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 신성장 육성 병행하는 중국 의지는 한국에도 '큰 교훈'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지난주 중국과 관련해서 일어났던 상황들을 돌이켜본다. 역시나 중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어렵긴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은 지금 제조업, 수출 중심의 경제에서 소비 중심의 경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아울러 중국 경제는 여러 외부 세력의 공격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중급 규모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고 그 와중에 ‘양회(정협+전인대)’라는 중대 행사를 열면서 향후의 멋진 경제 청사진을 대내외에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지난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된 제 12기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제4차 전체 회의에서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13.5규획(향후 5개년 경제 계획)의 실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여러 비전을 제시했다. 향후 5년간 연평균 6.5%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202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을 2010년의 두 배로 늘릴 것이며 국민들이 의식주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샤오캉(小康)’ 사회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점이 핵심 골자다.

그러나 이런 중국의 장대한 비전이 순조롭게 달성될지는 미지수다. 많은 글로벌 투자기관이 6.5%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일부 기관에서는 중국의 허위 통계까지 반영하면 지난해 6.9% 성장은 커녕 1%대 성장을 기록했을 수 있다는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여기에 최근 헤지펀드들이 위안화를 공격하고 한때 중국증시가 심하게 출렁이자 일부 글로벌 기관에선 “중국 당국이 과연 위안화 가치와 금융시장을 통제할 능력이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는 평가까지 내놨었다.

아울러 지난주에도 중국에 대한 글로벌 기관들의 의구심은 여전했다. 특히 지난 1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2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가 49.0으로 나왔다고 발표하자 글로벌 시각은 또다시 중국을 비관했다. 이같은 PMI 수치는 기준치 50(이 지수가 50을 넘으면 제조업 경기가 활기를 띠고 있다는 의미고 50 미만이면 위축되고 있음을 뜻한다)을 밑돌았을 뿐 더러 4년 3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이 바로 전날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전격 인하한 뒤 이같이 경기지표가 곤두박질 친 것으로 드러나자 글로벌 시장에선 다시 웅성거림이 일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위안화가 공격을 받아왔고 게다가 실물경기회복까지 요원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위안화를 방어하는 일이 더 다급해졌다”면서 “이러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더 고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게다가 중국은 매년 ‘양회’가 열리기 전에는 좀처럼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는 게 그간의 상례였는데 올해엔 3월3일 ‘양회’ 개막 직전에 다급하게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 인하’라는 큼지막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자 중국을 향한 세계의 시선은 더욱더 매섭게 변해가고 있었다. “중국 경제가 얼마나 다급한 상황에 몰렸으면 양회 때 발표해도 될 정책을 앞당겨 쏟아냈겠는가” 하는 의혹도 커졌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제조업 PMI가 4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며 “중국경제 위축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맥을 짚었다.

그런가하면 독일의 코메르츠방크는 “중국이 지급준비율을 갑자기 인하한 것은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취해야 하는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프랑스의 BNP파리바도 “중국의 통화완화 정책은 실물 경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무디스의 평가는 더욱 가혹했다. 무디스는 지난 2일 “중국의 국가 신용전망을 종전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다”며 “향후 신용등급을 강등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경우 경제 개혁을 수행할 능력이 의심스럽다는 게 신용전망 하향의 이유라고 했다. 무디스의 이런 조치는 각종 경제 개혁 조치를 발표하게 될 ‘양회’ 개최 하루 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렇듯 3월 첫번째주는 중국으로선 아주 난감했던 한 주 였다. 핵심 경제지표 추락과 그로 인한 수많은 대외의 공격 속에 2016년의 경제 청사진 제시는 물론 향후 5개년의 경제비전(13.5규획) 발표가 이뤄질 ‘양회’를 시작해야 했던 게 지난주 중국이 처한 막다른 상황이었다. 또한 중국의 처지가 이토록 절박했기에 이번 ‘양회’, 그중에서도 경제정책을 주로 다루는 ‘전인대’에 대한 관심이 아주 컸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지난 5일 시작된 전인대는 대 내외에 ‘중국 당국의 경제 살리기 의지가 아주 충만함’을 역설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아무리 어렵지만 향후 5년간 6.5% 이상의 중급 규모 성장을 지속해 나가고 나아가 인민들의 소득을 두배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그 뿐 아니다. 중국은 지금 동아시아 패권을 잡기 위해 미국, 일본과 치열한 군비경쟁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올해 국방예산을 과감히 희생시켜 경제 살리기에 쓰겠다는 의지까지 내비쳤다. 중국은 올해 국방예산을 고작 7.6% 늘리기로 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20~30% 늘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중국 정부의 판단은 달랐다. 국방예산 증액 분을 줄여 경제 살리기에 과감히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만천하에 보여준 것이다.

여기에 멍들어 있는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5년간 많은 고통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예견했던 대로 무엇보다 공급측면의 개혁을 강조했다. 철강과 석탄, 시멘트 등 주요 산업이 30~50%에 달하는 심각한 과잉 생산설비 문제를 안고 있는 점을 감안, 앞으로는 이들 산업의 과감한 구조조정과 설비감축을 촉진키로 했다. 사양산업은 가감없이 도태와 재편을 추진키로 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선 기존 산업을 고도화 하기 위해 혁신을 획기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중국 정부가 무너져 내리는 경제를 살려 내기 위해 한쪽에선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되 다른 한편에선 과감한 혁신을 통한 신성장 동력 육성 및 산업고도화를 꾀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물론 이같은 변신을 제대로 추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방향은 맞다. 최근까지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국제통화기금) 총재 만큼은 “중국 경제가 지금은 어려우나 구조개혁에 역점을 두고 있는 만큼 향후에는 걱정없는 상황으로 변신할 것”이라며 누차 긍정적인 진단을 내린 것도 중국이 취하는 방향이 틀리지 않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금 기로에 서있다. 하지만 중국의 이같은 경제 회복에 대한 각오는 한국도 배워야 할 점이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신성장동력 육성이라는 양 수레바퀴가 잘 굴러가야 중국 경제가 살아날 수 있듯이 한국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중국 경제 추락, 유가 추락 등에 따른 세계 경기 악화로 한국의 수출은 1월 19% 격감, 2월 12% 급감 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또한 대내적으로는 부실기업 급증과 가계부채 폭증이라는 커다란 난관에 봉착해 있다. 게다가 가계부채 급증과 청년실업 급증 여파로 인한 출산 기피 및 결혼 기피로 ‘인구절벽’과 ‘소비절벽’ 위기까지 맞고 있다.

중국이 처한 상황도 어렵지만 한국이 처한 상황도 만만치 않다. 한국 또한 ‘구조조정’과 ‘신성장 동력 확보’라는 양대 정책을 균형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는 중국 정부가 외치는 것보다 훨씬 약한 것처럼 보여 걱정이다. 관련 당국이 알고도 안하는 건지, 몰라서 안하는 건지, 아니면 의지가 없어서 그러는 건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다시 한 번 우리의 경제 당국도 제대로 된 방향을 잡고 가혹하지만 멋진 ‘경제 청사진’을 제시하고 추진해 줬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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