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단은 자기들만의 '외길'에 안주 말고 '생산 활동' 강화해야

▲ 지난 11월2일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에서 광진문화재단 출범식이 열렸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왼쪽에서 네 번째), 김기동 광진구청장(다섯 번째), 김용기 광진문화재단 사장(여섯 번째) 등이 기념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사진 출처=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용기 칼럼] 앞서 출범한 다른 자치단체의 문화재단을 학습한 결과, 문화재단 운영자들이 재정자립도에 항상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문화적 안목을 갖춘 재단 사람들이 할 말을 못한다면, 제대로 된 문화 사업을 할 수가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런 상황의 가장 큰 원인은 예산을 전적으로 자치단체와 의회에 의존하는 데 있다는 판단도 하게 됐다.

자치단체에서 예산을 편성하고 의회에서 통과시켜 줘야 되는 상황이니 자신들의 역량을 능동적으로 펼쳐나가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행태는 내가 걸어온 길과 너무 안 맞는다.

나는 문화 사업을 20년 넘게 하면서 나름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왔다. 문화 사업이 쉽지 않은 분야지만 공연장을 몇 군데 운영하면서 다른 사람한테 10원 한 장 손 벌린 적 없다. 다른 사업에서 얻은 수익을 전용해본 적도 없다.

사람들이 내게 자주 묻는 것은 “당신 다른 돈이 있어서 이렇게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다른 돈도 있다. 하지만 그 돈을 절대로 공연장을 위해 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방법이 있다. 공연장이 살아남는 포트폴리오가 있다. 나중에 이에 대한 논문도 쓰려고 한다.

물론, 다른 분들도 노력을 해왔겠지만, 어떻든 오늘날 문화재단 사람들이 예산을 어떻게 더 받느냐에만 매달려 있는 게 사실이다.

나는 문화재단 사장을 맡으면서 관계되는 분들한테 “이런 관행대로는 못한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누군가 나한테 “야생마를 울타리 안에 가둬놨다”고도 얘기했다.

문화재단이 할 말도 다 하고, 재단 직원들이 힘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결론은 문화재단도 생산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오로지 소비만 한 것 아닌가.

문화는 순수한 것이지만, 문화 사업 또한 사업이다. 사업이란 수익 창출을 하는 것이다. 문화의 순수함을 훼손하라는 것이 아니다. 문화 사업이 수익을 창출해줘야 순수한 문화인들에게 문화의 터전을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동안 문화인들은 문화 사업의 영역에 들어와서도 생산이나 수익을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비유해 말하자면 연극인이 단체를 맡으면 주변 연극인들을 불러 공연자리 마련해 주면서 지내는 식이었던 것 아닌가. 앞서서 고생해온 분들이 들으면 섭섭한 얘기일 수도 있다. 나는 이런 얘기를 방송을 통해서도 지적해왔다. 이런 걸 도려내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문화인들은 지금까지의 습성에 안주하지 말고 생산해야 한다. 다시 말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최대 지분이 제일기획으로 넘어갔다. 상당히 관심이 가는 뉴스다.

나는 그동안 프로야구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프로야구도 돈을 벌 수 있다. 제일기획의 삼성 라이온즈 인수가 이런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것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나와 거리가 먼 프로야구계의 일이지만 매우 고무적인 것으로 평가한다.

문화계도 마찬가지다. 돈을 벌어야 한다.

수익이 나는 문화 사업을 펼쳐야 문화재단 사람들이 힘을 가질 수 있다.

주는 예산만 받으면 예산 범위 내에서만 사업을 해야 하고, 예산 주는 사람들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예산 주는 사람들이 문화적이지 못한 요구를 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힘이 없는 사람들은 이걸 거부할 수 없다.

그렇다면, 돈을 어떻게 벌 수 있을까.

말이 쉽지, 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돈 버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방법이 있다. 아이템을 찾아서 가지고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걸 가지고 논문을 쓸 계획도 있다.

우선, 공짜는 없다. 그리고 사람이 중요하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있다.

돈을 버는 문화재단이 되기 위해서는 능력과 함께 동기부여가 된 인력을 갖춰야 한다. 당연히 기존 관행보다 인건비 지출이 오를 수 있다.

문화재단 사장을 맡고 나서 직원들의 처우를 살펴보니 놀라고 말았다. 이렇게 열악해서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데려오기도 어렵지만, 그런 사람이 있더라도 동기부여를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나는 우리 재단에서 이 문제부터 바로잡아야 했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