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가치는 모처럼 상승...미국 경고로 한국적 양적완화 가능할지도 의문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3일(미국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가치가 무려 7거래일 만에 상승세로 전환됐다. 주요 연방은행 총재들이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한꺼번에 거론하고 나온 것이 달러가치를 모처럼 상승세로 돌려세웠다.

이에 아시아시장에서 장중 한때 105엔 선까지 추락했던 달러-엔 환율은 106엔 선 후반까지 반등하며 관망세를 보였으나 엔화가치 강세에 대한 관심은 계속 이어졌다.

여기에 미국 재무장관은 또다시 일본, 한국 등을 향해 “환율 정책에 집착하지 말라”고 경고해 이것이 향후 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주목받을 전망이다.

뉴욕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주요 6개국 통화가치 대비 미국 달러화가치 수준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92.95로 전일 대비 0.35% 상승했다. 달러가치가 올랐다는 얘기다. 무려 7거래일만의 상승전환이다. 그간 달러인덱스는 지난주 1주일 내내 하락하고 전날에도 약세를 이어갔었다. 지난주 FOMC(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4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6월 금리인상 힌트까지 제공하지 않자 달러약세가 지속됐었다. 게다가 지난주 일본은행마저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부양정책을 보류하면서 아무런 조치를 내놓지 않은 것도 ‘엔화가치 강세 vs 달러가치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었다.

그러나 이날 상황은 약간 달랐다. 지난주 FOMC가 6월 금리정책에 대한 아무런 언급 없이 회의를 끝낸 가운데 뉴욕 월가에서는 앞으로 6월 FOMC 회의 전까지는 미국 금리인상과 밀접한 주요 경제지표 및 주요 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6월 금리정책의 힌트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관측 했었다.

그런데 이날 때마침 연준의 주요 인사들이 앞다퉈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쳐 시장이 긴장했다.

우선 데니스 록하트 애틀란타 연방은행 총재는 “6월엔 FOMC 회의를 통해 보다 더 현실적인 금리정책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또한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도 “2분기 경제지표가 개선된다면 6월 또는 7월 FOMC 회의에서의 금리인상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여기에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도 “경제가 예상치와 부합할 만큼 개선될 경우 6월 금리인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는 오는 6일(미국시각) 발표될 4월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가 또다시 양호하게 나올 경우 연준 매파인사들의 6,7월 금리인상 주장은 더욱 힘을 받을 수도 있어 고용지표에 시장의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 미국 달러가치가 모처럼 상승했다.

이날 달러-엔 환율은 106엔대에서 큰 변화 없이 움직였다. 앞서 마감된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장중 한때 105.91엔까지 떨어지며 18개월 만에 105엔대로 추락했다가 다시 106.2엔 수준으로 반등하며 마감됐었다.

달러-엔 환율이 하락한다는 것은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뉴욕 시장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106.72엔으로 소폭 상승했다. 이는 아시아 시장에서 형성됐던 달러-엔 환율보다 높아진 것이다. 또한 전날 뉴욕시장에서 기록한 106.42엔 보다도 소폭 오른 것이다.

이날 주요 연준 인사들이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경고하고 이로인해 달러가치가 모처럼 반등하자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달러-엔 환율은 여전히 106엔대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엔高(엔화가치 강세)에 대한 우려감은 여전했다.

골드만삭스는 “일본은행의 치명적 착오가 엔화가치 강세를 유발했다”고 지적했고 일본의 주요 기업들은 “올 회계연도 말 평균 엔화환율 전망치를 105엔 수준으로 긴급 수정”하고 나섰다.

또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 및 한-중-일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중인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는 “엔화가치 강세는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지만 엔화가치 강세에 대한 우려는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최근 엔화가치 초강세로 일본 25개 주요 수출업체의 올 회계연도 영업이익이 급감할 수 있다”면서 “회계연도 평균 엔화환율이 110엔일 경우 1조1400억엔, 106엔 일 경우 1조6300억엔의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또한 다이와증권은 “달러-엔 평균 환율이 105엔으로 하락할 경우 일본 주요 200개 기업의 경상이익이 2.0% 감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측의 엔高 압박도 지속됐다. 미국은 지난달 29일(미국시각) 일본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데 이어 이날엔 제이콥 루 재무장관이 또다시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은 환율을 정책 목표로 삼지 말라”면서 “미국의 조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29일(미국시각) 일본과 한국, 중국, 독일, 대만 등 5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에따라 미국의 압박이 지속되는 한 일본 엔화환율이 쉽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본 다이와증권은 “달러-엔 환율이 장중 한때 105엔 선까지 떨어진 만큼 더 이상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그렇다고 해서 110엔선 수준으로 복귀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달러가치가 모처럼 오르자 달러 대비 유로화가치와 파운드화가치도 한발 물러섰다.

이날 달러 대비 유로화가치는 1.1497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날의 1.1531달러보다 낮아진 것이다.

이날 미국 달러가치가 반등한 것도 유로화가치 하락 요인이었지만 유럽연합이 유로존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도 유로화가치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날 유로존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8%로 각각 낮췄다.

또한 이날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 역시 1.4534달러로 전일(1.4672달러)보다 후퇴했다. 영국의 4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가 49.2로 전월의 51.0보다 추락한 것은 물론 3년만에 처음으로 수축국면(50이하)으로 떨어진 것이 파운드화가치 약세를 유발시켰다.

이밖에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7%, 2.9%로 전망하면서 한국 경제 또한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4일(한국시각)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어떤 흐름을 이어갈 지도 관전 포인트다. 전날엔 원-달러 환율이 2.4원 오르면서 1140.20원을 기록한 가운데 미국 달러가치가 모처럼 반등했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가치가 올랐다는 것은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다. 그러나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이 또다시 일본을 비롯한 환율 관찰 대상국들에게 환율 조작 가능성에 경고를 가해 원-달러 환율 또한 긴장된 흐름을 이어갈 수도 있어 주목된다.

특히 한국의 경우 국책은행 구조조정 자금 확충을 위해 한국적 양적완화를 추진 중인데 미국 재무부의 이같은 경고가 한국은행 등의 행보에 어떤 발목을 잡을 것인지도 이목을 집중시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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