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양적완화'라니... 그만한 채권은 유통이나 되는줄 아나?

▲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왼쪽)과 유일호 경제부총리.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당적은 바뀌었어도 사람은 하나 변한 것이 없다. 강봉균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 얘기다.

그는 지금 여당인 새누리당의 총선을 지휘하는 위치에 있지만, 그의 경력 절정기를 야당에서 보냈다. 외환위기 직후 집권한 김대중 정부에서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 재경부 장관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는 열린우리당의 경제전문 국회의원으로 이른바 ‘386’ 국회의원들의 팔팔한 기세를 길들여서 각종 부양조치를 나쁘게만 보지 않게 이끄는 역할을 했다. 이런 노력이 몇 가지 결실도 맺었다. 당시 초선이었던 이광재 윤호중 김태년 강기정 의원 등의 뒷방 스터디 그룹을 지도하면서 2004년 각종 증시 투자기반 확대를 이루는 법안의 통과에 기여했다. 사모펀드 법, 연기금 주식투자 등이다. 이런 법들이 통과되자 700선을 넘지 못하던 주가가 2000선으로 뛰어올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강봉균 위원장의 경제관은 끊임없는 단기 부양이 특징이다. 이런 주장은 필연적으로 중앙은행의 본분과 충돌할 수 밖에 없다. 그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때 한국은행 총재가 출석하면 유독 쌀쌀하기 이를 데 없는 의정 태도를 보인 것은 이 때문이다.

끊임없이 부양을 요구하고 금리에 간섭을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시절에는 소속 연구원들에게 “재경부(지금의 기획재정부)와 한은 사이에 중립을 지키라”고 호통쳤지만 그 자신 재경부 장관을 지낸 직후여서 전혀 중립적이지 못한 사람이었다.

지금 그가 몸담은 곳은 예전 있던 곳의 정치적 반대 진영이지만, 강봉균 특유의 부양 집착은 전혀 바뀌지 않은 듯하다.

그는 심지어 ‘양적완화’라는 절대 중앙은행이 아니면 거론할 수 없는 영역까지 거리낄 것 없이 파고들었다.

강 위원장은 29일 선진국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하는 것처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에만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지적할 것은 선진국 양적완화의 밝은 면 뿐만 아니라 어두운 면이다.

우선 양적완화는 금리가 이미 제로거나 거의 제로에 근접한 국가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한국은 여전히 기준금리가 1.5%다. 김중수 전임 한국은행 총재가 이명박 정부의 압력에 고집스럽게 맞서서 보존한 정책 여력이다. 무작정 중앙은행이 돈을 공급하는 양적완화라면 기존의 기준금리 정책이 의미 없는 것이 되거나, 한은이 한쪽으로는 양적완화로 돈을 풀고 또 한편으로는 기준금리를 맞추기 위해 그 돈을 다시 걷어 들이는 한바탕 코메디가 될 소지가 높다.

또한 미국 정도의 막대한 금융시장을 가진 나라가 아니라면 양적완화를 할 수 있는 시장기반이 안된다는 점이다. 일본의 양적완화에서 이 점이 드러나고 있다.

양적완화는 효과도 못 보는데, 채권시장 물량만 고갈시켜서 각종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 현재 일본의 금융현실이다.

경제를 부양할 만큼 돈을 풀려면 그만한 국채가 존재해야 되는데 일본만 해도 이게 안 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금융시장의 차이 가운데 하나다. 일본이 그 정도인데 한국 금융시장에 양적완화를 할 만큼 채권이 존재하느냐다.

양적완화의 폐해에 대해 수많은 사람이 지적하고 있으니, 금융시장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온 입장에서 이런 현실적인 면을 지적하는 것이다.

선거 때 정치판에서는 온갖 소리가 다 나오는 법이니 대다수 국민이 그런가보다하고 지나갈 수는 있다. 그러나 해당 노정객이 이 정파 저 정파에 몸담을 때마다 보여 온 행적에 비춰볼 때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고 꺼낸 얘기일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나마 여기서 크게 다행인 것은 경제 총사령탑인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매우 안정된 대응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유 부총리는 “당 공약은 존중하지만 통화정책은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단순한 한 차례 발언이 아니라 그가 취임 후 일관되게 보여준 입장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신뢰를 더하고 있다.

최소한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총선 때문이든 무엇이든, 부총리가 바뀌었다는 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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