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돈, 하루에만 6000억 한국 증시 유입...원화환율도 급락

▲ 사진은 한국금융투자협회 앞에 있는 한국 주식시장 대표 상징물 '황소' 동상 /사진 출처=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지난달 말부터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입질이 시작되더니 이젠 드디어 외국인의 한국 증시 매수가 화산처럼 폭발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한국 주식 집중 매수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강해서라기보다 ▲환차손 우려 완화, ▲국제 유가 반등에 따른 산유국 자금 사정 호전, ▲미국 추가 금리 인상 요인 약화에 따른 신흥국 리스크 완화 등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커 향후 흐름도 계속 주목받을 전망이다.

10일 증권계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의 한국 증시 집중 매수는 다소 뜻밖이다. 앞서 마감된 유럽 증시와 미국 증시조차도 국제 유가 급등 속에 10일(유럽시각)로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경계감을 표출했는데,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최근 보기 드문 초대형 매수를 취했기 때문이다.

이날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무려 6000억 원 이상 어치(코스피 주식 6374억 원 순매수, 코스닥 172억 원 순매도)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최근 5000억 원 순매수 기록이 있었지만 이날 매수 규모는 더욱 컸다.

이 바람에 이날 한국 코스피 지수는 개인(1218억 순매도)과 기관(5684억 원 순매도)이 투매에 나섰음에도 전날보다 16.38포인트(0.84%)나 오른 1969.33까지 뛰어오를 수 있었다.

또한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에서 172억 원어치의 순매도를 취했지만 코스닥 지수도 7.96포인트(1.17%) 오른 687.60에 장을 마감할 수 있었다.

실제로 정작 앞서 열린 영국, 독일, 프랑스 증시는 ECB 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주가는 모두 0.5% 이내의 상승세만 기록했었다. ECB 회의에 대한 경계감이 작용한 탓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 증시는 ECB 회의를 목전에 두고 외국인의 도움을 받아 껑충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이날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 4월 22일 기록한 하루 순매수 규모 7445억 원에 이어 약 1년 만에 이뤄진 가장 큰 규모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해 6월 중국 증시 폭락을 기점으로 한국 주식도 투매하기 시작, 올해 초까지 무려 17조 원이나 되는 한국 주식을 내다 팔았었다.

그러다가 지난 1월부터 외국인 투매가 잠잠해지기 시작하더니 지난달 25일 경부터 한국 주식을 다시 본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해 주목받았다.

더욱이 이날엔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동결했음에도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에 올인했다.

그러면 무엇이 이토록 외국인들을 한국 시장으로 왕창 끌어들였을까.

이와 관련, 시장에서는 크게 3~4가지 원인을 꼽고 있다.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히는 것이 유가 안정이다. 그간 산유국들은 국제유가가 추락하자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한국 주식을 집중 매도하고 한국에서 뛰쳐나갔었다. 그러나 최근 유가가 반등하면서 유가 추락에 따른 한국 증시 이탈 이유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둘째는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 지연 가능성 확대가 꼽히고 있다. 올 들어 중국의 경제 상황이 크게 악화되고 나아가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위축되자, 미국 연준도 기준금리 인상 강행 방침에서 한발 물러선 상태다. 그리고 이는 신흥국 시장에 대한 자금 유입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셋째, 일본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신규 도입 또는 유럽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확대 방침도 유망 신흥국 증시엔 자금 유입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넷째 한국의 원-달러 환율이 그간 급등하면서 원화가치가 크게 떨어졌던 점도 외국인들이 겁을 덜 먹고 한국 시장에 들어올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원화가치가 떨어졌을 때 한국에 들어오면 환차손 걱정을 덜 해도 되는 까닭이다. 실제로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한때 1240원대까지 솟구치자 외국인 자금이 집중 유입된 것도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지난달 25일 경부터 전날까지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에 1조 원 이상 유입됐던 것도 이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 기관들의 진단이다.

한편 이날에도 외국인들이 6000억 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자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2.7원이나 추락하며 1203.5원까지 뚝 떨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외국인 자금 집중 유입으로 원화가치가 크게 절상된 것이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의 한국 증시 진단이 눈길을 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과 멕시코, 대만 증시를 선호한다”고 했다. 한국을 비롯한 이들 3개국 증시는 말이 신흥국 시장이지 선진국형 흐름을 보이는데다 경기방어형 주식으로 평가할만하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경기민감주의 성격을 띠는 러시아 등 산유국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아직 원자재 가격을 낙관할 수 없기에 우리는 산유국 주가보다 한국 등 경기방어형 국가의 주식을 더 선호한다는 게 골드만삭스의 진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를 비롯한 신흥국 시장에선 언제든 예기치 못한 변수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입장도 거두지 않고 있다. 한국 역시 수출 부진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특히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일부 글로벌 투자기관이 올해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1300원까지 올려 놓고 있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만큼 외국인 자금의 한국 시장 집중 유입에도 신중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하나금융투자의 이진혁 부사장(S&T 부문 대표)은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나 한국증시 흐름을 지켜 볼 때 경제 상황을 놓쳐선 안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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