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인하 가능성 커져...금융감독당국 구조조정 더 강화해야

▲ 사진 출처=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세계 경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세계 주요국이 속속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야 할 정도로 세계 경제 상황이 위기를 향해 치닫고 있다.

이에 한국의 경제정책 당국과 금융당국의 할 일이 아주 많아졌다. 한국은행은 환율전쟁에 대비해야 하는 반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금융시장 안정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세계는 또다시 저금리 시대를 향해 돌진할 수도 있는 만큼 가계 및 기업 부채 관리에도 더욱 신경써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주 일본은행의 전격적인 마이너스 기준금리(-0.1%) 도입으로 엔화가치 흐름이 확 달라졌다. 지난달 21일 116.75엔까지 추락했던 달러-엔 환율이 지난 주말엔 121엔대로 폭등했다. 엔화가치가 급격히 추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달러-엔 환율이 110~115엔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라던 JP모건, 모건스탠리 등의 환율전망도 이제 믿을 수 없는 수치가 돼 버렸다.

오히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글로벌 투자기관들의 달러-엔 환율 전망은 180도 바뀌어져 있다.

모건스탠리는 당장 향후 3개월 후 달러-엔 환율이 125엔까지 치솟을 것이라며 기존 전망을 긴급 수정했다. BNP바리바는 3개월 후 엔화환율이 128엔까지 솟구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비교적 보수적 전망을 내놓은 노무라 역시 3개월후 달러-엔 환율이 122엔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기관(IB)들은 3개월 후 평균 달러-엔 환율이 123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뭘 말하는가. 연초까지만 해도 “올해엔 엔화가치 상승-원화가치 하락으로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조금은 숨통을 터갈 것”이라던 전망이 확 바뀌게 됐다는 점이다.

그 뿐 아니다. 일본은행의 구로다 총재는 “필요 시, 아니 세계 경제가 더 나빠지거나 2%인 물가목표 달성이 더 어려워질 경우 마이너스 금리를 더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앞으로도 계속 금리조절을 통해 환율전쟁을 가속화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환율전쟁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전격 도입함에 따라 중국도 경쟁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끌어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도 3월 정책회의에서 현재 마이너스 상태인 기준금리를 더 끌어내리거나 돈을 더 푸는 정책을 취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고 캐나다 또한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울러 올해 4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검토했던 미국도 정책 전환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뉴욕의 채권 트레이더들은 전망하고 있다. 뉴욕 채권시장에선 “올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은 이제 50%에 불과한 수준으로 추락했다”고 전하고 있다. 특히 BMO캐피탈 측은 “유로존,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은 다 금리를 내리는데 미국만 금리를 올릴 수 있겠느냐”며 추가 금리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도 난처해졌다. 한국은행은 그간 대외 경제 환경이 크게 악화됐는데도 추가 금리인하에 난색을 표명해 왔었다. 다름아닌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더 낮출 경우 오히려 우리경제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한국은행으로서도 이제 ‘금리인하 불가 입장’을 더는 고수할 처지가 아닌 상황이 되어버렸다. 우리의 주변국인 일본-중국간 환율전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미국마저 추가 금리인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한국은행 역시 팔짱만 끼고 앉아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더 나아가서는 박근혜 정부 전체의 경제정책 운영 방향 수정 여부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더 내릴 경우 가뜩이나 나라 경제를 위협하는 부채 규모가 더욱 커질 위험이 있다. 부실기업들이 구조조정을 게을리 할 수도 있다. 저금리를 노린 좀비세력들이 우리 경제를 더 망치려 들 수도 있다.

따라서 금융감독 당국을 필두로 현정부 핵심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부채관리를 더욱 과감히 하고 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왜냐고?, 일본마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정도로 세계 경제가 최악의 상태로 추락하고 있는 까닭이다.

원화환율 관리나 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출 수 밖에 없는 처지라면 다른 경제당국은 그에 상응하는 부실기업 정리, 부실 가계 단속, 과잉산업 재정비,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한 노력을 배가해 주는 것이 도리다. 그것만이 다시 불붙고 있는 저금리 경쟁, 새로운 환율 전쟁 시대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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