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구조조정에 더 매진-수출 기업은 1등 상품 더 많이 창출해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이번엔 지난 한 주간 일어났던 미국 경제 상황을 돌아보려 한다. 최근 들어 유독 미국의 경제지표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까닭이다. 때마침 파이낸셜타임스(FT)도 최근의 미국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 중국과 신흥국, 유로존, 일본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국가의 경제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인 미국경제마저 쪼그라들면 어찌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여기서 미국경제까지 나빠지면 한국을 비롯해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의 형편은 더욱 나빠질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니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우선 FT 최근 호(미국시각 4일자)의 미국 경제 관련 진단이 섬뜩하다. “미국경제, 침체에 빠질 위험은 낮지만 그 가능성은 점차 증가” “다음 번 경기 침체를 준비하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일 듯”이라는 헤드라인 뉴스가 그것들이다. 한마디로 제 2의 미국 경기침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FT의 진단이다. FT는 그러면서 “현재 미국 시장에선 작금의 경제상황 악화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올해 추가 금리인상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에 배팅하고 있고 그로 인해 미국 달러가치도 추락하고 있다”면서 “이는 몇 주 전 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전하고 있다.

세계 유력 경제신문인 FT가 왜 이런 진단을 내리는 것일까. 그건 그간 나홀로 양호했던 미국 경제마저도 이젠 심각한 상황으로 내달리고 있는 점이 여기저기서 목격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주 드러난 미국의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 그 자체였다.

당장 지난 5일(이하 미국시각) 공개된 지표는 미국 경제의 심각성을 더해줬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1월 비농업부문 신규취업자 수가 고작 15만1000명에 그쳤다. 이는 마켓워치 예상치 18만명과 로이터 예상치 19만명을 각각 크게 밑도는 수치다. 그간 미국 연준이 단 하나 확신하고 있었던 경제지표가 ‘고용’이었는데 이제 고용지표마저 추락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연준이 9년여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었던 가장 확실한 배경이 고용지표였는데 이제 그토록 확신감을 주었던 고용지표마저 위태로워진 것이다.

역시 지난 주 발표된 미국의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쇼크를 주긴 마찬가지였다. 4분기 성장률 역시 0.7%(연율기준, 예비치)에 그쳤다. 이 또한 전문가 예상치(+0.8%)는 물론 직전 3분기 확정치(+2.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재고 감소와 해외 수요 부진, 에너지 가격 추락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지출이 전월 대비 0% 늘면서 시장 예상치 +0.1%, 전월 수치 +0.5%에 모두 미달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또한 미국 12월 건설지출도 전월 대비 0.1%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 +0.6%에 못 미치는 상황을 연출했다.

이밖에 미국의 지난해 12월 공장 주문이 전월 대비 2.9%나 급감했고 작년 4분기 미국의 생산성도 3%(연율 기준)나 추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가하면 미국의 올 1월 ISM제조업지수도 48.2를 기록, 여전히 기준치인 50에 미달하는 위축된 모습을 이어갔고 1월엔 잦은 한파와 폭설로 미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 보다 더 나아지리란 보장도 없어진 상태다.

이처럼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작년 연말 및 올해 초 경제지표가 대부분 아래쪽으로 치달았다. 미국 경제가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자 이젠 금융시장이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가치가 속절없이 추락했다. 지난 4일에는 주요 6개국 통화가치 대비 미국 달러화가치 수준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100일 만에 처음으로 96선으로 주저앉기까지 했다. 불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99선을 넘나들던 달러인덱스가 수직하락 하면서 지난해 12월 연준의 금리인상 이전 수준으로 크게 후퇴한 것이다.

그러자 연준 위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미국 연준도 추가 금리인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 역시 “지난해 12월 이후 미국 경제 및 시장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면서 “미국 연준이 추가 금리를 결정하는데 있어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권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FT가 “미국 경제 위험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면서 “제 2의 경기침체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진단을 쏟아낸 것도 이같은 미국 상황 급변에 따른 것임은 물론이다.

문제는 미국경제까지 추락할 경우 가장 타격을 받는 곳 중 하나가 한국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제 2의 수출시장인 미국마저 위태로워질 경우 한국의 설 땅은 더욱 좁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한국에선 지난 1월 수출이 18%나 격감하면서 큰 쇼크에 빠진 상태다. 중국에 이어 미국 경제까지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수출기업들이 더욱 분발해야 하는 준엄한 국면이 도래하고 있다.

지난 4일(한국시각) 주형환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이 기업들을 향해 “선도산업 창출을 위해 과감히 투자해 달라”고 주문한 것도 이같은 엄중한 글로벌 경제 상황 속에 우리 기업들이 할 일은 1등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 밖에 다른 길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경제가 악화되면서 미국의 금리인상이 지연될 경우 한국이 노려야 할 것은 또 있다.

미국이 경제 악화로 인해 금리 정책을 완만하게 가져갈 경우 한국은 그만큼 미국발 금리 쇼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만큼 이를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미국 추가 금리인상이 지연될 경우 한국으로선 부실기업, 부실 가계 구조조정을 더욱 확실히 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도 있다. 나아가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지연은 중국의 위안화 절하 쇼크도 완화시킬 가능성이 큰 만큼 이를 활용하는 중국 시장 공략도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제 글로벌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한국이 여러 방면에서 지혜로운 선택을 해야 할 시기가 더 절박하게 다가오고 있음을 우리의 경제 주체들은 더욱 명심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우리의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말로만 금융개혁-부실기업 구조조정”을 떠들지 말고 “실질 적인 개혁과 구조조정을 더욱 강도높게 추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현재 우리의 금융당국과 관련해선 “발표는 많은데 실제 진척되는 구조조정은 별로 없다”는 지적이 가해지고 있다는 점을 금융감독원장과 금융위원장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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