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관료들, 남탓 말고 구조조정 등 발등의 불부터 꺼야

▲ 사진 출처=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최근 보도에 의하면 황교안 총리는 “지금은 경제 비상 상황”이라며 경제활성화법 통과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지금은 기울어가는 나라 경제를 구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 기업이 모두 하나가 되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그러나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

국회는 국회고 정부 스스로 해야 할 일도 많다는 점이다. 경제활성화법 통과 이전에라도 심각한 경제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앞장서 해야 할 일도 산적해 있다는 게 그것이다. 부실기업 구조조정도 그 중 하나이다.

필자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황 총리를 비롯한 우리 정부의 최고 정책결정권자들에게 건의하고 싶다. 가장 먼저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회 위원장, 금융감독원 원장 등 소위 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할 위치에 있는 경제 관료들을 향해 “제발 궂은 일 좀 하라. 제발 당신들 부터 먼저 제대로 뛰어라” 라는 명령부터 내려 달라고 호소하고 싶다. 장관들이 자신들의 할 일부터 먼저 해가며 국회에도 호소하고 기업에도 당부하는 게 경제활성화의 기본적인 순서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지금 우리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선거를 앞두고 있어선지 최근 경제당국 주변에선 실종된 ‘단어’가 있다. 바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이다.

지금 금융감독원장, 금융위원장, 그리고 기획재정부 장관은 구조조정과 같은 궂은일부터 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곪은 피부터 얼른 짜내면서 우리의 경제 체력이 더 이상 약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신성장 동력을 찾아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경제 당국자들은 어떤가. 언제부턴가 입으로 할 수 있는 말만 쏟아내고 있다.

다시 한 번 말하건대 필자가 우리의 경제장관들부터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국회와 상관없이도 정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다 지금의 세계 경제 상황이 아주 위험한 국면에 처해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주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세계 경제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글로벌 국가들은 서둘러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UBS도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자금 흐름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보다 더 악화됐다”면서 “자본 흐름을 둘러싼 세계 대전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경제 침체와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이 장기화 활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신흥국의 자본 유출 위험이 여전히 걱정 된다”고 밝혔다.

전세계 경제 상황이 종잡을 수 없는 커다란 변동성 위에 놓여 있다는 게 이들 주요기관의 진단이다.

지난 25일 중국증시를 대표하는 상하이종합지수가 단 하루 만에 무려 6.41%나 무너져 내리며 글로벌 시장 참여자들을 아연 긴장케 한 것도 지금 세계 경제 상황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대변해 주고 있다.

그러자 글로벌 주요 금융 분야 리더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경기 부양도 중요하지만 구조조정과 구조개혁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 역시 “경기부양보다 부실 구조조정이 먼저다”고 역설했다. 미셀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 또한 지금은 경제상황과 관련한 과도한 대응(부양책) 보다는 기본에 충실해야 할 때라고 거들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한국 역시 구조조정이나 구조재편 없인 성장도 담보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들의 발언은 중국에서 26~27일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집중 쏟아졌다.

이들 글로벌 경제의 핵심 리더들이 세계 경제가 기울어 가는 상황에서도 ‘구조조정’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은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그건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로 간주된다. ‘한 사람’의 건강이나, ‘한 나라’의 건강이나, 모두 따지고 보면 동일한 게 있다. 아픈 곳부터 치료해야 한 나라나, 한 사람의 건강한 삶도 지속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그것이다.

현재 한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우리 경제의 아픈 곳은 바로 여기저기 방치돼 있는 부실기업, 아니 좀비기업들이다. 벌어서 이자도 못내는 그런 기업들이다. 그들이 잘못되면 국민 세금만 계속 낭비도고 은행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 그리고 작년에 사상 처음으로 12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실도 우리 경제의 아픈 곳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린 지난 1997년, 부실기업이 널려있는 가운데 사상 초유의 외환위기를 경험한 나라다. 당시 삼성그룹을 제외하면 대부분 재벌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당해야 했다.

그런 만큼 이런 아픈 곳을 서둘러 치유하지 않을 경우 금융시스템이 위험해지는 등 우리 경제의 기본도 망가질 수 있다. 어려울 때 일수록 궂은 일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여겨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구조조정에 충실하고 다른 한쪽에선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해 나가는, 이른바 ‘양대 수레바퀴’가 잘 굴러가야 한나라 경제가 건강해지는 것이다. 작금에 의식있는 글로벌 경제당국 수장들이 “지금처럼 세계경제가 불확실할 때 일수록 경기부양도 좋지만 구조조정이 먼저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제장관들은 어떤가. 최근들어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적극 매달리겠다”며 고민하는 경제관료가 몇이나 되는가 묻고 싶다.

최근 글로벌 시장이 출렁이자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시장 변동성 확대 시 즉각 대처 하겠다”고 했다. 당연히 해야 할 말을 했다고 본다. 경제장관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위기가 왔을때 즉각 대처 하려면 평소에 기초체력부터 다지는 노력도 병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 평소부터 우리 경제의 아픈 곳을 잘 치료해 놔야 위기 때 즉각대처도 가능한 것 아닌가? 우리의 국회가 분열돼 경제관련 법이 낮잠을 자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경제장관들부터 먼저 우리 경제의 맥을 제대로 짚고 궂은 일부터 해결 하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 금융당국 수장들도 이제는 새로운 금융상품 운운하기 보다 내손으로 부실기업, 부실 가계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겠다는 자세부터 견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과 같은 위기 때는 생색내는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그리고 인기있는 일을 잘 하는 사람보다, 궂은 일을 열심히 하는 관료가 진정 제대로 된 공직자로 평가받는 그런 시기임을 경제 당국자들이 간과해선 결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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