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이어 미국 경제도 휘청...한국, 대책 마련 시급

▲ 사진 출처=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최근까지 한국 경제의 ‘최대 절벽’은 중국 불안이었다. 그러나 새해 들어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한국의 2대 수출 시장인 미국 경제마저 식어가는 조짐을 보여 우리를 더욱 심란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시각 지난 15일의 상황을 돌이켜 보자. 뉴욕증시의 시세판은 온통 붉은색 일색이었다. 그러자 월가 관계자들의 입에선 일제히 ‘붉은 금요일’이라는 탄식이 쏟아졌다. 미국의 경우 한국과 달리 주가가 하락하면 붉은색으로 표시되는데 시세판이 붉은 바다로 변하자 비명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2% 이상씩 추락하면서 월가의 한숨도 깊어졌다.

최근 들어 미국 증시가 한두 번 급락했던 것도 아닌데 이날만큼은 분위기가 유독 침울했다. 이날 미국증시를 짓누른 직접적인 원인은 앞서 마감된 중국증시 폭락과 유가 붕락에서 주로 기인했지만 월가 전문가들이 주시하는 것이 또 있었다. 바로 미국 경제지표 동반 추락이었다.

그간 중국 증시 악화로 미국 증시가 출렁거릴 때도, 유가 추락으로 인해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때도, 이날처럼 의기소침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나마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미국 경제만큼은 나홀로 건재하다는 믿음이었다.

그러나 이날 상황은 달랐다. 최근까지 호조를 보이던 미국 경제지표마저 일제히 미끄러져 내리고 있음이 확인된 가운데서의 주가 추락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12월의 미국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1% 감소한 것으로 드러나자 시장이 아연 실색했다. 미국 GDP(국내총생산)의 70%를 소비가 담당하고 있는데 소비지표의 핵심인 소매판매가 고꾸라지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 뿐 아니다. 미국의 12월 산업생산이 -0.4%를 나타냈고 미국의 11월 기업재고 또한 -0.2%로 지하 쪽을 향했다.

여기에 미국의 12월 생산자물가도 -0.2%로 급락, 미국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 2% 달성이 더욱 요원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온통 마이너스(-) 일색으로 돌아서자 미국 월가에서는 이미 작년 4분기부터 미국 성장률이 다시 꺾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팽배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설상가상'은 또 있었다. 1월 들어 미국 경제를 둘러싼 적신호는 더욱 크게 켜진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의 제조업 지표인 1월 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가 무려 -19.37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이는 시장 전망치 -4.5보다 크게 악화된 수치다. 작년 4분기 지표가 일제히 추락한데 이어 올 1월 지표는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월가 관계자들을 더욱 긴장케 했다.

이날의 미국증시 추락이 이전보다 더욱 침울해 보였던 것도 이같은 미국 경제 지표 동반 악화 속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전문기관들의 경기진단도 비관 일색이었다.

린지 그룹의 피터 부크바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날 증시 추락은 처음에는 해외의 성장률 둔화에서 출발했지만 나중에는 각종 미국 경제지표 동반 악화와 미국 성장률 둔화 우려가 번지면서 확산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펜하이머 펀드의 크리슈나 메나미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악화된 미국 경기지표가 말해주는 것은 지난해 4분기 미국 경제가 둔화됐다는 점”이라고 걱정했다.

S&P캐피탈 관계자 또한 “미국의 2016년 상황은 도전적인 한해가 될 것”이라며 “미국 경기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우려했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의 대형 은행인 소시에테제너럴은 “유가 추락과 중국 경제 불안 및 그에 따른 미국 경제 둔화로 인해 세계 금융위기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미국의 CNBC는 18일(미국시각) 미국 경제의 침체 확률이 28.8%로 5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고 전했다. 제조업과 수출 위축이 이같은 침체 확률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게 CNBC의 진단이다.

이러니 한국도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마저 흔들리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이 크게 추락하는 상황에서 2대 수출 시장이자 마지막 보루인 미국마저 주춤거리면 우리의 수출 길은 더욱 막막해질 수밖에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잖아도 지난해 우리는 수출 부진으로 인해 큰 좌절을 맛봐야 했다. 수출액이 5272억 달러로 전년 대비 7.9%나 줄면서 지난 2011년 이후 꾸준히 유지돼 오던 교역 규모 1조 달러 달성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게 다 우리 수출의 25%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부진, 즉 ‘중국 절벽’ 탓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미국 경제마저 흔들리고 있어 걱정이다. 양대 수출 시장이 모두 어려워지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도 움츠러들 위험이 커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잖아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새해 첫 날 “올해에도 수출은 5382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고작 2.1%, 수입은 4482억 달러로 기껏해야 2.6%, 각각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올해에도 총 교역액이 9864억 달러로 1조 달러에 이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그 후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는 더욱 악화되고 있어 이 같은 산업부의 전망마저 온전하게 달성 될지 걱정이다. 우리 수출시장에 ‘중국 절벽’에 이어 ‘미국 절벽’까지 나타날 우려까지 대두되고 있는 까닭이다.

한국의 수출 업체들이 수출 품목과 수출 시장을 다변화 하는 일이 이제 더욱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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