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 대부분 수조원대 자체 ELS 헤지 북 보유, '초비상'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최근 왜 한국의 증권사들은 홍콩 H 지수가 올라주기만을 학수고대하는 것일까. 바로 홍콩 H지수에 기반해 운용되는 ELS(주가연계증권)가 한국 대형 증권사들의 목줄을 죄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증권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증권사들은 ELS 발행을 크게 늘렸다. 브로커리지 영업이 잘 안되자 ELS로 돈을 벌어보자는 심산에서 였다. 그러면서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팔고 외국사 고객들에게도 넘겼다. 이 중 외국사에 넘기거나 고객에 팔아넘긴 ELS는 고객들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게 된다. 지난해 일부 은행이 ELS를 고객들에게 대량으로 팔았다가 최근 손실을 입은 고객들로부터 무더기 민원에 시달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증권사 자체 손실도 엄청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증권사가 자체 이익을 올리기 위해 ELS를 고객들에게 넘기지 않고 자체로 떠안은 이른바 ‘자체 헤지 북’을 크게 늘린 탓이다. 따라서 자체 헤지 규모가 많은 증권사도 홍콩 H지수가 추락하면 고스란히 손실을 입게 된다. 그런데 증권사가 자체 헤지 북으로 운영하는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증권사별 ELS 자체 헤지 규모를 보면 대형 A증권 3.7조 원, 대형 B증권 3.2조 원, 대형 C증권 2.9조 원, 대형 D증권 2.5조 원, 대형 E증권 2조 원, 대형 F증권 1.35조 원, 중견 G증권 1.9조 원 등이다.

반면 은행 계열인 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투자의 자체 헤지 북은 각각 0.8조 원, 0.5조 원에 그쳐 이들은 상대적으로 손실 위험이 작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ELS는 홍콩 H지수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홍콩 H지수가 떨어지면 이들 ELS도 위험해진다. 얼마 전 홍콩 H지수가 8000선 초반으로 떨어졌을 때만 해도 일부 증권사는 ELS 자체 헤지 북에서 1000억 원에 이르는 손실을 보고,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수백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었다. 그런데 지난 주 홍콩 H지수 8000선이 붕괴되고 7500선까지 밀리자 한국 증권사들은 아연실색했다.

그 뿐 아니다. 한국 ELS는 홍콩 H지수 5000~7000선 구간에 이르면 최악의 손실 구간에 몰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주 홍콩 H지수가 7000선을 향해 추락하자 증권계가 발을 동동 구른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증권사 파생금융 담당자는 "홍콩 H지수가 7000선 아래로 추락하면 한국 증권사들이 입게 될 손실 규모가 10배는 커질 것"이라고 걱정할 정도다.

여기에다 일부 중견 증권사는 회사 규모가 작은데도 대형 증권사 못지않은 자체 헤지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 회사는 담보로 내놓을 국채가 모자라자 단기 회사채를 발행해 연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홍콩 H지수가 만일 7000선 아래로 추락하면 한국 증권계에도 시스템 위기가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각 증권사가 모두 위기 극복을 위해 올인해야 하는 실정이다. 일반 투자자들도 금융회사가 권하는 상품을 함부로 사들이는 일이 없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5일 아시아 증시에서 홍콩 H지수가 7843.68로 4.51%나 폭등해준 점은 그나마 한국 증권사들에겐 큰 위안이었다. 향후 홍콩 증시가 더는 무너지지 말고 올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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