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의 신흥국 진단 눈길...한국도 논란의 한 중심에 위치

“지금이 이머징(신흥국 시장) 투자에 뛰어들 절호의 찬스다” vs “아니다, 신흥국 시장이 안정되려면 아직 멀었다”

최근 이머징 시장을 둘러싼 논쟁이 고조되고 있다. 한쪽에선 신흥국의 자산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 돼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신흥국의 저성장이 깊어지고 있는 만큼 신흥국 위험은 지난 1997년 아시아 및 러시아 외환위기 때를 연상케 하고 있다고 받아치고 있다.

또한 이같은 신흥국 논란의 한 중심에 한국도 포함돼 있어 주목받고 있다.

29일 골든브릿지 증권의 매크로 앤 파이낸셜 데일리에 따르면 블룸버그가 내놓은 ‘향후 10년을 매매? 밸류트랩?, 이머징 시장을 둘러싼 논쟁 고조’라는 시장 분석이 눈길을 끌고 있다.

블룸버그 분석을 보면 최근 이머징 시장을 둘러싼 비관론자와 낙관론자 사이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세계 최대 투자펀드인 블랙록과 프랭클린 템플턴 등 신흥국 강세장을 전망하는 기관의 펀드매니저들은 지난 주에 “이머징 시장의 밸류에이션(가치)이 그저 모른 척 넘어가기에는 지나치게 저평가 돼 있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Research Affiliates LLC 측도 “현재 이머징 시장을 매수하는 것은 지난 3년 동안 벤치마크 증시가 30% 하락하고, 현지 통화 표시 국채 가격이 26% 하락한 뒤 ‘향후 10년을 매매’하는 투자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프랑스 대형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SocGen)과 UBS 그룹을 비롯한 신흥국 약세장을 전망하는 투자자들의 경우 “이머징 시장의 약한 경제 성장과 지속 불가능한 기업들의 부채 부담 및 정부 정책의 불신 심화가 우려된다”며 “이머징 시장 자산 가격의 하락이 추가로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선 신흥국 시장에 대한 낙관론자들은 이머징 자산의 밸류에이션(가치)이 크게 저평가 돼 있고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가 완화된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Research Affiliates는 “계절조정 P/E(주가수익비율, 즉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 지표에 기반했을 때, 이머징 시장의 주가는 오늘날의 주가 수준 대비 6배 정도 저평가 됐다”고 진단했다. 또한 “블룸버그가 취합한 포워드 P/E 지수를 참고했을 때, (이머징 시장의) 벤치마크 인덱스는 선진국 대비 28% 저평가 되어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채권시장의 경우, 전세계 주요 선진국 정부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보장해주는 채권 규모가 7조 달러에 이른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 국채 대비 이머징 시장의 달러 표시 국채의 초과 수익률은 2월 들어 7년 만에 최대인 5.07%포인트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브라질의 헤알화 표시 국채 수익률은 평균 14.8%를 기록했고,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있어서 디폴트 위험과 통화가치 평가절하 위험에 큰 완충재를 제공하게 됐다는 것이다.

Research Affiliates는 이머징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역풍도 더는 악화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머징 시장이 직면한 몇몇 도전 과제들이 더 이상 심화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지난 2년 동안 60% 이상 하락한 유가는 안정될 신호를 보여주고 있고 중국은 성장을 부양할 추가적인 노력을 실행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미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계획은 완화됐고 신흥시장을 괴롭히던 달러 랠리는 모멘텀을 잃었다고 밝혔다.

특히 블랙록의 이머징 시장 담당 팀의 애널리스트들은 지난주 발표한 리포트에서, “아직도 신흥시장과 관련해 다수의 ‘부정적인 요소’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지금이야말로 시장 동력을 촉진시킬 몇몇 ‘긍정적인 요소’들에 초점을 맞출 시기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프랭클린 템플턴의 글로벌 거시경제 담당 최고투자책임자인 마이클 하젠스탑에 따르면 아직도 투자자들은 대량매도 사태 속에서 이머징 시장 자산들을 무자비하게 팔아치우고 있다. 템플턴 글로벌 본드 펀드를 통해 530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는 하젠스탑은 “멕시코, 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그리고 필리핀은 ‘견고한 펀더멘털’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닥친 것처럼 다뤄지고 있다”고 지난 2월 22일 블로그포스트에서 밝힌 바 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은 ‘환상적인 기회’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해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하지만 “터키, 러시아, 베네수엘라, 남아공은 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머징 시장에 대한 비관론자들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그들은 무엇보다 신흥시장의 약한 성장세에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다. 약세장을 전망하는 투자자들에게 있어서 저평가 된 밸류에이션을 반등시키기엔 성장률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시 말해 글로벌 경제 성장 전망이 악화된 점은 신흥국 시장의 최대 취약점이 되고 있다는 논리가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씨티그룹은 "자사의 경제 서프라이즈 인덱스(Economic Surprise Index)는 지난 1월 이후 이머징 시장의 일자리 지표에서부터 제조업 지표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지표들이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에 한참 못 미쳤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비관론자들은 “글로벌 무역이 부진한 가운데, 이머징 시장들은 수출로부터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1월 수출량은 19% 감소했고 중국은 11% 줄었으며 멕시코, 남아공 등 이머징 시장의 많은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자금조달 금리를 인상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들은 이어 “중국에서의 자본유출은 중국 통화 당국의 대표 부양책인 기준금리 인하까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전략가들은 지난 25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이머징 시장의 평가절하 추세가 지속적으로 역전된다는 포지션을 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UBS는 “주요 신흥국의 외채 규모가 2.8조 달러를 넘어서는 등, 점차 높아지는 부채 부담이 이머징 시장에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UBS의 이머징 시장 크로스에셋 전략 총괄 담당자 바뉴 바웨자는 “신흥국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과 타이트해진 대출 여건은, 국영기업을 포함해 기업들로 하여금 부채를 상환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중앙은행을 통해 통화 부양책을 실시하도록 만들 것이고, 그 결과 각국 정부는 그들의 대차대조에 피해를 입게 될 뿐 아니라 자금조달 금리도 상승시키고 말 것”이라고 진단했다. 바웨자는 앞서 이달 초 발표한 리포트 자료에서도 “신흥국 금융기관, 정부 그리고 기업들 사이에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기 시작할 것이다”면서 “이머징 시장의 회사채가 미국 하이일드 채권보다 언더퍼폼(수익이 평균보다 밑도는 것)할 것이고 이머징 시장의 주식은 10~12%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비관론자들은 신흥국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11년부터 이머징 시장을 비관했던 존-폴 스미스(Ecstrat 설립자)는 “경제 개입 정도를 낮추려는 이머징 국가들의 경기부양 노력 부족은 그들의 자산 가격에 계속해서 부담을 안겨줄 것”이라며 “대표적인 예로 ‘정부 자본화’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브라질의 무능을 들 수 있는데, 이는 브라질 경제를 100년 만에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로 추락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못박았다. 또한 그는 “러시아, 터키, 그리고 폴란드 등의 정책 입안자들 역시 보다 권위주의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걱정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5일에도 이메일을 통해 “만약 오늘날의 신흥국 상황과 비교할 수 있는, 역사적으로 유사한 상황이 존재한다면 과거 1997~98년 금융위기로 인해 아시아와 러시아의 국채가 디폴트된 시기를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 정리=초이스경제 최미림 기자 / 기사 도움말=골든브릿지 증권 안장현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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