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엔 일본은행이 엔화환율 역풍...이번엔 아베 총리가 엔화환율 역풍 초래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지난 2월엔 일본은행이 제발등을 찍더니 이번엔 일본 아베 총리의 꼼수가 제발등을 찍었다. 2월엔 일본은행이 엔화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전격 도입했지만 역풍을 맞아 엔화가치 급등을 초래하더니 이번엔 아베 총리가 일본 경제를 살린답시고 소비세 인상 시기를 2년 6개월이나 연기한다고 밝혔지만 달러-엔 환율이 오히려 추락하는 또 다른 역풍을 물고 왔다.

일본의 연이은 꼼수가 일본에 연이어 역풍을 안겨주는 상황이 글로벌 환율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1일(미국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미국 달러가치가 그간의 상승세를 접고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가치 대비 미국 달러화가치 수준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이날엔 95.46으로 떨어졌다. 전날보다 0.35% 하락했다.

이날 미국에서 발표된 5월 건설 지출이 부진했던 것이 달러가치를 떨어뜨리는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었다. 일본 엔화가치가 급절상 된 것도 달러가치 하락을 거들었다. 잘 알려진대로 일본 엔화는 유로화와 함께 미국 달러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6대 통화에 속한다. 따라서 엔화가치 절상은 달러가치 하락 요인이다.

아베 총리는 앞서 6월1일(일본시각) 중대 발표를 쏟아냈다. 소비세 인상 시기를 내년 4월에서 2019년 10월로 연기한다는 발표가 그것이다. 중국 등 신흥국 경제 상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소비세를 올릴 경우 일본의 내수 경기까지 위축시킬 것으로 여겨져 소비세 인상 시기를 연기키로 했다고 변명했다. 그러면서 아베 노믹스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고 역설했다. 반면 주요 외신과 일본 야당은 “아베의 소비세 인상 시기 연기는 아베노믹스가 실패했다는 증거”라고 공격했다.

어찌 됐든 소비세 인상 시기를 연기하면 엔화가치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던 전망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최근 111엔대까지 급등했던 달러-엔 환율이 아베의 소비세 인상 시기 연기 발표가 있은 후 다시 곤두박질 쳤다. 달러-엔 환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강세를 보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뉴욕 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급기야 109.51엔으로 추락했다. 이는 이틀 전 아시아 시장에서 형성됐던 111.14엔은 물론 전날 뉴욕시장에서 형성됐던 110.73엔 보다도 크게 추락한 것이다. 달러-엔 환율이 계단식으로 추락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아베의 소비세 인상 연기는 달러-엔 환율을 끌어 올려 일본 경제를 부양하기 보다 달러-엔 환율을 추락시키는 역풍을 몰고 온 것이다.

지난 2월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역풍 때는 120엔 선을 맴돌던 달러-엔 환율을 110엔대로 확 떨어뜨리더니 이번엔 아베가 또다른 역풍을 몰고와 눈길을 끌고 있다.

게다가 이날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오는 23일 영국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될 경우 영국 경제가 망가지는 것은 물론 세계 무역에도 큰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엔화가치 절상(달러-엔 환율 하락)을 거들었다.

일본 엔화는 글로벌 안전통화를 대표한다. 따라서 글로벌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엔화가치는 오르는 경향이 있다. 안전자산 선호 경향 때문이다. 아베가 "중국과 신흥국 경제가 어려워진 만큼 일본도 소비세 인상시기를 연기한다"며 불안감을 강조한 것이 오히려 자국 통화인 엔화가치만 끌어 올리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한편 OECD의 브렉시트 위험 경고 속에 영국의 파운드화 가치도 이날 고개를 숙였다. 게다가 최근 여론 조사에서 브렉시트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을 약간 웃돌고 있는 것도 파운드화가치를 끌어 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이날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1.440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날의 1.4481달러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를 하루 앞둔 가운데 달러 대비 유로화가치는 1.1185달러로 전일의 1.1135달러보다 상승했다. 미국 달러가치가 추락하자 핵심 상대 통화인 유로화가치는 상승세를 보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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