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월트 디즈니를 제치고 전 세계 정상의 놀이공원 업체가 되겠다는 중국의 완다그룹이다.

그런데 최근 엉뚱한 데서 디즈니에게 발목을 잡힐 상황이 되고 있다. 중국 내 완다그룹의 테마파크에 백설공주, 쿵푸팬더 등 디즈니의 캐릭터들이 등장한 것이다.

디즈니는 이에 대해 법적으로 정식 대응할 태세다. 마침 디즈니가 상하이에 디즈니랜드를 개장하는 시점이어서 양 사의 대결은 추호의 배려가 깃들 여지가 없다. 우선 중국에서 상대를 제대로 제압하겠다는 생각을 양쪽 모두 갖고 있다.

완다로서는 수세에 몰릴 수 밖에 없다. 디즈니 표현대로 ‘조악한 모방’ 캐릭터들이 왔다갔다해서 그것이 완다 테마파크의 수익에 큰 비중을 차지할 건 못된다. 그러나 ‘짝퉁’의 이미지를 안고 시작하는 경쟁은 첫 걸음부터 스스로 초라해지는 노릇이다.

일부에서는 완다가 디즈니와 달리 부동산을 위주로 성장했기 때문에 마땅한 캐릭터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은 사학에서 입증된 햇수만 5000년 역사를 갖고 있다. 그 이전 3황5제와 전설의 신들을 이야기하는 상고시대와 전설시대까지 더하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기나긴 역사에서 쏟아져 나온 영웅들 대부분은 아직 전 세계 대중문화계에 데뷔도 못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시아 남성 누구든 한 번쯤은 읽거나 손에 잡았을 듯한 삼국지만 해도 프로야구 1군과 마이너리그 팀을 구성할 정도로 영웅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들의 스토리에는 누가 저작권을 갖고 있지도 않다. 그렇다고 아무나 이들을 이야기 속으로 집어넣을 수도 없다. 중국사 저변에 흐르는 안목 없이 등장시키면 괴성을 지르는 이소룡의 후예가 될 뿐이다.

정말 중국사 곳곳에는 콕 찌르면 쏟아져 나올 수많은 영웅담이 존재한다. 여기에 중국인들 특유의 ‘판타지 문학’이 가미돼 이야깃거리는 끝이 없다.

4대 성인의 하나인 공자는 오랜 세월 지역 축제의 단골 등장인물이다. 한 마을에서 공자의 상징물을 모시고 퍼레이드를 하면 다른 마을의 축제행렬은 길을 비켜줘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권위 있는 공자도 별로 유명하지 않은 춘추시대 장수 하나에게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노나라의 숙량흘이라는 장수는 성안에 포위된 아군을 탈출시키기 위해 떨어지는 성문을 혼자서 떠받들었다는 고사로 유명하다. 전설의 힘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힘이 세다고 성인인 공자가 길을 열어줘야 하는 건 아니다. 공자가 숙량흘 앞에서 낮은 자세를 취하는 건 숙량흘이 바로 공자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평생 공부만 했을 공자의 집안에도 이런 기담이 전해진다.

역사학에서 중국을 처음 전하고 있는 은나라는 마지막 임금 주왕 제신과 달기의 이야기가 진작부터 봉신연의로 만들어져서 전하고 있다. 봉신연의는 수많은 세월 반복 공연되면서 중국 민중의 지도층을 견제하는 기능까지 추가됐다. 단순히 제신과 달기를 주워들었다고 재현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테마파크와는 좀 동떨어진 얘기지만, 당나라 태종조의 위징을 비롯해 ‘쓴 소리’ 명신들이 임금의 속을 뒤집어놓는 대화의 풍자와 해학은 중국인들 스스로만이 재현시킬 수 있는 것들이다. 외국의 거대자본이 함부로 접근하기도 어렵다.

이 많은 이야기들을 놔두고 중국의 테마파크가 백설공주와 캡틴 아메리카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이런 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가 한번만 흥행을 기록해도 전 세계에 익숙한 캐릭터가 된다.

5000년 중국의 실증 역사 인물을 다 넣기도 공간이 부족한데 어디 백설공주까지 끼어들 틈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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