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FTSE 100 증시, 그간 배당 꾸준히 확대...이제 배당 여력 약화"

증시에서 배당을 적극 추구하는 전략은 매력과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배당을 과도하게 중시할 경우 해당 기업의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미래 성장성을 소홀히 할 위험성도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1세기를 정의하는 투자 스타일은 구두쇠와 유사하다. 배당을 확인하고, 계속해서 돈이 많이 들어오는 기업들을 독려하고, 그렇지 못한 경영진들을 사기꾼으로 몰아가는 게 요즘의 행태다.

특히 2000년 초 닷컴버블의 붕괴와 그 뒤 8년 후에 발생한 더 큰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유발된 마음의 상처는 더 이상 채권을 통해 괜찮은 고정금리를 받을 수 없는 채권 투자자들을 주식시장으로 유입시키는데 일조했다.

또한 배당을 추구하는 행위가 여전히 수익이 많이 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도 증시의 또 다른 매력처럼 부각되고 있다.

FT는 “올 들어 지금까지 확실한 승자는 지난 10년 동안 매년 배당이 증가해 온 기업들이다”면서 “소위 ‘배당 성장주’로 불리는 종목들은 올들어 4개월 동안 11%나 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같은 기간 달성된 미국 S&P 500지수 수익률 2%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또한 장기적인 기준으로 보면 ‘배당 성장주’는 미국이 지난 경기침체기에서 회복되기 시작한 이후로 인기를 누려왔다.

FT는 “배당주 펀드들은 자금을 끌어들이고 이 자금은 배당주의 주가를 상승시켰으며, 이에 따라 인컴펀드는 보강하는 연결고리로 매력적이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FT는 하지만 “(배당이 지나치게 중시될 경우) 잉여이익을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보다 배당을 지급하는 데 역점을 두게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미래 성장을 포기하는 부작용을 초래케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현재 모든 선진국에서 배당주들이 10년 만기 국채와 비교해 더 높은 소득을 안겨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씨티(Citi)의 글로벌 주식 전략가인 로버트 버클랜드는 “소득을 얻고자 하면 채권을 매수하고, 성장을 하고자 하면 주식을 매수하라는 오래된 교과서의 금융 자문은 이제 괴짜같이 들린다”고 말했다.

씨티(Citi)는 “2년 만에 전 세계적으로 상장 기업들이 이익 대비 배당을 지급하는 비율이 43%에서 51%로 상승했고, 이는 장기평균인 46%를 웃도는 수준이다”고 밝혔다.

씨티는 그러나 “배당 지급 비율이 상승한 것은 전반적으로 이익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이 증가하는 동적인 구조를 반영하고 있다”면서 “이는 최근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증시를 부양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부정적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FT는 “역사적으로 신뢰할만한 배당주로 잘 구성되어 있는 영국 FTSE 100지수의 경우 더욱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FTSE 100은 4.6%의 배당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지수에 편입되어 있는 기업들의 올해 EPS(주당순이익) 예상치의 7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투자펀드인 블랙록(BlackRock)의 영국 주식형 인컴펀드 운용자인 데이비드 골드만은 “장기적으로 100년 정도로 보자면 영국은 대략 5~10%의 배당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왔다”며 “저성장과 저물가의 세상에서 전체적으로 보면 시장이 배당을 증가시키는 것이 다소 어렵게 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광산 기업과 에너지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왔고, 이에 따라 배당은 취약해졌다”고 덧붙였다.

FT는 “FTSE 100에서 드러난 배당 여력 약화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일본 기업들의 경우도 작년에 이익이 증가하긴 했지만 배당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기사 정리=초이스경제 최미림 기자 / 기사 도움말=이동수 증권사 매크로 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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