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중국발 '테일 리스크' 끊어내는 일 시급

▲ 사진 출처=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차이나 쇼크 때문에 코너에 몰린 한국 경제와 한국 금융시장이 앞으로는 반전의 흐름을 보일 것인가.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장담할 수 없다”는 말부터 하고 싶다.

비록 중국 당국이 지난 8일 무너져 내리는 중국 증시를 방어하기 위해 비상 대책을 내놨지만 서방이 바라보는 중국 시장은 여전히 ‘믿을 수 없는 곳’, 그 자체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한 주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기억조차 하기 싫은 ‘흑역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중국발 경제 및 시장 불안감이 새해 연초 온갖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던 글로벌 시장에 직격탄을 날린 한 주였다.

지난 5일간 일본 증시 니케이 225 지수는 내리 하락세를 보이며 1997년 이후 최악의 새해 첫 주를 보내야 했다.

또한 유로존 최대 경제 강국인 독일 DAX 지수는 차이나 쇼크로 3거래일 연속 급락한 끝에 3개월 만에 1만선 아래로 추락했다.

그런가 하면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지수가 지난 5일간 6.2%, S&P500 지수가 6%나 각각 추락하며 사상 최악의 새해 첫 주를 시작하게 됐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게 다 중국이 새해 들어 추락 위험에 놓여 있는 성장률을 방어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급속히 떨어뜨리고 이로 인해 중국 증시가 단 5거래일 만에 두 번씩이나 붕락하면서 거래 중단에 빠진 가운데 이뤄진 것들이다.

한국 금융시장도 새해 첫 주, 이리저리 춤을 추긴 마찬가지였다. 코스피 지수가 중국 증시에 끌려 다니며 오락가락 하다 1917.62로 가까스로 1910선을 유지한 채 한 주간을 마감했다. 달러 대비 원화가치 역시 급속히 추락하는 위안화 가치를 따라 함께 떨어지며 원-달러 환율이 급기야 1200원 선을 넘나드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다행히 한국 증시와 원화가치는 새해 첫 주 마지막 날인 8일에는 다소 기운을 차리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인민은행이 모처럼 위안화 가치를 절상시키고 이로인해 상해종합지수가 1.97% 반등하자 코스피 지수가 8일 하루 만큼은 0.7%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이 1998원 수준으로 2원 남짓 하락하는 흐름을 연출할 수 있었다.

그러자 한국 금융권 일각에서는 “한국 증시가 더 바닥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며 ‘안도’하는 전망이 쏟아지기도 했다.

과연 그럴까.

“그랬으면 좋겠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중국 발 불안은 여전히 진행형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글로벌 시장이 중국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앞서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8일 위안화 가치를 9일 만에 끌어 올리는 조치를 단행했다. 위안화 환율을 0.015% 낮춘 6.5636으로 낮춰 고시했다. 환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그 나라 통화가치가 절상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만큼은 상해종합지수가 반등하고 최근 중국 금융시장과 유독 커플링을 빈번하게 하고 있는 한국 증시 및 원화가치가 상승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서방의 반응은 달랐다. 우선 유로존을 대표하는 독일의 DAX 지수는 중국발 불안감이 끝나지 않았다며 8일(이하 현지시각)에도 1%가 넘는 급락세를 이어갔다. 같은 날 뉴욕증시 3대 지수 역시 중국발 불안감이 여전하다며 1% 안팎씩 일제히 추락했다.

특히 월가 일각에선 “이날 미국의 지난해 12월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가 서프라이즈를 연출한 것으로 발표됐는데도 중국 쇼크 때문에 뉴욕증시 하락세가 이어졌다”며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8일 단행된 중국의 비상 조치에도 불구하고 그 후 열린 유로존 및 미국증시는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중국 발 불안이 끝났다고 보기엔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여전히 소멸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서방 기관들의 중국에 대한 의구심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장 미국의 골드만삭스는 “위안화 가치가 앞으로도 6%나 더 추락해 연말에는 달러 대비 위안 환율이 7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일부 기관에서도 중국 불안을 계속 걱정하기는 마찬가지다. 그중에서도 KDB대우증권은 이번 연초에 발생한 불안이 시스템 위험으로까지 번질 경우 코스피 지수가 1700선까지 밀릴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섬뜩한 진단들이다.

이들 국내외 유명 기관들의 전망대로 지금 중국은 예전의 중국이 아닌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이 수출 및 투자 중심 경제 정책에서 내수 소비 중심 경제정책으로 전환해 가는 과정에서 급격한 성장률 추락이 우려되자 위안화 카드를 만지작 거리며 수출 부양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등의 의심스런 행위를 계속 하고 있다. 또한 이로 인해 글로벌 시장이 중국발 우려에 떨며 너나없이 질려있다.

아울러 이런 중국의 ‘금단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골드만삭스 등은 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한국 경제와 한국 금융시장의 운명이다.

중국이 예측 불허의 대책으로 계속 허우적거릴 경우 한국도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25%나 받아주는 우리 최대의 수출 시장이다. 또한 이를 반영해 지난해 하반기 부터는 한국 금융시장이 미국, 일본 보다 중국과 커플링 하는 상황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과거엔 한국증시가 미국증시를 더 벤치마킹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최근 들어선 중국증시의 눈치를 더 많이 보고 있다. 종전엔 원화환율이 엔화환율과 동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젠 위안화 환율과 커플링 하는 경우가 더 많아진 것도 달라진 흐름이다. 최근 중국 금융시장 불안이 가속화하면서 한국의 MMF(머니마켓펀드)에 100조원 이상의 돈이 긴급 대피한 것도 달라진 대목이다. 중국발 불안에 우리가 떨 수 밖에 없는 움직임 들이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중국경제 경착륙에 따른 한국 경제 동반 추락이라는 테일 리스크(좀처럼 일어나기 어렵지만 일단 발생하면 대형 충격을 가져다주는 위험 요인)에 대비하려면 우리는 어떤 일부터 해야 할 것인가.

답은 오로지 하나다.

위기 대응 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서둘러 끝냄으로써 우리 경제가 시스템 위험에 휘말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가계 부채 증가 속도를 신속히 억제해 부채 폭증으로 인해 금융시스템이 위기에 빠지는 것을 막고 건강한 소비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이같은 다급한 숙제를 서둘러 끝내야 우리가 중국 불안, 유가 추락,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인한 글로벌 연쇄부도 우려와 시스템 불안 우려에서 헤어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울러 중복 생산 분야에 대한 구조 개혁을 단행하고 새로운 기술 개발에도 매진해야 한다. 중국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 그들이 다시는 우리의 기술 수준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월등한 경쟁력을 갖춰 나가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가 위기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마침 새해 첫 주엔 세계 최강의 기업 애플 조차 중국 경제 불안에 휘청이고 있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중국 발 경기 침체 우려로 스마트폰 생산 및 판매가 위축될 수 있다는 걱정에 애플의 주가는 100달러 선 마저 붕괴된 채 최악의 새해 첫 주를 보내야 했다. 이는 세계 최강의 기업도 중국 발 경기 둔화 우려에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또한 이는 우리가 중국발 불안감에 얼마나 철저히 대응해야 하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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