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워진 한국 경제, 백성들은 지쳐있다

▲ 유일호 경제부총리(왼쪽)와 최경환 전 부총리의 2014년 국회에서의 모습.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지난 4.13 총선은 여당에 참패를 안겨주었다. 야당도 잘못한 게 많은데 국민들은 왜 유독 여당에 심한 회초리를 가했을까. 일각에서는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여당의 오만함’이 선거 패배의 주된 원인이라고 말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먹고살기 힘들어진 국민들의 분노가 표심으로 표출됐다는 지적도 많다.

선거에 앞서 야당이 경제전문가를 당 대표로 앉히자 집권 여당도 경제장관 출신을 긴급 투입하면서 맞대응했다.

하지만 집권당이 경제전문가 한두 명 영입 해다 앉힌다고 해서 국민들이 감동할 상황이 아니다. 지금 한국 경제는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의 구조조정 및 구조개혁은 지지부진 한 가운데 일자리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

게다가 국민들은 빚에 허덕이고 있다. 가계 부채가 1200조원에 이르다 보니 월급을 타도 쓸 돈이 없다.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가구가 158만 가구에 이르렀다는 보도가 나온 게 엊그제다. 거기에다 ‘하우스 푸어’도 급속히 늘어 집값이 떨어지는 날이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이는 집 가진 사람들을 곤궁으로 내몰 뿐 아니라 자칫 금융시스템까지 흔들 수 있는 커다란 복병이다.

그러나 가계 부채만 심각한 게 아니다. 기업 부채도 갈수록 태산이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외면한 결과다. 벌어서 이자도 못내는 좀비기업 수가 3000개를 넘어섰다는 얘기가 나온 지 이미 오래다.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이것이 곧 ‘암 덩이’가 되어 결국은 국민 세금 부담만 키운다는 사실을 정부가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구조조정은 지지부진 하다.

게다가 조선, 철강 등 우리의 전통 먹거리 산업도 세계 경제 불황과 중국의 과잉생산 등으로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부실 기업 몇 개만 잘못돼도 은행 몇 곳이 휘청거릴 수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가계와 기업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자영업자들도 허덕이고 있다. 국민들이 씀씀이를 줄이다보니 소비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개인들이 운영하는 업소들마다 파리만 날린 채 한숨만 늘어가고 있다.

거기다 청년 실업 문제도 가관이다. 청년 실업률이 두자 릿 수를 위협하면서 젊은이들의 희망을 앗아가고 있다.

중년들의 일자리도 커다란 위협을 받고 있긴 마찬가지다. 삼성그룹과 같은 거대기업이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모바일 뱅킹, 인터넷 뱅킹, 핀테크 시대가 성큼 열리면서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일자리도 급속도로 줄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제정책 당국은 제대로 된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정책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은 미흡하고 산업 구조재편도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속수무책 일터에서 쫓겨나는데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더디기만 하다. 산업단지가 몰려있는 도시마다 일자리가 줄어 신음소리를 내는 곳이 부지기수다.
 
집권당은 자신들의 경제공약마저 지키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경제민주화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던 경제 전문가는 어느새 여당을 떠나 이번 총선에서는 야당의 대표가 되어 집권당의 경제 실정을 공략했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어 여당의 경제실정을 심판하고 나선 것이다.

야당도 국회에서 잘못한 게 많은데 여당이 더 큰 심판을 받은 것은 집권당이기 때문이다. 집권당의 가장 큰 책임은 국민들을 잘 살게 하는 것이다. 백성들의 등을 따뜻하게 하고 배고픔을 없애줘야 하는 것이 집권여당이 해야 할 첫 번째 책무다. 그런데 그걸 하지 못한 집권당이 국민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앞으로 집권당이 명예를 회복하는 길은 무엇인가. 국민들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바로 경제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이번 여당이 패배한데는 경제장관들의 책임도 크다. 나라 경제가 위중해진 마당에 험한 일 하겠다고 나서는 경제장관이 과연 몇 명이나 있는가. 곪아터진 곳은 과감히 구조조정하고 중소, 중견 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과감한 경제민주화도 추진해야 하는 게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경제의 대외 리스크를 줄여줄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하게 해주는 일인데도 우리 경제 당국은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제 경제장관들은 생색내는 일은 그만 집어치우고 제대로 된 일을 좀 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재벌기업들의 횡포 또는 지나친 수직 계열화로 멍들고 있는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은 없는지, 우리의 구조조정이 지연됨으로써 경제 전체가 흔들릴 위험은 없는지, 새로운 먹거리 산업이 있다면 어느 곳을 집중 육성해야 하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가며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경제 당국이 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경제가 20년 전 외환위기로 인한 IMF(국제통화기금) 체제 때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20년 전 위기 당시에는 가계부채나 국가 부채는 그런대로 심각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입을 모은다. 그땐 한국 경제가 미래의 희망이라도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자칫 잘못하면 그런 희망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고 걱정한다. 그런데도 우리의 경제장관들은 백성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경제계 일각에서 우려하듯 “내가 뭘 잘못하는지 조차 모르는 그런 경제 당국”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또한 “우리경제에서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산업 구조재편이 아주 긴요한데, 또한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내 손에 피 묻히기 싫어서 다른 생색나는 일만 하는 경제장관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필자는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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