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국제 금융시장에서 4일 단연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 원화환율 급등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아시아 시장을 전달하는 기사 제목에 이례적으로 원화환율을 언급했다.

미국달러 대비 원화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14.1원 오른 1154.3원에 마감됐다. 1.24%의 상승폭은 주요 통화 변동표에서 단연 독보적이다.

전날 미국에서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의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고 중국의 경제지표가 부진한 것 등이 표면적 이유다.

하루의 상승폭이 14원을 넘은 것은 전날 올라야 할 부분이 마저 반영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 원화는 오후 3시에 폐장하는 서울 외환시장에서만 거래되기 때문이다.

엔화환율의 경우 3일 뉴욕시장과 4일 아시아 시장을 거쳐서 상승한 폭이 원화환율보다 작지 않다. 원화는 상승요인을 오전 9시~오후 3시 사이에 모두 반영하다 보니 이 시간대 상승폭이 급격해 보였다. 엔화환율은 107.46엔까지 올랐다가 아시아 시장이 마감되는 무렵 106.86 엔으로 전날대비 상승폭을 줄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의 한 딜러는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분위기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완화를 예상하는 움직임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원화환율의 상승에 한국은행에 대한 딜러들의 전망이 반영된 것은 상당한 시사점을 갖고 있다.

정책변수에 의해 원화환율이 급등하는 것이 자칫하면 환율조작 시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재무부는 한국을 중국 일본 독일 대만과 함께 환율조작 감시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환율조작에 포함되는 건 당국이 외환시장에서 통화를 사고파는 행위뿐만이 아니다. 일본은행이 4월 회의에서 부양조치 확대를 자제한 것에는 환율조작 시비를 피하려는 의도가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5월 G7 정상회담을 의장국으로 진행해야 하는 입장이다.

한국의 외환당국이 이렇다 할 개입행위를 하지 않고 있는데도 미국 재무부가 지속적으로 경고신호를 보내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정부나 정책 분야에서 한국은행이 원화 발행을 늘리는 원인을 제공한다면 그것이 환율 조작 행위로 해석될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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