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주춤대면 한국도 그 기회 잘 활용해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이번 주가 우리 한국 경제에겐 매우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 유럽중앙은행(ECB)이 파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 주엔 한국 경제에 더 큰 관심을 촉발시킬 일본은행 통화정책회의(14~15일, 이하 현지시각)와 FOMC(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통화정책회의(15~16일)가 연이어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주 일본과 미국 중앙은행이 보수적인 결정을 내렸으면 하는 게 필자의 간절한 바람이다. 만일 유럽중앙은행을 따라 일본은행이 공격적인 통화완화 정책(경기부양책)을 내놓는다면 한국으로선 환율전쟁 위험이라는 또 하나의 커다란 장벽을 만나게 된다. 또한 미국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이 역시 한국에겐 커다란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아직 한국은 일본은행과 미국 중앙은행(연준)의 과격한 통화정책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겨운 경제적 상황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건 필자 한사람의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이번 3월 통화정책 회의 때까지는 일본은행이나 FOMC가 과격한 결정은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도 여럿 감지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일본은행과 FOMC가 급격한 통화정책 채택의 시기를 늦출수록 우리는 그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리에겐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대책 확대 등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전에, 또는 일본이 금리나 엔화가치를 더 낮추기 전에 다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 완화 및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이 금리를 더 낮출 경우 한국은행도 골치아픈 상황을 맞게 된다. 이는 일본발 환율전쟁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는데다 한국은행에도 통화완화 정책을 하도록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경우 금리가 더 떨어져 은행 수익성 악화는 물론 가계 부채 조정 및 기업 부실기업 정리도 더욱 어려워지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간 한국은행이 금리인하에 대해서 만큼은 아주 신중한 자세를 취해 온 것도 이같은 가계부채 폭증, 기업부채 폭증 및 구조조정의 다급성 때문이었음은 물론이다.

실제로 금융연구원의 박재하 선임연구원도 12일자 주간 금융브리프를 통해 “한국의 추가 금리인하는 은행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등 새로운 금융 불안을 초래케 할 수 있다”며 “제로금리에 가까워질수록 통화완화 효과도 약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FOMC의 행보도 한국을 긴장케 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도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낮지만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매파들의 목소리는 얼마든지 커질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말 이후 발표된 미국의 1월 제조업 지표, 2월 소비자물가, 2월 고용지표 등이 모두 크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인 것이 매파들을 자극할 소지가 있다.

또한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만으로도 한국은 크게 긴장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연초 미국의 경제지표 후퇴 및 세계 금융시장 악화로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시기가 뒤로 크게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최근들어 한국의 금융시장 상황이 가까스로 진정됐는데 미국에서 조기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매파들의 목소리가 다시 커질 경우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 모두 또 한 번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은 뻔하다.

그 뿐 아니다. 한국은 미국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기 전에 가계부채를 진정시키고 부실기업 구조조정이라는 급한 불이라도 꺼야 하는 실정이다. 만일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경우 한국도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또한 그 경우 한국의 가계와 기업들은 ‘금리 폭탄’이라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가진 회견에서 “지금도 한국의 통화정책은 충분히 완화적인 수준이다”면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은 일본, 미국 등의 정책추진 여부를 보고 난 뒤에 결정 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변동성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이번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는 일본은행이나 FOMC 모두 과격한 결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 여겨지고 있는데 제발 그렇게 돼 주길 기대해 본다.

우선 지난 10일 ECB는 그야말로 공격적인 통화완화정책을 선보였다. 마이너스 금리 폭 확대, 양적완화 규모 확대, 양적완화 대상에 회사채도 포함, 각종 대출 프로그램 확대 가동 등 내놓을 수 있는 정책은 총 동원했다. 그러자 회의 직후엔 잠시 유로화가치가 급격히 추락하는 등 유럽발 환율전쟁이 격화되는 듯 했다. 하지만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앞으로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는 발언을 하면서 유로화 가치 추락은 거의 없었던 일이 되었다. 게다가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중 하나인 무디스가 “이번 ECB의 추가 경기부양책은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폄하했고 독일의 데카방크도 “ECB의 마이너스 금리 확대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일도 벌어졌다.

따라서 ECB발 환율전쟁은 적어도 초기상황만 놓고 보면 ‘실패한 전쟁’이 될 수도 있어 주목된다. 나아가 이것이 일본은행의 환율전쟁 야욕, 즉 ‘엔低(저) 야욕’까지 꺾는 상황으로 이어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실제로 일본은행도 지난번 회의 때 마이너스 금리를 처음으로 도입했지만 엔화가치 하락은 커녕, 엔화가치 상승만 초래하는 역풍을 맞았었다. 게다가 이번 ECB도 그와 비슷한 꼴을 당한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14~15일 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확대와 같은 과감한 정책을 내놓을 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일본발 환율전쟁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세계적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유력 대선후보들은 노골적으로 “일본의 엔저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오바마 현 대통령도 “아마 미국의 차기 정부는 엔저정책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미국 연준도 “달러강세가 미국의 제조업과 수출 부진을 초래케 했다”며 경쟁국들의 환율전쟁 시도를 경계했다. 유럽연합도 “일본의 엔저정책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S&P도 “일본의 그 어떤 경기부양책도 일본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JP모건은 최근 “일본이 오는 7월에나 예치금리를 -0.3%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지금은 일부 예치금리에 대해서만 -0.1%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여기엔 일본도 FOMC 회의가 열리기 전에 과격한 정책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15~16일 FOMC회의에서 획기적인 통화정책 변경은 시도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비록 최근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가 호전되긴 했어도 중국을 비롯한 대외환경이 아주 악화된 탓이다. 실제로 지난주 중국에서는 2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나 격감하고 물가는 급등한 것으로 드러나자 불황속의 물가 상승 우려를 뜻하는 ‘스테그플레이션’을 전망하는 흐름까지 감지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됐다.

이에 모건스탠리는 한국시각 11일자 보고서에서 “이번 FOMC에서 미국 통화당국은 성장과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번에 나올 FOMC 성명서는 여전히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재닛 옐런 연준의장은 이번 FOMC가 끝난 뒤 “향후 금리인상 여부와 관련해선 여전히 경제지표를 중시하겠다”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 할 것이라고 모건스탠리는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미국의 6월 금리인상 가능성도 50% 또는 그 이하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일본은행과 FOMC 회의에 대한 보수적인 전망은 한국에겐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들이다. 한국의 경제 또한 심각하게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당장 환율전쟁을 격화시키거나 미국 중앙은행이 당장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경우 한국의 경제 상황은 더욱 처참해질 수도 있는 까닭이다.

각계 전망대로 일본은행과 FOMC가 이번 회의에서 만큼은 뜸만 들이고 넘어갈 경우 한국은 이 기회를 재빠르게 활용해야 한다. 일본은행과 FOMC가 미적거릴 때 한국은 가계부채도 더 다스리고 부실기업 구조조정 문제도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만 나중에 혹독한 시련이 닥치더라도 굳건히 견딜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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