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전망 아직 낙관 못해...내년 상황 매우 불투명, 증시 영향 주목

[초이스경제 최미림 기자] 이번 주에도 미국 등 글로벌 증시에서는 국제유가의 움직임이 중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증시의 경우 최근 들어 국제유가에 휘둘리는 날이 많아진 데다, 다른 나라 증시는 미국 증시의 눈치를 많이 보기 때문이다.

27일 증권계에 따르면 지난 주 미국 증시는 모처럼 안정적인 흐름을 연출했다. 21~23일(이하 미국시각) 국제유가가 그간의 하락세를 뒤로 하고 진정된 모습을 보이자 미국 증시도 연일 상승세를 연출했다. 비록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지난 24일 미국 증시가 혼조세를 보이긴 했어도, 이는 긴 연휴에 따른 거래량 급감 속에 이뤄진 것이어서 의미가 크지 않은 장세로 여겨졌다.

지난 주엔 미국의 예상 밖 원유 재고 감소와 미국 시추 장비 감소, 미국 정부의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수출 재개 허용으로 국제 유가가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 상승세를 지속했다.

특히 40년 만의 미국산 원유 수출 재개 허용은, 그간 브렌트유보다 항상 낮게 형성돼 온 WTI 가격을 북해산 브렌트 가격 위로 끌어올리는 역할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한때 배럴당 35달러 아래로 동반 추락했던 유가도 이젠 최악의 국면에선 벗어난 상황이 됐다. WTI가 38.10달러로 지난 한 주간의 거래를 마쳤고, 브렌트 유가도 37.89달러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 유가는 이번 주가 중요해졌다. 지난주 내내 오른 데 대한 부담감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내년엔 원유시장 공급 증대 우려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이 1월부터 수출 재개에 나서고 이란도 1월쯤 서방의 경제 제재가 풀리면 수출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반면 사우디, 러시아, 이라크 등 대규모 원유생산국가들은 여전히 생산 감축에 나서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유가가 30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도라도 생산량을 줄일 생각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라크나 러시아와의 사전 교감 없이는 원유 생산을 줄일 수 없다는 점을 내비치고 있다.

다만 나이지리아 등 일부 OPEC(석유수출국기구) 측이 국제유가가 다시 최악의 국면으로 추락할 경우 내년 2월쯤 OPEC 회의를 재소집해 유가 대책을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점은 유가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향후 유가 전망을 놓고도 분석이 제각각이다.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가 더 떨어져 20달러대까지 추락할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도 2017년에나 가야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OPEC은 향후 5년간 매년 유가가 소폭씩 올라 2020년에는 배럴당 70달러 수준까지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증시에선 당장 국제유가가 시장의 흐름을 계속 지배할 전망이다. 미국 증시의 경우 유가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는 정유주의 주가가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쉐브론, 엑손모빌 등 정유주의 시가총액 비중이 아주 큰 까닭이다.

지난 주 유가가 반등하면서 미국 증시가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였던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아울러 유럽 증시가 주 후반 들어 국제유가 반등에 다시 힘을 냈고, 한국 증시도 유가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는 모습을 표출했다.

한편 이번 주 미국에서는 중요한 경제 지표도 여럿 발표된다. 29일에는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가 공개되고 30일에는 11월 미결주택 판매 건수가 발표된다. 그러나 이들 지표는 미국의 증시보다 달러화 가치 흐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 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준금리를 올린 후, 달러가치는 경제지표 흐름에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주에도 그랬다.

한편 LIG투자증권 김유겸 연구원은 뉴시스를 통해 “지난 16일 미국 금리인상 이후 국내외 증시 하락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국제 유가가, 지난 주엔 진정국면을 보이면서 단기 호재로 작용할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연말을 맞이하는 이번 주엔 거래량 감소 여부 등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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