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대외 리스크'만 부각시키면 안돼...대내 리스크도 중시해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우리 경제를 둘러싼 상황이 나아지긴 한 걸까. 일단 겉으로만 보면 약간 호전된 측면도 있기는 한 것 같다. 우리 정부도 그렇고 글로벌 투자기관도 한국 경제가 조금은 개선된 것 같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게 있다. 바로 우리 경제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지난주 기획재정부는 한국 경제 상황과 관련해 “긍정적인 회복 신호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대외 리스크가 여전한 게 문제다”고 했다.

세계 최대 투자기관인 골드만삭스도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내린 진단과 뉘앙스는 달랐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경제 지표는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초과 공급과 부채 과다, 그리고 교역 부진으로 인해 한국 경제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로 남아있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우리 경제의 주요 리스크 요인을 대외에서 주로 찾은 반면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대내 문제도 간단치 않다는 진단을 내렸다.

둘 다 맞는 얘기다.

우선 기획재정부가 지적한대로 ‘대외 리스크 요인’이 아직 즐비하다.

한국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상황을 보자. 최근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중 하나인 피치는 중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 “경착륙 가능성은 낮지만 금융위험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한국의 2대 수출 시장인 미국 경제와 관련해서도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현재 미국 경제에는 거품이 끼어있지 않았다”고 자신감을 표출했지만,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왜 점진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한지를 설명하면서 “미국 경제의 하방 위험이 여전히 크다”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ECB) 총재는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문제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인 정책을 펼쳐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 뿐 아니다. 독일의 지난달 산업 수주가 2% 증가할 것이란 시장의 전망과는 달리 전월 대비 1.2%나 격감하면서 글로벌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아울러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국제통화기금) 총재는 “세계 경제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제가 안정적이지 못하고 내구성도 위협받고 있다”고 역설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이 3차례의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며 “앞으로 미국 달러가치가 오르고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가치가 다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이들의 진단만 보더라도 한국을 둘러싼 대외 환경이 극히 불확실한 상황에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대외 리스크가 걱정"이라고 말한 것도 일리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처한 환경은 비단 ‘대외 리스크’만 있는 게 아니다. ‘대내 리스크’도 즐비하다. 골드만삭스가 지적한 초과생산 문제, 과다 부채 문제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청년 실업 문제, 저출산 문제, 결혼 기피 문제 등 다른 대내 리스크도 산적해 있다. 아울러 이런 대내 리스크를 서둘러 해결하는 것이 곧 대외 리스크에 대비하는 최선의 대책이기도 하다.

우리의 내부 문제를 잘 극복하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도 튼실해져 결국은 어떠한 외풍에도 굳건히 견뎌 낼 수 있는 힘이 길러지는 것이다.

이제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우리 경제 당국은 대외 리스크 탓을 하기에 앞서 우리의 내부 리스크를 서둘러 제거하는 노력부터 기울여야 할 때다. 신속한 부실 기업 구조조정, 가계 부채 축소를 위한 지속적인 추가대책 마련, 새 일자리 마련을 위한 신성장 산업 육성 등이 그것이다.

이번 주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국회의원 선거도 끝나게 된다. 우리 정부는 더 이상 정치판의 눈치만 보지 말고 국회의 도움 없이도 할 수 있는 각종 구조조정 및 구조개혁에 적극 나서는 자세를 보여야 할 때다. 구조조정과 같은 힘들고 험한 일은 기피하고 생색나는 일만 하는 경제장관은 이제 더 이상 필요치 않은 게 우리 경제계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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