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호전으로 금리인상 가능성 확대...한국도 주시해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사람들은 다음 주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행보를 주시한다. 주요 선진국의 통화정책 회의가 다음 주에 잇따라 열리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현재 열리고 있는 양회(정협+전인대)를 통해 올해와 향후 5년의 경제 청사진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오는 10일(이하 현지시각)엔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 회의를 갖는다. 이어 14~15일엔 일본은행(BOJ)이 정책회의를 열고 15~16일엔 FOMC(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 금리 결정 회의가 예정돼 있다.

다음 주 중앙은행 이슈와 관련해선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모든 회원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로 결의한 가운데, 주요 선진국이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공조에 나설 지가 관건이다.

회의 전망은 두 가지다.

일각에선 정책공조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G20 회의에서 언급했듯이 지금 전세계 경제가 워낙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선진국들의 통화정책 공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진단도 만만치 않다. 필자도 여기에 동조하는 사람 중 하나다.

무엇보다 지난 4일(일본시각)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가 “당분간 마이너스 금리를 확대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최근 마이너스 금리 도입 후 역풍을 맞은 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이사회가 그들의 경제 진단서인 베이지북에서 “달러가치 강세로 인해 미국의 제조업과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각국의 환율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게다가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로 미국의 입장을 잘 아는 스탠다드 앤 푸어스(S&P)가 최근 “일본의 추가 경기 부양책은 그 수단이 무엇이든 일본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충고한 뒤 구로다의 발언이 나온 것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일본은행이 다음 주 회의에서 무턱대고 부양책을 밀어 붙일지는 두고봐야 할 것으로 여겨지는 내용들이다.

미국 연준의 움직임도 크게 주목받을 전망이다. 연초에 크게 불거졌던 미국 추가 금리인상 방해 요인들이 최근 급격히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의 분위기만 해도 3월 미국 FOMC의 추가 금리인상 결정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중국 증시가 폭락했고 미국의 경제지표도 우수수 추락했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더불어 불안의 수렁에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뉴욕 월가는 재닛 옐런 의장이 이끄는 연준을 공격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실수였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이에 옐런도 지난 2월 11일 의회 보고에 앞서 “미국 증시가 추락하는 것은 연준 탓이 아니다”며 “연준이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만 해도 유가가 이렇게 추락할 줄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미국도 마이너스 금리를 검토는 하겠다”고 했다. 옐런이 궁지에 몰리는 순간이었다.

미국 연준이 올 3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전망이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그 때와는 판이하다. 2월 말부터 발표되는 미국 경제지표가 잇따라 기지개를 켜고 있고 연초 글로벌 증시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유가도 추락을 끝내고 반등을 거듭하고 있다.

우선 지난 2월 말부터 최근까지 발표된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를 보면 1월 내구재 주문 지표가 전달 보다 4.7%나 증가했고 미국의 1월 공장주문 역시 전월 대비 1.6% 급증하며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미국 기업들의 향후 투자를 예고하는 핵심부문에 대한 공장주문은 전월보다 3.4%나 급증해 19개월 만에 최고의 증가치를 나타냈다. 여기에다 미국의 2월 ISM(공급관리자협회)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49.5로 시장 예상치 48.5를 훌쩍 웃돌았다.

그 뿐 아니다.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 조건으로 가장 중시하는 2월 소비자물가도 1.3%나 올라 눈길을 끌었다. 유가 추락 속에서도 물가(인플레이션)가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옐런 의장이 “연초에 국제유가가 예상 밖으로 추락한 것 말고는 미국 경제는 아직 괜찮다”고 했던 말이 입증되는 모습이다.

또한 4일(미국시각) 발표된 미국의 2월 비농업부문 고용지표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2월 비농업부문 신규 취업자 수가 24만2000명으로 마켓워치가 내놓은 시장 예상치(19만5000명)를 훌쩍 넘어섰다. 2월 고용지표 역시 서프라이즈다. 다만 취업자 임금이 삭감된 것은 미국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을 주저케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일부 전망이 뒤따르고 있을 뿐이다.

미국 경제가 최근 봄바람을 타고 기분 좋은 회복을 연출하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 경제는 위대하다”는 말로 자화자찬했다.

게다가 재닛 옐런을 괴롭혔던 국제 유가도 최근엔 옐런의 명예와 체면을 회복시켜주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4일(미국시각) WTI(미 서부 텍사스산) 유가는 배럴당 35.92달러로 3.91%나 뛰었다. 북해산 브렌트 유가도 38.35달러로 3.45% 급등했다. 이로써 이번 주에만 국제 유가가 9% 이상 치솟았다. 또한 최근의 바닥 시세보다는 30%나 급반등했다. 이제 옐런 의장을 괴롭히던 변수들도 하나둘 장막 뒤로 사라지고 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연준은 오는 15일부터 이틀간 FOMC 통화정책 회의를 연다. 그러니 시장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3월 중에 미국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올리지는 못하더라도 최근 호전된 경제지표를 근간으로 다시 “금리인상 강행”을 주장하는 매파들의 목소리가 커질 여지는 아주 많아졌다.

실제로 이날 노스코스트 애셋 매니지먼트의 프랭크 인가라 트레이더 헤드는 “현재 투자자들은 강한 경제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며 “다만, 미국의 경제지표 호전은 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주식 거래에 약간 주저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경제지표를 놓고 볼 때 15일의 FOMC 회의를 낙관만 할 수도 없다는 얘기다.

최근 구로다 일본 은행 총재가 다음 주 열릴 일본은행 정책회의를 앞두고 한발 빼는 모습을 보이는데다, 미국의 금리 추가 인상을 막는 요인들도 사라지고 있어 “모든 선진국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이라는 통화정책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는 시장 한편의 기대도 아직은 “장담할 수 없는 이슈”가 되고 있다.

물론 이같은 미국 경제의 호전은 한국엔 반가운 일이다. 경제지표 호전과 함께 미국 달러가치가 다시 강세로 돌아서면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하향 안정될 수 있는데다 한국의 대 미국 수출도 활기를 더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경계해야 할 요인도 있다. 미국 경기 급속 개선은 미국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시기를 다시 앞당길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 경우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은 다시 자본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오거나 저금리 상황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없는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한국이 미국 경제 호전과 관련해 한편으론 이를 반기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대비책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 정부와 통화당국의 긴밀한 대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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