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관계자 "유가 추락으로 ECB 물가 목표 휴지 조각 됐다"

▲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사진 출처=뉴시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또다시 추가 경기 부양의 필요성을 강력 어필해 향후 ECB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25일(유럽시각) 골든브릿지 증권의 ‘매크로 앤 파이낸셜 데일리’에 따르면 이날 블룸버그가 전한 드라기 발언이 다시 주목받았다.

드라기가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있어 ECB의 신뢰도가 위험에 처해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같은 발언은 지난 주 “오는 3월 ECB 회의에선 통화정책 기조를 수정할 수 있다”면서 3월에 추가 경기부양책을 발표할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은 것이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이날 드라기 총재는 연설을 통해 “우리의 목표는 우리의 신뢰도와 같다”며 “만약 ECB가 목표를 설정했는데,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단순히 골대를 옮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ECB 정책 입안자들은 3월 10일, 다음 회의가 개최되기 전까지 7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3월 회의 때 1.5조 유로(1.6조 달러)에 달하는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실행할 것인지, 그리고 2%에 약간 못 미치는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하게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이미 침체돼 있는 유로존 소비자 물가에 유가 추락까지 겹쳐 유로존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가운데, 드라기 총재는 투자자들에게 만약 필요하다면 ECB가 행동을 취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신시켜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드라기 총재는 2015년 12월에 발표한 부양책 패키지를 언급하며 “낮은 인플레이션 수준이 지속되고 있는 것을 봐왔는데, 우리는 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돼 (비록 유가 하락이 범인일지라도) 인플레이션 기대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고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위험을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위험은 물가에서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뺀 ‘근원’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한층 심화됐는데, 근원 인플레이션 또한 낮은 수준을 보였다”면서 “근원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목표가 아니지만, 이는 중기적으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을 견인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3년 초 이후 19개 유로존 국가들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에 따르면, 이번 주 금요일(현지시각 29일)에 발표될 예정인 지난해 12월 인플레이션은 11월 대비 0.2% 상승한 0.4%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드라기 총재는 다음 달에 발표될 1월 인플레이션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참고로 12월 발표된 근원 인플레이션은 0.9%였다.

ECB에 있어 우려되는 점은 유가가 인플레이션 기대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게 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회의에서도 ECB는 2016년 인플레이션이 평균 1%를 기록하고 2017년에는 1.6%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했었다. ECB 위원회 위원인 크라스 크노트는 지난 주 토요일(현지시각 23일) “올해의 인플레이션 궤도가 유가 폭락으로 인해 휴지 조각이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주 연설에서도 드라기 총재는 “ECB는 인플레이션을 지지하기 위한 도구를 가지고 있으며 결정력, 의지, 그리고 여유 자금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면서 “ECB 위원회가 자세한 도구에 대해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상황에서 ECB 기술 위원회가 여러 옵션들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현재의 양적완화 프로그램 아래, ECB는 매월 국채 및 공채, 커버드 본드(ex. MBS), 담보증권 등을 600억 유로씩 구매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달 정책 입안자들은 매입 자산 범위를 확장시켜 유로존 국가의 지역 부채(regional debt)까지도 포함시킨 바 있다.

지난 주 ECB의 발표 이후 JP모건과 스코틀랜드 왕립은행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오는 3월부터 6월까지 추가적인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실시될 것으로 전망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S&P는 “ECB가 3월에 예금금리를 더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기사 정리=초이스경제 최미림 기자 / 기사 도움말=골든브릿지 증권 안장현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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