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 완화위주 통화정책에 잇따라 비판 제기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국책 금융연구기관인 금융연구원이 잇따라 방만한 통화정책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물가가 안정됐다고 해서 방심하지말고 다가오는 위기를 선제적 긴축정책으로 막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은 지난 12일자 주간금융브리프의 논단을 통해 박재하 선임연구위원이 “선진국의 예에서 보듯,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에 가까워질수록 통화정책의 효과가 약화된다”며 “최근의 경기부진과 금융시장 불안은 대외적 요인에 기인하는 바가 크고 대내적 요인도 경기순환적 요인보다 구조적 성격을 띠고 있어 통화정책만으로 이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었다.

금융연구원 부원장도 지낸 박재하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기업구조조정 추진으로 금융부실 증가 및 금융회사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금리 인하는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켜 금융 불안의 원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26일에는 또 다른 거시경제 전문 선임연구위원인 박종규 박사가 나섰다.

박종규 박사는 ‘선제적 경제위기 방지와 물가안정정책의 한계’라는 논문을 통해 1990년대 중반 통화당국이 금리를 인상했더라면 1997년의 외환위기를 막을 수 있었다고 개탄했다. 당시는 기준금리나 콜금리 변경이 아니라 통화량을 직접 목표범위로 조절하며 통화정책을 하던 시기다. 통화량을 조절하면 그에 따라 금리도 자동적으로 오르고 내리게 된다.

박 박사는 그러나 만약에 당시 상황으로 돌아간다 해도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소비자물가가 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물가가 안정돼 있는데 무엇 때문에 통화긴축 기조를 가져가느냐”는 비판을 당국이 견뎌내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당시 상황은 과잉투자로 신용이 과도하게 팽창되고 있어서 긴축 정책으로 신용총량을 줄여야 했다고 박 박사는 강조했다. 경기 과열이 물가에 나타났어야 하지만 이는 과도하게 절상된 원화와 저임금 국가들과의 교역 강화로 상쇄되고 있었다.

경기과열이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난다는 교과서의 지적과 달리,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라는 뜻밖의 경로를 통해 한국 경제를 강타했다. 하지만 국내 외환시장이 성숙되지 못해서 이런 불균형이 환율에 반영되지 못하고 외환보유액을 고갈시키면서 마침내 1997년 11월의 외환위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박 박사는 지난 1월 다른 논문을 통해 1994년 미국이 3.00%이던 금리를 7차례에 걸쳐 6.00%로 올리면서 국제자금의 흐름에 변화가 오고 한국을 둘러싼 환경이 일거에 변했다고 밝혔었다. 1997년 외환위기를 스스로 예방 못하다 국제환경의 변화를 맞았다는 것이다.

박종규 박사는 2008년 전 세계로 확산된 미국의 금융위기, 일본의 1990년대부터 시작된 ‘잃어버린 20년’, 1929년 미국의 대공황이 모두 비슷한 사례라고 제시했다.

이같은 위기는 중앙은행이 앞서서 통화긴축 정책을 폈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위기의 더 큰 공통점은 시대적 상황논리다. 그 시대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물가가 안정됐는데 왜 금리를 올리냐”는 반발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종규 박사는 “중앙은행의 목표를 물가안정의 범위에만 묶지 말고 지금처럼 물가가 안정되었을 때가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경각심으로 신용팽창을 조절해 금융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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