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 미국 이어 유로존 · 영국 · 일본 경제도 흔들...한국 '초비상'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최근 글로벌 주요국 경제 지표가 다시 악화되고 있다. 이는 한국더러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한계산업에 대한 개혁을 더욱 더 서둘러 실시하라는 또 하나의 신호다. 세계 경제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는 것은 한국이 한계기업 구조조정이나 한계산업의 과잉생산을 서둘러 다스리지 못할 경우 한국 경제는 더 큰 부실의 수렁으로 빠져들 수도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경제 주체들은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동시에 다른 먹거리 산업 육성에도 매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며칠간의 글로벌 경제 상황을 들여다 보면 한국이 왜 부실기업과 한계산업 다스리기에 매진해야 하는 지를 잘 보여준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수록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의 기업들은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 한국경제가 체질을 강화해 가며 새로운 돌파구 찾기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지금 세계 경제는 아직 한겨울이다.

우선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각) 중국이 또다시 글로벌 시장에 우려감을 안겨 주었다. 중국의 4월 차이신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가 49.4로 다시 후퇴한 것이다. 이는 시장 전망치(49.8)와 전월수치(49.7)를 모두 밑돌면서 중국 제조업 경기가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란 말 그대로 제조업체에 종사하는 구매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경기동향을 묻는 조사다. 그런데 이 수치가 50을 웃돌면 제조업 경기가 활기를 보인다는 뜻이고 50을 밑돌면 위축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중국 제조업 PMI는 14개월 연속 기준선인 50에 미달하고 있다.

그 뿐 아니다. 6일 발표된 중국의 4월 차이신 서비스업 PMI도 51.8로 이전 보다 둔화되긴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중국과 함께 글로벌 빅2 경제권으로 인식되고 있는 미국의 경기도 맘을 놓기는 이른 실정이다.

특히 6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4월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는 실망 그 자체였다. 4월 비농업 부문 신규취업자 수가 고작 16만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시장 전망치 20만5000명을 크게 밑도는 것이다. 게다가 4월 실업률도 5.0%로 마켓워치 전망치 4.9%를 웃돌았다. 최근 미국 경제를 그나마 안도케 했던 고용지표마저 흔들리는 흐름을 보여 글로별 경제계를 긴장케 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비단 미국과 중국 ‘빅2’만이 아니다. 영국, 일본, 유로존의 상황도 비틀거리기는 마찬가지다.

영국 역시 지난 3일 발표한 제조업 PMI가 49.2로 전월(51.0)보다 후퇴한 것은 물론이고 3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선(50) 밑으로 추락했다. 게다가 영국의 경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까지 안고 있어 시장 불안의 또 다른 진원지로도 꼽히고 있다. 6월23일 브렉시트 여부 결정을 위한 영국의 국민투표가 예정돼 있지만 브렉시트 찬성 여론도 만만치 않아 향후 영국 국민들의 선택 방향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만일 브렉시트가 결정될 경우 영국경제는 물론 유로존 경제까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걱정되고 있다.

일본의 상황 또한 악화되고 있다. 구마모토 대형 지진 후유증 속에 일본의 4월 서비스업 PMI도 49.3으로 13개월 만에 50선 밑으로 추락했다.

유로존의 경제 상황 역시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제프리스는 6일 “올해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회복도 어려워 보인다”면서 “이에 유럽중앙은행이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미국, 중국 등 양대 경제 강국은 물론 영국, 유로존, 일본의 경제상황까지 다시 흔들리고 있는 게 최근의 실상이다. 이는 한국의 수출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로 간주된다. 따라서 현존하는 우리의 부실기업과 한계산업을 그대로 놔둘 경우 한국경제는 더욱 곪아 터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거듭 말하건대 세계 경기 동반 침체 우려는 지금 한국의 경제 주체들이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한계산업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아울러 이럴 때일수록 한국은 신성장 동력을 더 적극적으로 키워 구조조정으로 인해 설땅을 잃은 자원을 흡수하고 나아가 세계 경제 부진 속에서도 새로운 도약을 모색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농협금융지주의 김용환 회장이 기자 간담회를 갖고 “부실기업이나 한계산업이 정리될 때 까지 대기업 추가 여신을 자제하고 부실 채권 정리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힌 것은 의미가 큰 얘기다.
 

▲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회장. /사진=뉴시스.


최근 김 회장은 “과거 일부 계열 금융기관에서 외형 확장을 위한 여신 늘리기가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면서 “지금처럼 글로벌 경제 여건이 불투명하고 부실기업과 한계산업이 나라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에서는 각 금융회사들도 리스크 관리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점을 역설해 왔다. 그러면서 그는 이른바 빅 배스(Big Bath) 기법을 동원해 농협은행을 비롯한 농협금융그룹 내 부실을 철저히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잘 알려진대로 과거 금융감독당국 근무시절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했던 인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지금이야말로 리스크 관리 강화와 부실 줄이기가 시급하다고 강조한 것은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이같은 자세는 농협금융지주 한곳에 국한돼선 안된다. 한국 경제계 전반이 이같은 자세로 리스크 관리 능력을 키우고 구조조정 및 구조개혁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에선 국제화와 새로운 성장동력을 동시에 키워 나가야 한다.

이제 한국 경제의 새로운 재활을 위해 정치권도 정쟁을 떠나 실질적인 구조조정과 구조개혁이 이뤄지도록 도와야 한다. 정부는 더 이상 지체 말고 원칙대로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한계산업 다스리기를 서둘러야 한다. 한국은행도 실리만 따지지 말고 구조조정을 위해 도울 일이 있으면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게 우리 한국이 살길이다.

세계 경제가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은 경제 체질을 바꾸고 또 바꿔야 한다. 그리고 서둘러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임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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