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국내 기업인들이 최근 경제상황을 위기국면으로 인식해 몸을 사리는 상황 속에서도 발 빠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기업인이 있어 관심이다. 부영그룹의 이중근 회장이다.

주식으로 말하면 남들이 위기라고 말하며 투자를 꺼릴 때 되레 투자를 늘려 상승기 때 톡톡한 재미를 보았던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을 떠오르게 한다.

부영은 8일 삼성생명이 매물로 내놓은 세종대로(옛 태평로) 사옥을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매 가격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5000억원대 후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부영은 지난 5일에는 강원도 태백시에 있는 오투리조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가는 782억원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인천시 연수구 옛 송도 대우자동차 부지를 3150억원에 사들였다. 이곳에 7000억~1조원을 들여 멀티 콘텐츠 테마파크를 2019년까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경상남도와 함께 진해에 글로벌 테마파크 조성 사업에도 5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부영은 제주 중문관광지 내 컨벤션센터 동쪽 4개 부지에 부영호텔 4개동을 건설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1조원 가까이 투입되는 이 호텔 건립으로 호텔룸 1380실을 확보해 중문단지를 방문하는 외국인 등을 상대로 영업을 한다는 구상이다.

워런 버핏이 모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갔듯이 이중근 회장도 부영의 자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기존 임대주택 건설업에서 부동산개발업, 금융업, 스포츠·레저 사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다.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동안에 돈되는 알짜 사업에 현금을 들여 효율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워런 버핏의 판박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기업들이 몸을 사릴 때인 2003년 서울 중구 서소문동 옛 동아건설 빌딩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는 부영의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다.

옛 무주리조트를 인수해 지금의 무주 덕유산리조트로 개발했고 2009년 서울시로부터 뚝섬 일대 1만9000㎡ 규모의 부지를 매입해 지하 8층~지상 49층 규모의 관광호텔 3개 동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2012년 삼환기업으로부터 사들인 중구 소공동 일대 토지에 초대형 호텔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부영이 최근 들어 다른 사업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막강한 현금동원 능력에다 기업형 뉴스테이 확산 등으로 임대주택 사업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이 회장은 최근 3개월 사이 4건의 부동산을 인수하는 데 1조원이 넘는 돈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 관계자는 "삼성생명 사옥 매입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라면서 "예전에도 자산가치가 있는 토지와 건물은 꾸준히 사들여왔다"고 말했다.

부영은 이번에 인수하는 삼성생명 건물로 본사를 이전하거나 일부는 임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부영그룹은 지난 4년간 꾸준한 매출 신장과 영업이익 상승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부영그룹의 2011년 매출액은 1조5650억원에서 2014년에는 1조8632억원으로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2011년 3446억원에서 2014년 5040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이 22%에서 27%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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