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처지 '타산지석' 삼아야...구조조정이 '정쟁 대상' 되는 것도 걱정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국회의원 총선이 끝나기 무섭게 과잉산업부문 구조개혁과 부실기업 구조조정 문제가 최대의 경제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구조조정과 구조개혁이 중시되는 것 자체만 놓고 보면 다행스런 일이다. 현 정부 들어 그간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구조조정 미흡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산업계는 자고나면 늘어나는 한계기업과 한계산업 증가로 큰 고민에 빠져 있다. 금융감독원이 밝힌 지난해 신용등급 강등 대기업만 무려 159곳에 이를 정도다. 게다가 벌어서 이자도 못 갚은 좀비기업 수가 3000개를 넘어선지 오래다.

특히 해운 산업은 각국 교역 위축 및 유가 추락으로 물동량이 줄어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다. 조선 산업도 유럽과 산유국 경기 침체 여파로 일감이 줄어든 데다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경쟁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철강 산업 역시 중국의 과잉생산 여파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게다가 금융권은 모바일 뱅킹과 인터넷 뱅킹, 핀테크의 발달로 인원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스마트폰 산업도 중국의 저가폰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그나마 건재를 과시하고 있지만 중국을 비롯한 글로별 경쟁국의 협공이 만만치 않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삼성 등 우량 대기업에선 자체 구조조정이 소리없이 진척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계산업과 한계기업 구조개혁 및 구조조정이 답보상태를 보이는 것이 문제다. 각계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해운업과 조선업 구조조정이 다급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었다. 그러나 그간 정부는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구조조정의 심각성을 몰라서 그랬는지, 의지가 부족해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총선이 끝나고 나서야 여야가 구조조정의 중요성을 앞다퉈 강조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그러나 걱정이다. 여야 3당이 각자 자당에 유리한 방향의 구조조정을 외치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정부보다 정치권이 더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의 헤게모니를 휘어 잡은 것은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이 대규모 감원을 전체로 한 구조조정과 구조개혁을 강행할지가 의문이다.

그래서일까. 일각에선 “한국의 구조조정은 이미 때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수년 전에 해운, 조선, 철강 등에 대해 구조재편 및 구조조정을 실시했더라면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을 이제 가래로도 막기 힘든 형국이 됐다고 일부 경제전문가는 우려한다.

한 금융업계 수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그는 “이미 3~4년 전에 한계 기업 및 한계 산업에 대해 구조조정이 다급하다는 것을 경제 당국에 건의 했으나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 때 구조조정에 나섰더라면 지금처럼 상황이 아주 나빠지지 않았을 텐데 아주 아쉽게 됐다”고 했다.

그는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구조조정을 아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차기 대통령 선거 국면에 접어들기 전 1년 정도가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복잡한 산업 구조와 부실 현황을 보면 1년 갖고는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안타깝다”고 했다. “정부가 정치권에 끌려가게 생긴 것도 걱정스런 대목”이라고 했다. “자칫 여야가 구조조정의 방향을 놓고 ‘아전인수’식 요구를 쏟아낼 경우 구조조정의 배가 산으로 갈 가능성도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이 금융업계 수장은 그러나 “지금이라도 구조조정과 구조개혁을 열심히 하는 수 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고 했다. “정부가 국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부터 착실하게 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전 경제부처가 뭉쳐 구조개혁 및 구조조정에 필요한 예산도 확보하고 각 부처의 역할 분담도 정해져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 우리는 최근 20년 동안 두 번이나 되는 대형 위기를 겪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제2 금융위기가 그것이다. 그 때마다 한국은 어렵지만 구조조정을 성사시키면서 우리의 경제를 지탱시켜 왔다. 지금도 과거의 구조조정 경험을 살려 힘겹지만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다. 정치권도 구조조정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그야말로 한국 경제의 회생에 필요한 방향으로 의기투합 해야 할 때다.

최근 미국 헤지펀드의 대가인 조지 소로스가 중국을 다시 공격했다. 부채가 급증하는 중국 경제가 과거 금융위기 시절의 미국 경제 상황과 무섭게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중국상황이 위험하다고 했다.

블룸버그도 똑같은 우려를 제기했다. “중국의 급증하는 부채는 경제를 탈선시키는 독소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글로벌 3대 신용평가기관중 하나인 피치도 “부채를 늘려가며 경기부양을 일삼는 중국 당국의 행위를 보면 중국 정부의 구조개혁 의지가 의심스러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국도 이처럼 중국이 공격 받는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부실 기업들이 더 이상 부채의 늪에 빠지기 전에 구조개혁과 구조조정을 서둘지 않을 경우 세계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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