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출처=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 대해 14일 채권시장이 보여준 반응은 다소 의외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제 성장률 전망을 낮추는 것이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관련된 질문에 대한 이런 답변은 원론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발언으로 인해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상승했다. 한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본 것이다.

원론적인 발언이라고 해서 시장을 움직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지극히 옳은 말씀이지만, 그것이 어느 시점에 어떤 상황에 나왔는가에 따라 발언하는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본심을 드러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반응이 의아한 것은, 이주열 총재가 본심을 살짝 내비친 것으로 간주된 상황조차도 이렇게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저 발언만으로는 이 총재가 어떤 본심도 드러냈다고 보기는 힘들다.)

금융시장의 관점에서 본다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경제지표로서의 중앙은행 총재 발언이 살아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재탕삼탕같은 통화정책 발표문이나, ‘깜짝쇼’ 금리 인하를 비판적으로 접근해 온 기자의 관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은 스스로 공신력을 저하시킨다고 비판해 온 그간의 글이 무색해질 정도로, 새삼 중앙은행 총재의 살아있는 권위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주열 총재는 일개 기자 앞에 권위를 확인한 것만으로 만족해서는 곤란하다.

여전히 시장이 권위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 막중한 책임을 가져야 할 일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지난해 12월 한 차례의 금리 인상을 연초부터 시장에 주면서 소통을 해왔던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바로 직전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록에 토씨 하나 안 바꾸고 있다가 느닷없이 금리를 바꾸는 일은 총재에게 권위를 실어주고 있는 시장을 배신하는 일이다.

정책기조 변경에 논란이 예상된다면 미리 시장에 신호를 줘서 예방도 시켜주는 동시에, 그 신호에 시장이 반응하는 모습도 살펴보면서 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

설령 이 총재가 불가항력으로 이기지 못할 정부의 요청이 있다면 – 절대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 그 또한 한국적 현실에서는 정책변수라 여기고 그러한 판단마저 앞선 달의 통화정책 방향에 포함돼야 한다. 그래야 총재를 믿는 시장 사람들이 피해를 덜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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