하다”는 보도였다. 한국의 기업들이 연구개발과 특허권 확대, 2차 교육에 많은 공을 들인 것이 이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블룸버그는 강조했다.

그리고 중국의 기업들은 ‘시진핑 경제 철학’을 이행하기 위해 이런 한국 기업들을 탐내고 있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블룸버그는 “올 들어 중국 기업들은 한국의 혁신을 따라잡기 위해 19억 달러나 되는 한국 기업 M&A(인수합병)를 감행했고 이는 전년 대비 119%나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이 굴뚝 산업을 청산하고 소비 중심의 경제를 강조하고 있는데, 중국 기업들은 한국 기업 인수를 통해 산업 선진화를 꾀하려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밝혔다. 한국은 20년 전부터 굴뚝 산업을 청산해 왔는데, 중국은 이제야 한국의 그런 전례를 실행에 옮기려 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블룸버그의 이같은 진단은 중국 기업이 한국의 어려운 기업들을 마구 인수해 간다는 점에서 허탈한 측면도 있지만, 한국의 혁신성만은 ‘세계 넘버 원’이라는 점을 새삼 강조해준 것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일말의 희망도 던져주고 있다.

대기업, 대형 금융회사의 양질의 일자리 감축이 더 이상 한국 경제의 체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다같이 노력해야 할 때다. 서로가 상생하고 이끌어야 할 때다. 정부는 퇴출된 인력들의 활로를 되찾는 일에도 매달려야 할 때다.

대우경제연구소 소장 출신인 이한구 의원이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모든 계층이 특권을 내려놓고 함께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말이 유독 가슴에 와 닿는 성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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