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에게도 4대보험 지원 & 공연시설도 '상업성 만능'서 탈피 필요

[초이스경제 김용기 논설위원 칼럼] 공연예술 업계에선 요즘 뮤지컬이 대세다. 관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 보면 뮤지컬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그러나 뮤지컬이라고 해서 현실이 다를 건 없다. 앞서 나는 모든 공연예술에서 초연 작품은 대부분 경제성에서 실패하는 것으로 여기면 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내가 봐 온 경우에는 예외가 거의 없다. 비싼 라이센스를 지불하는 대형 해외 작품이 아니라면 국내 작가들의 창작은 첫 공연에서는 재정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생각하고 임해야 한다.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모든 작품은 초연을 피해갈 수 없다. 수익성 측면에서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피해갈 수 있는 운명이 아니다.

경제적 성패는 전적으로 공연예술가의 몫이다.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든, 혼자 모든 빚을 떠 안든, 예술가가 끌어안아야 한다.

요즘은 금융계에서 예술가에 대한 투자도 한다. 하지만 초연 작품에는 현실적으로 해당이 안된다. 창업투자사에서 예술 공연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초연 작품을 지원했다는 얘기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창작뮤지컬은 1년에 600~700편이 나온다. 거기서 어쩌다 한 작품이 성공하는 것이다. 연극도 마찬가지다. 확률로만 본다면 대단히 낮은 것이다.

예술가들의 재정적(경제적) 고난을 덜어주고 창작을 지원한다고 해서 기업 창업을 돕는 식의 금융지원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설령 그런 것이 존재한다고 해도 개인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부실을 더 키우는 결과만 될 것이다.

만약 예술가들을 경제적으로 돕고자한다면 다른 직장인들처럼 4대 보험 혜택 같은 것은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더욱 탄탄해졌으면 한다.

첫 공연의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초연 때는 예술가들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이기도 한다. 한번 공연을 해보고 관객과의 첫 번째 만남을 가져본 뒤에 고칠 점을 고쳐 두 번째로 무대에 올린다.

두 번째 공연 때는 확실히 작품이 달라져 있다. 관객도 늘어 있다. 그래도 손익이 엇갈리는 선에는 여전히 미흡하다. 하지만 첫 번째보다는 실패의 규모, 즉 적자 규모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세 번째 공연을 하면 작품은 더욱 수준이 높아진다.

이런 식으로 계속 도전해서 마침내 훌륭하게 성공한 작품이 나온다. 그 때까지 예술가가 버텨야 작품이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것을 보게 된다.

성공을 경험하는 순간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도 없다.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이 한 번의 성공만으로도 예술가는 중독된다.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중독이란 단어의 어감은 부정적이지만, 예술가의 성공한 쾌감에 대한 중독은 그와 다르다. 쾌감을 기억하는 것이 다음 번 작품에 도전하는 희망이 된다.

그런 희망이 있기 때문에 예술가들이 무모해 보이는 도전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예술가들의 경제적 도전이 외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문화 시설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이들과 뜻을 함께 하고 있다. 외국 대형 작품만 흥행이 보장된다고 해서 모든 문화 시설이 외국 작품만 찾는 것은 아니다.

예술가에게 작품성과 상업성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듯 문화사업자들에게도 양자의 조화가 필요하다. 상업성만 내세우는 극장은 끝내는 그에 맞는 평판을 얻게 된다. 작품성의 중요성을 절대 잊지 않는 문화시설은 그에 합당한 명성을 갖게 된다. 이런 곳은 외롭고 힘든 길을 가고 있는 예술가들의 동반자가 되려는 태세를 늘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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